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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바닥과 혼연일체가 되어

등록 2016-09-01 09:33수정 2016-09-01 09:51

고백하자면, 저는 거실 바닥과 혼연일체가 돼 주말을 보냅니다. 바다에 갈 때처럼 특별한 일이 아니면, 주말에 집 밖으로 나가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언젠가는 여름휴가 일주일 내내 집에만 있었던 적도 있습니다. 심심하지 않으냐고요? 그럴 리가요. 밀린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 야구 중계를 보며 맥주를 마시고, 책을 읽고, 음식을 해 먹고, 낮잠도 자고, 인터넷 쇼핑도 하고…. 집 안에 노래방용 미러볼을 달 정도로 별난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이렇게 집에서 평범한 일상만 반복해도 바쁘고 신납니다.

예전엔 제가 집에서 논다고 하면 “친구 없니?”라고 묻거나, 이상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세상이 진짜 변하긴 했나봐요. 요즘엔 “맞아, 집에 있는 게 최고야”라고 맞장구를 치거나, “나도 그러고 싶은데 애들 때문에 그럴 수가 없다”며 부러워하는 사람이 제법 많아졌거든요.

사람은 사람한테 위로받고 기운을 얻기도 하지만, 상처받고 기를 빨리는 것도 역시 사람한테서죠. 마음에 안 드는 사람한테도 억지로 미소 짓고, 화가 날 때도 감정을 억누르며 목소리를 낮춰야 하는 게 사회생활이니까요. 그렇게 사람들과 부대끼는 게 피곤하게 느껴질 땐 혼자 조용히 보내는 시간이 간절해집니다.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더 행복하게 보내고 싶대도, 혼자서 단단해지는 시간이 필요하죠. 몸과 마음의 힘을 충전하는 시간 말입니다.

그렇게 보면 ‘집콕족’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집콕이란 결국 제 몫의 삶을 열심히 사느라 지칠 때 집에서 몸과 마음의 힘을 충전하는 거니까요. 배터리 용량이 다르듯, 사람마다 그 힘을 간직하는 기간과 충전할 주기가 제각기 다를 뿐이지 말입니다. 혹시 무력감이 들고 주변 사람들이 미워 보인다면, 이번 주말엔 나가 놀아야 잘 노는 거란 강박에서 벗어나 집에 콕 박혀 늘어지게 쉬어보는 건 어떠세요?

조혜정 팀장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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