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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냐옹, 행복하다멍

등록 2016-10-06 11:01수정 2016-10-06 11:46

[esc] 커버스토리 반려동물 열풍을 바라보는 개와 고양이의 이야기
에스엔에스(SNS)에서 반려동물은 '좋아요'를 가장 많이받는 사진 가운데 하나다. 사진 에스엔에스 인스타그램에서 개를 뜻하는 '멍스타그램'과 고양이를 뜻하는 '냥스타그램'을 검색해 나온 사진들을 재배열했다. 사진 사용을 허락해준 이용자들에게 감사드린다. 그래픽 홍종길 기자 jonggeel@hani.co.kr

김반려씨는 오늘 아침도 황급하게 출근한다. 제 아침밥도 못 챙겨 먹는 그가 빼놓지 않는 건 ‘멍이’와 ‘냥이’의 밥이다. 싱글족인 그에게 이들은 포유류로 분류되는 개, 고양이가 아니다. 살뜰히 보듬어줄 입양한 자식 같은 존재, 삶의 동반자, 가족이다.

“얘들아, 엄마 회사 갔다 올게. 잘 놀고 있어.” 애틋한 한마디를 남긴 채 그는 집을 나선다. 닫힌 현관문을 멍하니 바라보는 ‘멍이’, 오늘도 ‘냥이’와 함께 엄마 없는 빈집에서 하루를 보내야 한다.

서글픈 멍이가 원망을 담아 한마디 한다. “이렇게 혼자 둘 거면 데려오지나 말지!”

외로운 생활이 익숙한 냥이는 상심한 멍이를 달랜다. “너 심심할까봐 나 데려온 거 아냐. 너무 엄마를 미워하지 마.”

둘만의 대화가 이어진다.

멍이(이하 멍) 엄마는 왜 이렇게 우리랑 같이 살려고 하는 걸까?

냥이(이하 냥) 외로워서 그런 게 아닌가. 그러니까 만날 우리한테 놀아달라 하고, 좀 귀여운 척해주면 까르르 넘어가고.

(지난해 정부 발표를 보면, 전체 가구의 21.8%인 457만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데, 대부분 1인 가구와 자녀가 없는 1세대 가정이다. 가장 많이 키우는 동물인 개는 510만마리로 집계됐고, 2위를 차지한 고양이도 190만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흥, 잘난 척은. 엄마가 우리 밥 차려주랴 필요한 물건 사주랴 얼마나 고생하는데 그런 소릴 하냐. 얼마 전엔 80만원짜리 로봇 화장실도 사줬잖아?

그거야 오줌 치우는 게 귀찮으니까 그런 거지. 너야말로 어제 개 스파 다녀왔지? 몸에서 좋은 냄새가 나던데? 정말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이 꼭 맞아.

우리 같은 반려동물이 늘어나니까 그런 서비스까지 생겨난 거지.

꼭 그렇지는 않아. 어제 엄마가 신문 보면서 얘기하던데, 반려동물 수는 옛날보다 줄었다고. 사람들이 우리를 같은 사람처럼 여기게 된 게 아닌가 싶어.

(지난해 한국갤럽 조사에선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응답이 19%로, 1997년 같은 조사의 25%보다 6%포인트 줄었다. 하지만 “반려동물이 인간과 같은 감정을 가진 존재”라고 답한 사람은 86%나 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반려동물 관련 시장 규모가 올해 1조8000억원에서 2020년 6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수가 딱히 늘어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열풍인 것처럼 보이지?

텔레비전 영향이 큰 것 같아. 개그맨 이경규 아저씨가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펫방’ 했을 때 엄마가 정신줄 놓고 본 거 기억 안 나? 그거 그때 1위 했잖아. 최근에는 강형욱 아저씨 같은 스타 개훈련사들이 그 프로그램에서 엄청 인기를 끌고 있고.

아, 동물을 혼내지 말고 동물 처지에서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라는 아저씨? 그러고 보니 엄마도 그 아저씨 방송 본 뒤로는 더 많이 상냥해졌어. 예전엔 “무는 개는 몽둥이로 때려야 한다”는 말도 가끔 했는데, 요즘엔 왜 무는지 이해해야 한다고 하잖아.

간디라고 들어봤냐? “한 국가의 위대함은 동물들이 어떻게 대우받고 있는지로 판단할 수 있다”고 했대. 동물이 행복해야 사람도 행복한 거야.

맞아. 사람이 개나 고양이만도 못 하면 안 되는데 말이야! 오늘은 엄마 오면 잘 돌봐줘서 고맙다고 가서 안겨줄까? 냐옹~.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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