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이별은 소중한 경험
사람은 누구나 이별을 한다.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다. 2560년 전 세상에 온 붓다도 인간이 필연적으로 겪어야 할 8가지 고통 가운데 하나로 ‘이별’을 꼽았다.
대부분 이별의 고통을 극복한다. 그리고 더 좋은 인연을 만들어 나간다. 극복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누구는 술로 지새우며 제 몸에 고통을 주고, 어떤 이는 훌쩍 여행을 떠난다. ‘나쁜 기억’이라며 깡그리 잊는가 하면, 좋은 추억으로 마음 깊이 새기는 사람도 있다.
어떤 방법이든 사람들은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내면의 자아를 대면한다. 거기 서 있는 ‘나’는 그동안 자신이 돌보고 보듬지 않은 나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이별 후의 성장은, 그런 나와 대화하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지할 때 가능해진다.
지난 5일부터 제주도 아라리오뮤지엄에서 독특한 전시회가 열렸다. ‘실연에 관한 박물관’이다. 실연을 전시하다니? 바로, 실연의 고통에 빠진 사람들이 기증한 물품들로 이뤄진 전시회다. 엄밀히 말하면, 물품이 아니라 그것에 담겨 있는 사연이 전시의 주 대상이다. 재투성이로 변한 사랑과 실연의 상처가 삶에서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는지, 어떤 기억으로 남는지 100여 가지의 이별 이야기가 전시돼 있다. 그 100여 가지 이별의 주인공들은 아직 상처로 허우적대거나 인격적으로 성숙해지는 사이 어디쯤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픔을 간직한 또 다른 ‘나’들에게 제각각 다른 위로를 건넬 것이다.
이에스시는 실연 박물관에 전시 중인 것들 가운데 ‘후드티’에 관한 사연을 만화로 재구성했다. 기증자가 미국 유학 중 겪은 사랑과 이별의 이야기다. 만화는 <먹는 존재>로 잘 알려진 ‘들개이빨’이 그렸다.
제주/글·사진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지난 5일 제주 아라리오뮤지엄에서 열린 ‘실연에 관한 박물관’에 전시 중인 후드티.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