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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요미’ 화장품, 아까워서 못 쓰겠네

등록 2015-11-04 20:40수정 2015-11-05 14:17

[매거진 esc] 스타일
도라에몽·카카오 프렌즈 등 캐릭터 넣은 스페셜 에디션, 완판 행진하며 인기몰이
“출시되자마자 제 통장을 탈탈 털어 질렀어요.”

“이렇게 귀여운 걸 사용해야 하나, 모셔놓아야 하나 고민이에요. ㅠㅠ”

소소한 일상과 생활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블로거들의 글을 읽다 보면, 귀여움으로 똘똘 뭉친 화장품을 샀다며 이렇게 뿌듯해하는 내용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남들에게 으스댈 만큼 값비싼 화장품을 산 것도 아니고, 일주일만 바르면 아기 같은 피붓결을 만들어준다는 기적의 화장품도 아닌데 자랑은 끝이 없다.

만화나 동화의 등장인물을 제품 용기 디자인에 활용한 화장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어릴 때부터 봐서 친숙한 캐릭터,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유치해도 어마어마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캐릭터 등이 립스틱, 팩트, 아이섀도, 마스카라 등 거의 모든 종류의 화장품 용기를 장식한 ‘○○○ 에디션’이 쏟아진다. 제품의 모양 자체를 기발하고 재미나게 만든 화장품도 많다.

인기 애니메이션 주인공 도라에몽을 내세운 ‘어퓨’의 쿠션, 블러셔, 틴트 등 화장품 24개 품목.
인기 애니메이션 주인공 도라에몽을 내세운 ‘어퓨’의 쿠션, 블러셔, 틴트 등 화장품 24개 품목.
20대 여성을 겨냥한 화장품 브랜드 ‘어퓨’는 인기 애니메이션 주인공 도라에몽을 내세워 지난 8월20일 쿠션, 블러셔, 틴트 등 화장품 24개 품목을 출시했다. 배우 심형탁씨 같은 ‘덕후’(마니아)가 많은 캐릭터이기에 회사 쪽도 판매가 순조로울 것이라는 예상은 했다고 한다. 그런데 결과는 그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이날 오전 9시, 온라인 쇼핑몰에 제품이 공개되자마자 24개 품목이 모두 품절된 것이다. 생각보다 더 큰 인기에 도라에몽 에디션은 7차례 추가 생산됐고, 최근엔 아이브로 키트 등 9개 품목을 추가로 내놨다. 어퓨 쪽은 “도라에몽의 팬덤이 엄청 두터웠다. 화장품 쪽 담당 기자 중엔 20대 중반~30대 초반 여성 기자가 많은데, 도라에몽 에디션을 출시한다는 보도자료를 낸 뒤 ‘취향 저격당했다’고 연락해오는 기자도 제법 많았다”며 “지금까지 팔려나간 개수만 줄잡아 50만개로, 우리가 애초 예상한 판매량의 10배 이상”이라고 말했다. 어퓨는 새로운 캐릭터와 협업한 제품군을 내년 초 출시할 계획도 갖고 있다.

‘브이디엘 카카오 프렌즈 컬렉션’ 10종.
‘브이디엘 카카오 프렌즈 컬렉션’ 10종.
메이크업 브랜드 ‘브이디엘’(VDL)이 카카오 프렌즈와 협업해 지난여름 한정판으로 내놓은 ‘브이디엘 카카오 프렌즈 컬렉션’ 10종도 출시 엿새 만에 1만개가 완판됐다. 카카오 프렌즈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대표적인 이모티콘 캐릭터들로, 대중에게 친숙하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브이디엘은 복숭아색 블러셔엔 복숭아 캐릭터 ‘어피치’를 새겨넣는 등 캐릭터들의 특징과 제품의 이미지가 잘 어울리는 디자인을 시도해 성공을 거뒀다.

‘덕후’ 많은 도라에몽 화장품
예상보다 10배 넘게 팔려나가
면봉 5배 크기 ‘왕면봉’도 인기
품질 비슷해 디자인으로 차별화

‘베리떼’의 ‘유브이(UV) 멀티쿠션 엘엑스(LX) 원더스토리 리미티드 에디션’.
‘베리떼’의 ‘유브이(UV) 멀티쿠션 엘엑스(LX) 원더스토리 리미티드 에디션’.

‘베리떼’는 일러스트레이터 황은아 작가가 그려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캐릭터를 용기 디자인에 적용한 ‘유브이(UV) 멀티쿠션 엘엑스(LX) 원더스토리 리미티드 에디션’을 내놨다.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영국 작가 루이스 캐럴이 1865년 발표한 뒤 지금까지 소녀들의 모험심과 상상력을 자극해온 대표적인 작품인데, 이 회사는 동화 출간 150주년을 맞아 앨리스와 토끼, 회중시계 등 동화 속 캐릭터와 아이템을 또 한번 새롭게 변주했다.

<마음의 소리>의 여러 캐릭터가 각각 등장하는 8가지 한정판 제품.
<마음의 소리>의 여러 캐릭터가 각각 등장하는 8가지 한정판 제품.
‘케라시스’는 지난 3월 더위에 지쳤을 때나 야근한 다음날, 술 마신 다음날, 시험기간 등 머리가 무거울 때 쓰는 샴푸라는 독특한 콘셉트의 ‘쿨모닝 샴푸’를 온라인 전용으로 출시하면서, 용기 디자인을 웹툰 <마음의 소리> 작가 조석씨와 협업했다. 일상생활을 소재로 기발한 시선을 보여주는 웹툰의 특징이 ‘두피의 열을 내려주는 샴푸’라는 특징과 잘 어울린다고 본 것이다. 그 때문인지 1차 물량은 일주일 만에 모두 팔려나갔고, 오프라인 매장으로 판매처도 확대됐다. 8월에는 <마음의 소리>의 여러 캐릭터가 각각 등장하는 8가지 한정판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미샤’의 ‘원더우먼 에디션’.
‘미샤’의 ‘원더우먼 에디션’.
그밖에도 ‘미샤’는 지난 6월 ‘베티붑 에디션’에 이어 ‘원더우먼 에디션’ 30개 품목 한정판을 내놨고, ‘에뛰드하우스’는 곧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와 협업한 매니큐어 등 네일 컬렉션을 내놓을 예정이다.

‘에스이피’(SEP)의 ‘썸을 부르는 면봉’.
‘에스이피’(SEP)의 ‘썸을 부르는 면봉’.
‘에뛰드하우스’가 내놓은 입술 모양의 입술 마스크 ‘앵두알 입술 겔 패치’.
‘에뛰드하우스’가 내놓은 입술 모양의 입술 마스크 ‘앵두알 입술 겔 패치’.
‘투쿨포스쿨’이 내놓은 안경 모양의 눈가 전용 마스크 ‘글램락 아브라카다브라 마스크’.
‘투쿨포스쿨’이 내놓은 안경 모양의 눈가 전용 마스크 ‘글램락 아브라카다브라 마스크’.
‘웃기게 생긴’ 화장품도 눈에 띈다. ‘에스이피’(SEP)의 ‘썸을 부르는 면봉’을 비롯해 ‘더샘’의 ‘아쿠아필&밀크필’, ‘쏘내추럴’의 ‘블랙헤드 코튼스왑봉’ 등은 ‘왕면봉’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일반 면봉의 5배쯤 되는 커다란 면봉 형태로, 얼굴에 대고 닦아내기만 하면 각질을 제거하고 수분을 주는 홈 필링 제품이다. ‘에뛰드하우스’가 내놓은 입술 모양의 입술 마스크 ‘앵두알 입술 겔 패치’, ‘투쿨포스쿨’이 내놓은 안경 모양의 눈가 전용 마스크 ‘글램락 아브라카다브라 마스크’, ‘클레어스 코리아’의 마카롱 모양 비누 ‘루마카 마카롱 페이스솝’ 등은 재치있는 디자인으로 눈길을 끈다.

이렇게 ‘귀요미’ 화장품이 쏟아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 셀 수 없이 많은 화장품 브랜드들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려고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는 것이다. 중견 화장품 브랜드의 한 관계자는 “요즘 제품 수준은 상향평준화돼 있고, (국내 제품의 경우) 브랜드가 다르다 해도 생산업체가 몇곳으로 한정돼 있어 품질로는 차별화하기가 어렵다. 그러다 보니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캐릭터, 갖고 싶은 디자인을 선호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화장품을 쓸 때 품질뿐만 아니라 ‘쓰는 재미’를 느낄 수 있어야 더 잘 팔리는 제품이 된다는 얘기다. 또다른 브랜드의 마케팅 담당자는 “몇년째 키덜트(아이 같은 감성과 취향을 가진 어른) 문화가 유행하는 게 기본적인 배경이다. 특히 ‘한정판’으로 출시하는 캐릭터 에디션은, 화장품을 쓰려고 사는 게 아니라 모으려고 사는 사람들이 주요 구매층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사진 각 업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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