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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지갑, 가방이 똑똑해졌다

등록 2015-11-18 21:00수정 2015-11-19 11:09

[매거진 esc] 라이프
근거리무선통신·사물인터넷 등 아이티 기술 적용한 ‘스마트 생활용품’ 큰 인기
20××년 11월19일 아침. 직장인 ‘김똑똑’씨가 출근길에 나섰다. 비 온 뒤 쌀쌀해진 날씨 탓에 새로 구입한 패딩점퍼를 꺼내 입은 김씨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패딩점퍼 온도를 ‘따뜻’에 맞췄다. 등에 발열판이 달린 패딩은 곧 열을 내 추위를 잊게 했다. 김씨의 ‘스마트 패딩’은 사용자가 직접 스마트폰으로 온도와 습도를 조절할 수 있다. 절전·쾌적·따뜻·파워 4가지 모드를 제공하는 스마트제어 모드는 자동으로 온·습도를 맞춰준다.

지하철역으로 가는 마을버스 정류장 앞.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1분 1초가 급한데 승객이 버스에 올라탈 때마다 “한장의 카드만 대주세요”라는 경고음이 들린다. 사람들은 황급히 지갑을 꺼내 여러 장의 신용카드 가운데 한장을 골라 단말기에 갖다 댄다. 김씨는 그럴 필요가 없다. 여러 장의 카드 가운데 한장의 카드만 인식하는 ‘스마트 월렛’이 있기 때문이다. 특정 주파수를 차단하도록 만들어진 소재는 지갑 안쪽 별도 주머니에 넣은 카드만 교통카드 단말기가 인식하도록 한다. 출퇴근 때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는 수고로움이 없어진 것이다.

사람들이 꽉 찬 지하철에 올라타자 김씨 등에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김씨는 스마트폰을 통해 패딩의 온도를 ‘쾌적’으로 바꿨다. 적절한 온도와 습도가 쾌적한 상태로 만들어준다. 아차. 보일러를 켜두고 나온 게 생각났다. 문제없다. 스마트폰을 통해 보일러를 ‘외출’로 바꾸면 그만이다.

스마트칩이 내장된 로가디스 ‘스마트 슈트’.
스마트칩이 내장된 로가디스 ‘스마트 슈트’.
오전 회의에 참석한 김씨. 회의 시작 전 스마트폰을 진동 모드로 바꾸기 위해 다들 주머니를 뒤적거리지만, 그는 슈트 소매 단추를 살짝 건드리는 것으로 끝난다. 스마트폰을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 슈트’이기 때문이다. 회의 중 전화가 걸려올 때도 “회의중입니다”라고 속삭이며 전화를 끊을 필요가 없다. 소매 단추 한번 터치하면 ‘회의중이니 곧 전화드리겠습니다’라는 메시지가 전송된다. 갑자기 명함이 떨어져 낭패를 볼 일도 없다. 스마트 슈트에 내장된 칩에 미리 명함을 입력해 놓으면, 상대방 스마트폰에 대는 것만으로도 전화번호가 입력된다.

스마트폰으로 패딩점퍼 온도 조절
지갑 속 교통카드 한 장만 인식
카톡 오면 핸드백이 번쩍번쩍
회의 때 오는 전화, 옷 단추 만지면 끝

김똑똑씨의 사례는 가상이지만, 바로 오늘 실제로 벌어질 수 있는 현실이다. 사례에 나온 제품들은 현재 누구나 구입할 수 있다. 아이티(IT) 기술이 단순히 전자기기에 머물지 않고, 인간과 더욱 가까운 생활필수품까지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이들 제품에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것은 아니다. 기존에 나와 있는 기술을 실생활에 유용하도록 접목한 것이 핵심이다. 상당수 제품에는 근거리무선통신(NFC) 기술이 적용됐다. 이는 별도의 장치나 설정 없이 가까운 거리에서 기기 간 통신이 가능하도록 한 기술이다. 근거리무선통신 기술의 발달로 아이티는 인간의 몸과 더욱 가까워졌다. 두뇌 구실을 하는 스마트폰과 각종 물품을 이어주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기기마다 높은 사양의 중앙처리장치가 필요하지 않게 됐다. 덕분에 더 작고 가벼워져 여러 형태로 변형이 가능해졌다.

무선 마우스에서 많이 쓰는 블루투스도 미묘한 차이는 있지만 근거리무선통신의 한 형태라고 보면 된다. 다만 근거리무선통신은 블루투스, 와이파이와는 달리 별도의 설정이 필요하지 않고 가까이 대기만 하면 곧바로 서로 인식이 된다.

한 장의 교통카드만 인식되는 쿠론의 ‘클리패스’ 지갑.
한 장의 교통카드만 인식되는 쿠론의 ‘클리패스’ 지갑.
문자 등이 오면 알려주는 글림 기술이 적용된 쿠론의 ‘뉴스테파니’ 핸드백.
문자 등이 오면 알려주는 글림 기술이 적용된 쿠론의 ‘뉴스테파니’ 핸드백.
2003년에 국제표준이 된 이 기술을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아이디어 제품이 나온다. 김씨의 사례에 나온 스마트 월렛 ‘클리패스’를 개발한 코오롱인더스트리의 또다른 기술 ‘글림’은 근거리무선통신을 패션 제품에 적용한 예다. 글림은 스마트폰의 각종 신호를 불빛으로 변환해주는데, 예컨대 문자메시지가 왔을 경우 빨간색으로 나타내주는 식이다. 문자나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늘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있어야 하는 수고로움을 덜어준다. 특히 핸드백 속에 스마트폰이 들어 있어 벨소리나 진동소리를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여성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스마트폰과 글림 간의 거리가 일정 정도 떨어지면 경고를 나타내주는 기능도 있어 스마트폰 분실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글림 기술은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패션잡화 브랜드 ‘쿠론’의 가방, 지갑 등에 적용돼 판매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관계자는 “애초 판매 목표량의 130%를 달성하고 있다. 특히 휴대폰 분실이 잦은 중장년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스마트칩이 든 엠비오의 ‘퍼펙트 월렛’.
스마트칩이 든 엠비오의 ‘퍼펙트 월렛’.
스마트 칩을 내장해 근거리무선통신이 가능하게 한 스마트 슈트도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제품을 개발한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2013년 첫 출시 이후 매해 매출 180% 이상 성장세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원래 스마트 칩은 주머니 속에 있었으나 최근 접촉이 용이한 단추 형식으로 바뀌었다.

스마트폰으로 온도 조절이 가능한 블랙야크의 ‘야크온에이치(H)’.
스마트폰으로 온도 조절이 가능한 블랙야크의 ‘야크온에이치(H)’.
똑똑해진 제품들은 헬스케어 쪽으로도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에서 삼성전자와 공동개발한 바이오 스마트 셔츠 ‘바디 콤파스’를 선보였다. 바디 콤파스에는 심전도와 근전도 센서가 내장되어 심박과 호흡을 추적할 수 있으며, 근육의 움직임과 호흡을 분석해 운동 코칭 기능도 활용할 수 있다. 최근 온도 조절 패딩을 출시한 블랙야크도 이미 심박 측정이 가능한 스마트 웨어 ‘야크온 피(P)’를 판매하고 있다. 스마트워치와 옷을 연결해 실시간 심박 측정이 가능하고, 심박측정기를 옷에서 분리할 수 있어 세탁도 용이하다.

패션제품뿐 아니다. 가전제품도 더욱 스마트해지고 있다. 엘지전자의 김치냉장고 ‘디오스 김치톡톡’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냉장고의 이상 유무를 판단한다. 스마트폰을 냉장고 오른쪽 상단의 ‘스마트 진단’ 부분에 갖다 대기만 하면 이상 여부를 파악해 애프터서비스 센터로 전송하고 해결 방법을 알려준다. 같은 회사의 세탁기 ‘트롬 트윈워시’에도 스마트 진단 기능이 적용됐다. 집 바깥에서도 스마트폰으로 세탁기를 돌릴 수 있고, 세탁기 청소 시기 등을 알려주는 기능도 제공한다. 엘지전자 쪽은 “10월 김치냉장고 판매량이 지난해 동기 대비 30% 증가했다. 주말에도 공장을 풀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제품은 이른바 사물에 인터넷 기술을 접목한 ‘사물 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으로 분류된다. 사물 인터넷 시장 전망은 밝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가 지난 9월 낸 ‘주간기술동향’에 따르면, 국내 사물 인터넷 시장은 2015년 3조8000억원 수준이지만, 7년 뒤인 2022년에는 6배가 넘는 22조9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대박’ 수준인 셈이다. 또 어떤 똑똑한 기술이 우리의 삶을 편하게 만들어줄지 기대감으로 치면 숫자의 성장은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른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사진 각 회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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