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요가 파티 ‘미드나잇 플로우’ 행사에 참여한 이정국 기자(오른쪽 두 번째)가 코브라 자세(부장가사나)를 취하고 있다. 사진 리복 크로스핏 센티넬 제공
[매거진 esc] 라이프
밤에 모여 요가와 파티 즐기는 ‘미드나잇 플로우’ 행사 참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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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에 체조 하냐?”
생뚱맞은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흔히 하는 말이다. 그렇다. 달이 뜬 밤에는 쉬거나 잠자리에 눕는 게 맞다. 더군다나 손발이 얼어붙는 요즘 같은 강추위에 ‘이불 밖은 위험’하다. 그럼에도 일부러 ‘달밤에 체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리복 크로스핏 센티넬’이 주최하는 ‘미드나잇 플로우’ 행사 참가자들이다. 이른바 ‘한밤의 뜨거운 요가 파티’를 지향하는 주최 쪽은 “대중들이 정적이고 여성의 운동이라고 생각하는 요가를 여러 사람이 함께 호흡하고 교류할 수 있는 재미있는 운동으로 바꿔보자는 취지로 기획된 프로그램”이라고 밝혔다. 행사는 2012년 1월 시험 운영 뒤 2014년 11월부터 두세달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그동안 행사는 밤 10시30분에 시작돼 자정 넘어서까지 진행됐다. 한밤에 남녀 수십명이 모여 요가를 하다니. 남세스러울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매번 거의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 보통의 직장인들이 술을 마시거나 잘 준비를 하는 시간에 왜 모여서 ‘체조’를 하는지 궁금해졌다. 마침 여덟번째 행사가 열린다기에 직접 체험에 나섰다.
최악의 한파에도 70명 참석
예상과 달리 남녀 거의 같은 수
푸시업보다 더 힘든 자세 취하니
팔이 바들바들, 땀이 줄줄
운동 뒤 음료 마시며 파티도 사상 최악의 한파가 불어닥친 지난 23일 저녁, 행사가 열리는 서울 대치동 리복 크로스핏 센티넬 업타운으로 향했다. 이번엔 다행히도 밤 10시30분이 아니라 저녁 6시에 시작한다고 했다. 그동안 자정 넘어 끝나는 일정 때문에 교통에 애로점이 있다는 의견이 있었단다. 가는 지하철 안에서 ‘이렇게 추운데 정말로 사람들이 올까’란 의구심이 자꾸 들었다. 삼성역에 내려 행사장으로 가는데 코를 베어내는 듯한 칼바람 때문에 “어이쿠”란 말이 저절로 터져나왔다. 불참자들이 많아 행사가 취소돼 기사가 ‘펑크’ 나는 최악의 상황까지 떠올랐다. 행사장에 도착하니 의외로 많은 사람이 도착해 몸을 풀고 있었다. 쌀쌀한 날씨 때문에 요가복이나 트레이닝복을 입은 위로 담요로 감싸거나 재킷을 걸치고 있었지만 얼굴은 밝아 보였다. ‘기사 펑크는 안 나겠구나.’ 안도하며 준비해 간 삼선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었다. 시작 시간이 가까워지자 사람들이 더 몰려들었고, 금세 큰 플로어가 가득 찼다. 요가라는 특성상 여성이 많을 것 같았는데, 예상과 달리 남녀가 거의 같은 수였다. 혼자 온 사람도 여럿 보였다. 주최 쪽은 “70명이 참석했다. 혼자 오는 사람도 절반 정도 된다”고 했다. 여름에 해도 이 정도 참석한다고 하니 추위도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한 것이다. 행사가 시작되자 요가 강사인 최지현씨가 걸어 들어왔다. 당차고 강단 있어 보였다. 그는 미드나잇 플로우를 처음으로 기획한 경력 10년의 리복 크로스핏 센티넬의 요가 강사다. 시작은 명상이었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지난해를 돌아보고 올 한해를 계획하는 시간이었다. 명상을 마치고 메모지에 자신의 소망을 적으라고 했다. 올해 들어 처음 열린 행사답게 ‘헬로 2016 위시 벌룬스’란 타이틀이 붙었다. ‘화목, 건강, 평화’를 적었다. 행사 마지막에 소망을 적은 메모지를 풍선에 붙여 하늘에 띄워보내는 순서도 있었다. 이때만 해도 쉽게 체험이 끝날 줄 알았다. “춥죠? 몸을 좀 덥혀야겠네요.” 강사가 이 말을 하면서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몽환적인 일렉트로닉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운데(이 행사의 특징 중 하나가 디제이가 직접 음악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강사가 동작을 시작했다. 처음에 스트레칭을 좀 하다가, 갑자기 푸시업 자세로 들어갔다. 요가에 웬 푸시업인가 했더니 ‘차투랑가 단다사나’라는 엄연한 요가 자세란다. 푸시업 자세와 거의 비슷한데, 손바닥이 거의 배꼽까지 내려간다. 보통 어깨 위치에 손을 놓는 일반 푸시업보다 훨씬 더 힘들다. 여기저기서 “어윽”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 자세에서 무릎을 팔꿈치까지 끌어당기기도 하고, 다리를 하늘로 뻗기도 하고, 몸을 비틀기도 하는 식으로 계속해서 동작이 추가됐다. “아이고~.” 내 입에서도 비명이 새어나왔다. 문제는 이 동작이 계속 반복됐다는 거다. 한 10여분을 지속했는데, 나중에는 팔이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 시작인데도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입고 있던 후드티를 벗었다. 다른 사람들도 겉옷을 훌훌 벗기 시작했다. 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신호였다.
그다음 동작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심장이 터질 것 같으면 ‘아기 자세’라 불리는 ‘발라사나’ 동작을 하면서 숨을 골랐다. 무릎을 꿇고 양팔을 앞으로 쭉 뻗고 엎드리는 자세다. 강사는 “심장이 쿵쿵 뛰는 걸 느껴보라”고 했다. 그러고 나선 다시 강도 높은 자세가 시작됐다. 요가를 처음 해봤지만 강사의 친절한 설명으로 얼추 따라할 수는 있었다. 물론 자세가 완벽하진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자주 한다는 물구나무서기 자세(살람바 시르샤사나) 같은 것은 엄두도 낼 수 없었다. “정신을 집중해 화살을 쏘면 바위도 뚫을 수 있다”는 박 대통령의 말이 새삼 떠올랐다.
요가를 하는 도중 서먹했던 사람들이 대화도 하고 서로 자세도 잡아주기 시작했다. 웃음꽃도 피었다. 자연스럽게 소통이 된 것이다. 나도 옆에서 운동하는 여성과 자연스럽게 얘기를 나눴다. 센티넬 쪽은 “이런 게 행사의 취지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이런 자연스러운 소통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행사의 마무리는 누워서 명상하기였다. 불을 끄고 누워 있으니 몸이 식고 숨이 차분해졌다. 불이 켜지고 몸을 일으키자 눈앞이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그동안 헬스장에서 했던 근력 운동과는 달리 조여주고 풀어주는 완급 조절이 잘 이뤄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최지현 강사는 “역동적으로 열을 내는 동작과 정적인 동작을 골고루 섞었다”고 말했다.
운동이 끝나자 사람들은 메모지에 쓴 소원을 풍선에 붙이며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었다. 맥주, 스파클링 와인, 주스 등 음료와 먹거리도 준비돼 있어 그야말로 파티 분위기였다. 30대 의사라고 밝힌 한 참석자는 “세번째 왔는데, 기분전환이 돼서 좋다. 운동하고 나서 함께 어울리는 분위기가 좋다”고 말했다. 남자친구와 함께 온 30대 여성은 “처음엔 뭔가 어색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편안하고 좋아서 계속 참석하고 있다. 행사 참석 뒤 정식으로 요가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식상하게 영화 보고 술 마시고 하는 데이트보다 여기가 훨씬 좋다”고 덧붙였다.
행사가 끝난 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몸 여기저기가 쑤시긴 했지만 불쾌감보다는 기분 좋은 결림이었다. 스스로 몸 상태가 어떤지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이제 막 시작하는 연인이나 관계가 서먹해진 부부가 참석해도 좋을 것 같았다. 서로 만지면서 함께 땀을 흘리는 행위는 말로만 하는 소통 이상의 뭔가를 안겨줄 게 확실하다. 솔로라 해서 나쁠 건 없다. 새로운 인연이 시작될 수도 있으니까. 무더운 여름, 열대야로 고생할 때 와도 좋을 듯싶다. 이열치열의 요가 파티, 상상만 해도 후끈하다. 참가비 3만원. www.reebokcrossfitsentinel.com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예상과 달리 남녀 거의 같은 수
푸시업보다 더 힘든 자세 취하니
팔이 바들바들, 땀이 줄줄
운동 뒤 음료 마시며 파티도 사상 최악의 한파가 불어닥친 지난 23일 저녁, 행사가 열리는 서울 대치동 리복 크로스핏 센티넬 업타운으로 향했다. 이번엔 다행히도 밤 10시30분이 아니라 저녁 6시에 시작한다고 했다. 그동안 자정 넘어 끝나는 일정 때문에 교통에 애로점이 있다는 의견이 있었단다. 가는 지하철 안에서 ‘이렇게 추운데 정말로 사람들이 올까’란 의구심이 자꾸 들었다. 삼성역에 내려 행사장으로 가는데 코를 베어내는 듯한 칼바람 때문에 “어이쿠”란 말이 저절로 터져나왔다. 불참자들이 많아 행사가 취소돼 기사가 ‘펑크’ 나는 최악의 상황까지 떠올랐다. 행사장에 도착하니 의외로 많은 사람이 도착해 몸을 풀고 있었다. 쌀쌀한 날씨 때문에 요가복이나 트레이닝복을 입은 위로 담요로 감싸거나 재킷을 걸치고 있었지만 얼굴은 밝아 보였다. ‘기사 펑크는 안 나겠구나.’ 안도하며 준비해 간 삼선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었다. 시작 시간이 가까워지자 사람들이 더 몰려들었고, 금세 큰 플로어가 가득 찼다. 요가라는 특성상 여성이 많을 것 같았는데, 예상과 달리 남녀가 거의 같은 수였다. 혼자 온 사람도 여럿 보였다. 주최 쪽은 “70명이 참석했다. 혼자 오는 사람도 절반 정도 된다”고 했다. 여름에 해도 이 정도 참석한다고 하니 추위도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한 것이다. 행사가 시작되자 요가 강사인 최지현씨가 걸어 들어왔다. 당차고 강단 있어 보였다. 그는 미드나잇 플로우를 처음으로 기획한 경력 10년의 리복 크로스핏 센티넬의 요가 강사다. 시작은 명상이었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지난해를 돌아보고 올 한해를 계획하는 시간이었다. 명상을 마치고 메모지에 자신의 소망을 적으라고 했다. 올해 들어 처음 열린 행사답게 ‘헬로 2016 위시 벌룬스’란 타이틀이 붙었다. ‘화목, 건강, 평화’를 적었다. 행사 마지막에 소망을 적은 메모지를 풍선에 붙여 하늘에 띄워보내는 순서도 있었다. 이때만 해도 쉽게 체험이 끝날 줄 알았다. “춥죠? 몸을 좀 덥혀야겠네요.” 강사가 이 말을 하면서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몽환적인 일렉트로닉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운데(이 행사의 특징 중 하나가 디제이가 직접 음악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강사가 동작을 시작했다. 처음에 스트레칭을 좀 하다가, 갑자기 푸시업 자세로 들어갔다. 요가에 웬 푸시업인가 했더니 ‘차투랑가 단다사나’라는 엄연한 요가 자세란다. 푸시업 자세와 거의 비슷한데, 손바닥이 거의 배꼽까지 내려간다. 보통 어깨 위치에 손을 놓는 일반 푸시업보다 훨씬 더 힘들다. 여기저기서 “어윽”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 자세에서 무릎을 팔꿈치까지 끌어당기기도 하고, 다리를 하늘로 뻗기도 하고, 몸을 비틀기도 하는 식으로 계속해서 동작이 추가됐다. “아이고~.” 내 입에서도 비명이 새어나왔다. 문제는 이 동작이 계속 반복됐다는 거다. 한 10여분을 지속했는데, 나중에는 팔이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 시작인데도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입고 있던 후드티를 벗었다. 다른 사람들도 겉옷을 훌훌 벗기 시작했다. 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신호였다.
행사 참가자들이 아기 자세(발라사나)를 하고 있다. 사진 리복 크로스핏 센티넬 제공
리복 크로스핏 센티넬의 최지현 요가 강사. 사진 리복 크로스핏 센티넬 제공
행사 뒤 모든 참가자들이 모여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리복 크로스핏 센티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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