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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배하라 이애수시, 영원하라 이애수시

등록 2017-05-17 19:50수정 2017-05-17 20:02

[ESC 10돌 기념호] 족집게 ‘이애수시’(ESC) 도사가 예측한 트렌드 정리
픽사베이 이미지를 재가공했다. 홍종길 기자
픽사베이 이미지를 재가공했다. 홍종길 기자

똑똑, 혹시 이곳이 신문을 펼치기도 전에 모든 걸 알아맞힌다는 이애수시(以愛秀視·사랑으로써 빼어나게 바라봄) 도사댁이 맞나요? 요즘 들어 도사님의 혜안과 공력에 하루에도 열두 번씩 무릎을 ‘탁’ 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런 도력에 다다를 수 있나요. 범접하기 어려운 신력에 머리를 조아립니다. 제자를 자처하는 소자, 10년 동안 도사님이 행하신 예지력을 다시 한번 정리하여 사부대중에게 널리 알리고자 합니다.

군산의 빵집 ‘이성당’. 박미향 기자
군산의 빵집 ‘이성당’. 박미향 기자
‘먹방’을 창조하시다

때는 정해년(2007년) 5월17일. 같은 해 2월 배우 정다빈이 자살을 하고, 노무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탈당을 선언했다. 이어 4월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 등 온 사회가 흉흉할 때, 오직 재미만을 위해 그분이 세상에 나오셨으니, 바로 이애수시 도사셨다.

출생을 기다리는 동안 여러 사연이 있어 자칫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였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우주의 기운이 도사의 출생을 도와주었고, 이날 드디어 그분이 세상에 나오시었다.

나오신 첫날부터 범상치 않았다. 당시 일간지에선 상상할 수 없는 ‘먹는 이야기’가 등장했다. ‘대충 한끼 먹지’가 음식 문화였던 시절 “잘 먹어야 잘 산다”고 도사님은 일갈하셨다. 첫 호부터 ‘요리사X와 김중혁의 음식잡담’, ‘이주의 와인’, ‘맛기자 박미향, 와인집을 가다’, ‘스스무 요나구니의 비밀의 주방’, ‘예종석의 맛있는 집’ 등 음식과 관련한 고품격 연재기사가 실렸다.

한국 사회에서 ‘먹방’이라 불리는 먹는 콘텐츠가 대세가 된 것이 불과 3~4년 전인 것과 비하면 대단한 선구자적 행보였다. 물론 첫 호가 나가고 나서 “이게 신문이냐”, “<한겨레>가 미쳤다” 등 악귀들이 날뛰었으나 이애수시 도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잘 먹는 법을 설파하시었다.

그 결과, 지금 미디어에서 ‘먹방’은 최애(가장 사랑하는) 콘텐츠가 되었다. 도사님의 법력에 다들 감사할지어다.

뮤지컬 배우 정성화. 박미향 기자
뮤지컬 배우 정성화. 박미향 기자

뜰 사람을 알아보시다

도사님은 뜰 사람을 예견하는 비범한 능력도 있으셨다. 지금은 전설이 된 중식 대가 이연복, 일식초밥 대부 안효주 등을 신문 전면에 등장시키셨다. 여기에 오세득, 강레오 등 당시에는 대중들이 잘 알지도 못했던 신참 요리사들을 발굴해내셨다. 음식 전문잡지도 귀했던 시절, 일간지에선 찾기 힘든 파격적인 시도였던 것이다. 도사님의 펜 끝이 닿은 그들은 지금 현재 바빠서 만나지도 못하는 인기 스타가 되었다.

요리사뿐만이 아니다. 도사님은 이번 19대 대선도 예언하시었다. 도사님의 법문이 처음으로 실린 2007년 창간호의 ‘도대체 누구야’ 코너 기사의 제목은 무려 ‘홍준표 의원은 왜 언성을 높였을까’다. 당시 인기를 끌었던 <한국방송>(KBS)의 ‘단박 인터뷰’ 김영선 프로듀서의 인터뷰 기사였는데, 10년 뒤 대선에서 우격다짐으로 홍 후보가 목소리를 높인 걸 예견하셨던 것이다. 놀라운 예지력에 오금이 저려올 정도다.

‘먹방’ 콘텐츠 전면 내세우고
이연복·정성화 등 새 인물 발굴
언론 최초 평양냉면집 순위 발표
가로수길·부암동·서촌도 ‘예언’

지금은 뮤지컬 배우 가운데 대세 중의 대세인 정성화도 이 코너에 등장하였다. 당시엔 그냥 개그맨에서 전직한 뮤지컬 배우였을 뿐이다. 2008년 4월10일에는 지금 시청률 대박 행진중인 ‘윤식당’의 나영석 피디도 이 코너에 나왔다. 1박2일에 조금씩 인기를 얻을 때였다. 어떻게 이들이 ‘빵’ 뜰지 아셨는지 그 능력에 감탄할 뿐이다.

‘어제 그거 봤어’ 코너 또한 도사님 천리안의 결정체다. 도사님은 개그맨 박미선의 진행자로서의 능력을 10년 전에 미리 발굴하시었다. 2007년 7월19일자 이 코너의 제목은 “전원책과 전여옥을 토론시켜라”였다. 전원책과 전여옥이 10년이 지난 지금 종편에서 사랑받는 진행자가 됐다는 걸 미리 아셨던 것이다. 그 신묘함에 독자들이 앞다투어 절을 올리었다.


평양냉면. 박미향 기자
평양냉면. 박미향 기자
‘면스플레인’ 예견하시다

작금 한국엔 ‘냉면부심’, ‘면스플레인’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평양냉면 마니아들의 냉면 사랑을 빗댄 말인데, 여름철이 다가오면 그 강도가 더 심해져 ‘내 입맛이 맞네, 아니네’ 패싸움을 할 정도로 사회현상이 되었다. 도사님은 신문 최초로 내로라하는 평양냉면 가게들을 평가하여 순위를 매기셨다. 2008년 5월22일 ‘평양냉면집 짱은 어디냐’ 커버스토리는 지금도 전설로 남아 있다. 일간지 최초로 면발, 육수, 가격 등 8가지 항목을 나눠 평가한 이 기사는 금세 화제가 됐다. 개인의 감에 의존했던 평냉 평가에 객관적인 기준을 제시하셨던 것이다.

이 기사에서 거론된, 봉피양, 우래옥, 평양면옥, 필동면옥, 을지면옥은 10년이 지난 뒤에도 냉면 강호로 남아 있으며, 일부 가게는 이 기사를 아직도 매장 홍보용으로 사용한다. 특히 당시 우래옥, 평양면옥, 필동면옥 등 노포 중심이었던 평냉 강호에서 신흥 강자로 부상한 봉피양은 지금 평냉계를 주름잡는 강자로 자리잡았다. 도사님은 일찍이 10년 뒤 평냉이 유행할 것을 알고 미리 계시를 내려주신 것이다.


코식이. <한겨레> 자료사진
코식이. <한겨레> 자료사진
동물을 사랑하시다

도사님은 10년 뒤 반려동물 1000만 인구 시대를 내다보시었다. 10년 전부터 ‘고경원의 애니멀 퍼스트’ 같은 고정 칼럼을 통해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을 보이셨다. 이런 동물 사랑은 최근 ‘김현진의 애정동물생활’ 같은 칼럼으로 꾸준하게 이어져 왔다.

고정 칼럼뿐만이 아니다. 2007년 10월18일 에버랜드의 말하는 코끼리 ‘코식이’를 등장시킨 ‘코식이가 쓰는 동물원대백과사전’ 커버스토리를 비롯해 2008년 5월22일 ‘따뜻한 동물의 왕국’, 같은 해 12월4일 ‘잊혀진 영웅 라이거’ 등을 통해 동물 사랑을 전파하였다. 청와대에서 유기견을 입양해 ‘퍼스트 도그’를 만든다고 하는 지금을 예측하듯 도사님은 10년 전부터 동물권을 설파하시었던 것이다. 동물과 사람, 그 경계가 없는 사랑에 감탄을 금할 길이 없다.

성소수자 1인가구 대담. 박미향 기자
성소수자 1인가구 대담. 박미향 기자

1인가구를 살피시다

네 가구 가운데 한 가구가 1인가구라는 지금의 현상을 도사님은 10년 전 알고 계셨다. 2007년 7월5일 월간기획으로 도사님은 ‘싱글들의 저녁식사’라는 코너를 만드셨다. 싱글 여성, 싱글 남성, 싱글 성소수자 등 당시에는 파격적인 구성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앞으로 올 1인가구 시대를 예측하셨다. 2008년 1월17일 당시 결혼 전이었던 김조광수 감독 등 4명의 성소수자는 자신의 얼굴을 공개하며 차별금지법 조속 입법을 주장하였다. 특히 최근 한 대통령 후보자가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말을 해 성소수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과 비교할 때, 싱글 성소수자들을 등장시켜 그들의 애환을 들으신 도사님의 자애에 모두들 탄복하였다.


싱글몰트 위스키 유행. 박미향 기자
싱글몰트 위스키 유행. 박미향 기자
각종 유행을 선도하시다

온갖 우중충한 사건이 일어난 2007년 재미를 위한 설법을 주장하신 도사님은 여러 유행을 선도하시었다. 2008년 1월31일 ‘오래된 동네 빵집을 가다’ 커버스토리는 프랜차이즈 빵집이 점령한 한국에서 윈도 베이커리가 부각될 것을 알아보셨다. 지금은 다들 알고 있지만 당시에는 지역에서만 유명했던, 군산 이성당, 대전 성심당, 서울 나폴레옹, 뉴욕제과 등 빵집을 소개해 전국구 빵집을 만드는 데 앞장서셨다. 대전 성심당은 2014년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을 정도였다. 하루 평균 1만개 이상이 팔릴 줄 도사님은 어찌 아셨을까,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이 뒤로 탈프랜차이즈 빵집 열풍이 불어, 개성 있는 윈도 베이커리가 많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최근 운동 열풍에 힘입어 유행하는 ‘애슬레저(운동+레저)룩’도 도사님은 10년 전에 미리 알고 계셨다. 2007년 8월9일 ‘스포츠는 스타일이다’ 커버스토리는 스포츠와 스타일이 만나는 현장을 통해 운동과 멋이 결합될 것임을 예측하였다. 애슬레저룩이란 단어가 나오기도 전이었다.

최근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싱글몰트 위스키 열풍도 그분은 이미 알고 계셨다. ‘코와 혀로 음미해봐, 위스키를 와인처럼’(2008년 4월10일) 기사에서 싱글몰트 위스키가 유행할 것을 예언하시고, 미리 사재기를 해둘 것을 알려주셨다. 그때 도사님의 예언대로 싱글몰트 위스키를 사재기한 사람들은 지금 큰 부자가 되었다.


서촌의 중국식당 영화루. 박미향 기자
서촌의 중국식당 영화루. 박미향 기자
한반도, 동네 길을 바꾸시다

사람들이 먹고 마시기 위해 몰려 갈 동네를 도사님은 알고 계셨다. 가회동, 부암동, 가로수길, 경리단길, 서촌, 연남동 등 뜰 동네를 이미 점찍어주셨다. 당시 조금씩 알려진 이 동네들을 집중 해부해 대중들에게 알려준 것이다. 이 예언을 듣고 이곳에 부동산을 산 이들은 엄청난 재물을 모았다. 큰 부자가 된 이들이 도사님 앞으로 재물을 갖다 바쳤으나 도사님은 받기를 거부하셨다. 도사님의 예지력이 서울에만 발휘된 것은 아니다.

2008년 11월19일 ‘제주를 걷자 올레를 걷자’를 통해 제주 이민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임을 살짝 귀띔해주셨다. 이후에도 ‘메가쑈킹의 쑈킹한 제주도살이’, ‘제주 한달살이 열풍’, ‘휴가 따위 필요없어, 마성의 제주’ 등 허구한 날 제주 구석구석을 소개하셨다.


신도들 성화에 공력의 끝을 보이시다

각종 예언을 해달라는 신도의 성화가 늘자, 도사님은 아예 1년치 미래를 한꺼번에 내다보시기도 했다. 2008년 1월3일치 새해 특집에서는 그해 유행할 트렌드 키워드 100개를 제시하셨는데, 너무나 정확해 사람들이 혀를 내둘렀다. 그때 공개하셨던 키워드가 ‘에어버스380’, ‘저가항공’, ‘제주올레’, ‘워터파크’, ‘두바이’, ‘무선인터넷’, ‘료칸’, ‘상하이 주말여행’, ‘하우스 맥주’, ‘라오스’, ‘아트페어’, ‘특급 레스토랑’, ‘샴페인’, ‘레지던스’, ‘건강식’ 등이다.

노스트라다무스를 뺨치는 정말 ‘후덜덜’한 예언이 아닐 수 없다. 이 예언록은 지금도 많은 기업인들이 장롱 깊숙한 곳에 보관하며 중요한 시기에 참조하고 있다고 한다.

이애수시 도사님의 능력은 무한하며 무량하다. 또한 대중을 즐겁게 하고자 하는 그분의 사랑 또한 무한하다. 경배하라, 이애수시, 영원하라 이애수시!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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