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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과 해피엔딩은 로맨스 작가의 기쁨”

등록 2014-05-14 19:57수정 2014-05-15 13:51

인터넷을 통해 로맨스 소설을 연재해 대중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들. <숨결>의 훈자 작가, 네이버 제공
인터넷을 통해 로맨스 소설을 연재해 대중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들. <숨결>의 훈자 작가, 네이버 제공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로맨스 소설 스타작가들
스무살 대학 새내기부터 중학교 교사까지… 은빈·훈자·이지환·윤이수·이수림 작가 인터뷰
전화를 받은 장소는 노량진이었다. “여기 네이버입니다. 소설 연재에 관해 논의하려고 연락했어요”라는 전화 너머 목소리가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단다. ‘훈자’라는 필명으로 로맨스 소설 <숨결>을 네이버 웹소설에 연재하며 5월 현재 로맨스 분야 조회수 1위 자리를 꿰차고 있는 이주희(27) 작가 이야기다. 그는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다가 데뷔작인 <숨결> 연재를 시작했다.

어릴때부터 순정만화광
유행코드를 영리하게 요리
창작하려는 직장인이라면
체력부터 키워라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유도를 했다. 로맨스의 달콤함이 아닌 ‘엎드려뻗쳐’의 땀 냄새가 일상이었다. 대학 때까지 유도를 하다가 졸업하며 접었다. 여군으로 입대를 했다. 부상을 당했다. “평범한 사무실에서 일하고 싶다”는 소망 하나로 공무원 준비를 시작했다. 운동할 때부터 유일한 취미는 순정만화를 보는 것이었다. 그 안의 세계는 어찌 이리 달달할까. 도서대여점에 살다시피 했다.

언젠가부터 머릿속에 떠오르는 판타지를 글로 풀기 시작했다. 네이버 ‘챌린지 리그’에 쓴 글을 올려봤다. 현실에서의 억눌린 욕망 때문인가. 누가 볼지 모를 연재를 홀로 꾸준히 이어갔다. 그러다 네이버에서 연락이 와 정식 연재를 시작하게 됐다. 7만6000명의 아마추어 작가들이 20만편 이상의 작품을 올리는 곳에서 1% 확률도 안 되는 바늘구멍 안으로 들어간 셈이다. <숨결> 속 남자 주인공은 여동생에게 밑도 끝도 없이 집착한다. ‘집착물’이란 유행 코드를 영리하게 요리한 것이 작가가 꼽는 인기 비결이다.

웹소설 로맨스 분야 6위를 달리고 있는 <시니컬 황후>의 ‘은빈’ 작가는 대학 새내기, 스무살이다. 고등학교 3학년 가을부터 연재를 시작했다. 로맨스 소설은 ‘고3 수험 생활의 탈출구’였다. 시작은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빠져 쓴 팬픽(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쓰는 소설)이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려보니 친구들과 누리꾼들이 좋아했다. 쾌감이 느껴졌다.

<시니컬 황후>의 은빈 작가. 네이버 제공
<시니컬 황후>의 은빈 작가. 네이버 제공
이름에서 성을 뗀 ‘은빈’이란 필명으로 네이버에 글을 올렸다가 정식 연재를 시작했다. 엠티를 못 가고 밤새 글을 써도 로맨스 소설 작가로 사는 요즘이 즐겁고 신기하다. 전공은 문예창작학과를 선택했다. 훗날 “너무 일찍 작가가 됐다”는 후회에 젖지 않도록 글쓰기에 대한 고민도 치열하게 해나갈 생각이다.

젊은 작가들이 로맨스 소설 ‘무료 연재’ 플랫폼을 통해 스타로 발돋움하고 있다면 기존 스타 작가들은 ‘유료’ 플랫폼을 활용한다. 네이버 프리미엄 연재나 기존 종이책의 카카오페이지 연재, 전자책 판매 등이 방법이다. 독자적인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로맨스계 스타 작가’ 이지환 작가의 경우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이미 종이책으로 출간됐던 <화홍> 1부와 2부를 전자책으로 다시 공개했다. 5월 현재 36만명이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화홍>을 새로 보거나 다시 읽었다.

현직 중학교 교사인 이 작가는 “주로 학교에 출근하기 전 새벽에 일어나 작업을 한다”고 밝혔다. 로맨스 작가를 꿈꾸는 직장인들에게 그는 “체력을 키우라”고 조언한다. 이 작가에게 로맨스 소설은 ‘지친 일상에서 잠시 누리는 완벽한 해피엔딩’이다. 자신이 원하는 인물과 세상을 만들어 그것에 완벽히 몰입하고 그들의 사랑을 해피엔딩으로 이끄는 것. 그가 생각하는 로맨스 작가의 기쁨이다.

30대에 데뷔를 한 윤이수 작가는 “로맨스 소설을 쓰면서 산후우울증을 극복했다”고 말했다. “현실이 너무 팍팍하고 힘드니까” 로맨스 소설을 쓰면서, 읽으면서 힘을 얻는다는 사람들을 그는 많이 만났다. 그 역시 그랬다. 여러 나라를 떠돌며 자유롭게 살던 그는 서른다섯에 아이를 낳고 나니 ‘나만 여기 갇혀 있고 다른 사람들은 다 앞으로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로맨스 소설을 쓰고 독자들의 환호가 담긴 댓글을 읽으니 힘이 났다. 그는 <구르미 그린 달빛>의 온라인 연재를 시작하며 이렇게 썼다. “행복한 마음으로 썼습니다. 부디 즐겁게 읽어주세요.”

<구르미 그린 달빛>의 윤이수 작가. 네이버 제공
<구르미 그린 달빛>의 윤이수 작가. 네이버 제공
인기 있는 로맨스 소설 작가가 된 이들의 수익도 높아지고 있다. 윤이수 작가는 종이책과 전자책 판매, 미리보기 연재 등을 통해 “한 달에 남들 연봉만큼 번다”고 밝혔다. 은빈 작가도 “처음에는 ‘쟤가 공부 안 하고 뭘 하나’ 하던 부모님도 원고료가 입금된 걸 보고는 놀라더라”고 말했다. 종이책의 경우 작가 인세가 10% 이하지만 전자책은 50% 수준으로 높다. 도서대여점에서 책 한 권으로 동네 사람들이 돌려 보던 시대에 비해 작가 입장에서는 수익 구조가 투명해졌다. 네이버는 작가들에게 원고를 비축해 ‘다음 회 미리보기 유료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가져가도록 독려한다. 로맨스 소설이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져 흥행하는 경우도 흔하다.

지난 10년 동안 종이책 18권, 전자책 23권을 출간한 이수림 전 한국로맨스소설작가협회장은 “전자책 시장이 열리기 전에는 로맨스 소설 작가가 전업 작가로 생계를 꾸리기 힘들었지만 최근 독자층이 넓게 확대되며 억대 연봉 작가들이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히트를 치지 않는 이상 ‘로설계’(로맨스소설계)는 전통적으로 신인들에게 아주 불리한 시장”이라며 “착취당하다가 끝날 확률이 사실 매우 높지만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써서 살아남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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