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엔에스(SNS)에서 반려동물은 '좋아요'를 가장 많이받는 사진 가운데 하나다. 사진 에스엔에스 인스타그램에서 개를 뜻하는 '멍스타그램'과 고양이를 뜻하는 '냥스타그램'을 검색해 나온 사진들을 재배열했다. 사진 사용을 허락해준 이용자들에게 감사드린다. 그래픽 홍종길 기자 jonggeel@hani.co.kr
김반려씨는 오늘 아침도 황급하게 출근한다. 제 아침밥도 못 챙겨 먹는 그가 빼놓지 않는 건 ‘멍이’와 ‘냥이’의 밥이다. 싱글족인 그에게 이들은 포유류로 분류되는 개, 고양이가 아니다. 살뜰히 보듬어줄 입양한 자식 같은 존재, 삶의 동반자, 가족이다.
“얘들아, 엄마 회사 갔다 올게. 잘 놀고 있어.” 애틋한 한마디를 남긴 채 그는 집을 나선다. 닫힌 현관문을 멍하니 바라보는 ‘멍이’, 오늘도 ‘냥이’와 함께 엄마 없는 빈집에서 하루를 보내야 한다.
서글픈 멍이가 원망을 담아 한마디 한다. “이렇게 혼자 둘 거면 데려오지나 말지!”
외로운 생활이 익숙한 냥이는 상심한 멍이를 달랜다. “너 심심할까봐 나 데려온 거 아냐. 너무 엄마를 미워하지 마.”
둘만의 대화가 이어진다.
멍이(이하 멍) 엄마는 왜 이렇게 우리랑 같이 살려고 하는 걸까?
냥이(이하 냥) 외로워서 그런 게 아닌가. 그러니까 만날 우리한테 놀아달라 하고, 좀 귀여운 척해주면 까르르 넘어가고.
(지난해 정부 발표를 보면, 전체 가구의 21.8%인 457만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데, 대부분 1인 가구와 자녀가 없는 1세대 가정이다. 가장 많이 키우는 동물인 개는 510만마리로 집계됐고, 2위를 차지한 고양이도 190만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멍 흥, 잘난 척은. 엄마가 우리 밥 차려주랴 필요한 물건 사주랴 얼마나 고생하는데 그런 소릴 하냐. 얼마 전엔 80만원짜리 로봇 화장실도 사줬잖아?
냥 그거야 오줌 치우는 게 귀찮으니까 그런 거지. 너야말로 어제 개 스파 다녀왔지? 몸에서 좋은 냄새가 나던데? 정말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이 꼭 맞아.
멍 우리 같은 반려동물이 늘어나니까 그런 서비스까지 생겨난 거지.
냥 꼭 그렇지는 않아. 어제 엄마가 신문 보면서 얘기하던데, 반려동물 수는 옛날보다 줄었다고. 사람들이 우리를 같은 사람처럼 여기게 된 게 아닌가 싶어.
(지난해 한국갤럽 조사에선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응답이 19%로, 1997년 같은 조사의 25%보다 6%포인트 줄었다. 하지만 “반려동물이 인간과 같은 감정을 가진 존재”라고 답한 사람은 86%나 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반려동물 관련 시장 규모가 올해 1조8000억원에서 2020년 6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냥 수가 딱히 늘어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열풍인 것처럼 보이지?
멍 텔레비전 영향이 큰 것 같아. 개그맨 이경규 아저씨가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펫방’ 했을 때 엄마가 정신줄 놓고 본 거 기억 안 나? 그거 그때 1위 했잖아. 최근에는 강형욱 아저씨 같은 스타 개훈련사들이 그 프로그램에서 엄청 인기를 끌고 있고.
냥 아, 동물을 혼내지 말고 동물 처지에서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라는 아저씨? 그러고 보니 엄마도 그 아저씨 방송 본 뒤로는 더 많이 상냥해졌어. 예전엔 “무는 개는 몽둥이로 때려야 한다”는 말도 가끔 했는데, 요즘엔 왜 무는지 이해해야 한다고 하잖아.
멍 간디라고 들어봤냐? “한 국가의 위대함은 동물들이 어떻게 대우받고 있는지로 판단할 수 있다”고 했대. 동물이 행복해야 사람도 행복한 거야.
냥 맞아. 사람이 개나 고양이만도 못 하면 안 되는데 말이야! 오늘은 엄마 오면 잘 돌봐줘서 고맙다고 가서 안겨줄까? 냐옹~.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