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원인지 200원인지를 두고 친구와 한참 입씨름을 했습니다. 초등학교 때 같이 사 먹었던, 학교 앞 분식집의 팥빙수 가격 말입니다. 떡볶이가 4개에 50원(제가 살던 동네에선 떡볶이값을 개수로 매겼습니다)이던 시절이니, 용돈 빠듯한 초등학생 처지에선 100원이든 200원이든 부담스럽긴 마찬가지였겠지만요. 파란색 기계식 빙삭기에서 조금 거칠게 갈려 나온 얼음이 투명한 플라스틱 그릇 안에 소복이 담겼고, 그 위엔 달달한 팥 통조림과 고소한 미숫가루가 올려져 있었습니다. 우유도 조금 들어 있었고요. 기억이 분명하진 않지만, 떡이나 설탕옷 입은 젤리 같은 토핑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학교 수업이 끝난 뒤 친구들과 그 빙수를 먹는 날은 매우 신이 났었습니다. 어쩐지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이랄까요.
친구와 팥빙수 가격을 두고 이야기를 나눈 건, 얼마 전 1만원도 넘는 녹차빙수를 앞에 두고서였습니다. 대야만한 크기의 사기그릇엔, 입에 넣으면 눈처럼 사르르 녹아내릴 정도로 곱게 간 우유얼음과 부드러운 녹차아이스크림, 윤기 나는 팥, 견과류에 떡까지 담겨 있었죠. 초등학교 때 먹던 팥빙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급진 빙수였지만, 그릇을 다 비우진 못했습니다. 지나치게 달았거든요.
추억이라는 게 그런 것 같습니다. 기억은 과장되고 과거는 아름답게 채색되기 마련이라, 객관적으로 ‘지금의 맛’이 아무리 좋아도 ‘추억의 맛’을 능가하기는 어렵죠. 하지만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삼순이가 한 말, “추억은 추억일 뿐이에요. 추억은 아무런 힘도 없어요”도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친구와 제가, ‘학교 앞 빙수’ 이후로 계속 만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않았다면, 그때보다 50~100배는 비싼 빙수를 먹으며 옛날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까요? 빙수값이 어디까지 오를진 모르겠습니다만, 또 수십년 뒤에도 친구와 제가 빙수 한 그릇을 앞에 두고 웃음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도 그런 추억을, 이 여름 누군가와 함께 빙수를 먹으며 만들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조혜정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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