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라이프
17년간 이어져온 시리즈 완결판 출시…발매 행사 찾은 수천명, 추억 곱씹으며 “섭섭하다”
17년간 이어져온 시리즈 완결판 출시…발매 행사 찾은 수천명, 추억 곱씹으며 “섭섭하다”
지난 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스타크래프트2 공허의 유산’ 출시 행사. 블리자드 제공
행사장에서 프로게이머 출신 이윤열의 결혼식이 열렸다. 블리자드 제공
대학가 당구장 대체 놀이문화로
스타 프로게이머 등장에도 영향
모바일 게임에 밀려 뒤안길로 이렇게 뜨거운 열기를 보인 것은 이번에 출시된 ‘공허의 유산’이 1998년 3월부터 17년간 이어져온 스타크래프트의 완결판이기 때문이다. 제작사 쪽은 “스타크래프트의 대미”라고 공식적으로 밝힌 상태다. 참석자들은 아쉬움을 나타났다. 40대 회사원이라고 밝힌 한 남성은 “군대에서 제대하고 복학을 하니 당구장은 사라지고 피시방이 들어차 있었다. 공강 시간에 피시방에 삼삼오오 몰려가 스타크래프트를 한 기억이 생생한데 이제 막을 내린다니 섭섭하다”고 말했다. 섭섭한 감정은 스타크래프트로 스타가 된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방송인이 된 ‘테란의 황제’ 임요환은 “프로게이머로서 젊은 시절을 바친 게임이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니 감개가 무량하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언젠가 스타크래프트 3 같은 후속작이 나와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역시 방송인이 된 ‘썸남’ 홍진호는 “스타크래프트는 내 인생에 중요한 터닝포인트였는데 이제 그 이야기의 완결판이 나온다니 한편으로 섭섭하면서도 설렌다”고 소감을 밝혔다. 스타크래프트가 게임으로서 종결을 선택하게 된 데는 모바일로 재편된 게임 시장이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은 고성능을 필요로 하는 피시(PC) 게임보다는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하는 게임을 선호하는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 게임 회사들도 피시 게임보다는 유료 아이템 구매가 많은 모바일 게임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게임 시장 조사업체 ‘뉴주’는 지난 4월, 2015년 세계 모바일 게임 시장이 20% 이상 성장하는 동안 피시 게임은 7% 정도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행사장에서 “스타크래프트가 정말 끝나는 것이냐”는 질문에 블리자드 쪽 개발자는 “스타크래프트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게임보다는 소설이나 영화 같은 다른 형태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스타크래프트와 스타크래프트 2 사이의 공백이 12년인 것을 봐도 3편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스타크래프트가 남긴 족적은 화려하다. 테란·프로토스·저그라는 가상의 우주 종족이 벌이는 전쟁을 소재로 한 스타크래프트는 세계적으로 1100만장 이상 판매됐다. 그중 60% 이상이 한국에서 팔렸다고 한다. 2010년 7월 발매된 ‘스타크래프트 2 자유의 날개’ 역시 출시 하루 만에 100만장, 한달 만에 300만장, 모두 600만장 이상 판매라는 기록을 남겼다. 스타크래프트 2의 확장판인 ‘군단의 심장’ 또한 이틀 만에 110만장 판매라는 기록을 남겼다. 한국에서 스타크래프트는 게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대학가에서 ‘운동권’ 분위기가 퇴조한 90년대 후반 학번들에게 스타크래프트는 대학 시절 추억의 한켠을 차지한다. 98학번 회사원 정환영(37)씨는 “1학년 1학기까지는 학생회 주최 집회에 참석했던 경험이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2학기 접어들면서 집회가 사라졌다. 갈 곳 잃은 학생들이 피시방을 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의 스포츠였던 당구의 몰락도 스타크래프트 열풍과 맞물린다. 97학번 회사원 정상호(38)씨는 “학교 앞에 당구장이 네 군데 있었는데, 불과 한 학기 사이에 모두 피시방으로 바뀌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스타크래프트는 대학 시절 추억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1999년 서울 구의동 테크노마트에서 열린 스타크래프트 게임왕 선발대회(<한겨레> 자료사진).
‘공허의 유산’ 게임 갈무리. 블리자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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