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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야 퍼스널 모빌리티족, 바람 타고 사르르~

등록 2017-07-06 10:36수정 2017-07-06 15:27

[ESC] 커버스토리
여의도·서울숲 등 주변
1인용 탈것 대여점 성업
세종시·시흥시 전용도로 추진
관련 법 개정 필요

지난 6월24일 경북 영덕 창포리 산림생태문화공원 탐방로에서 한 여성이 전동휠(일명 왕발통)을 즐기고 있다.
지난 6월24일 경북 영덕 창포리 산림생태문화공원 탐방로에서 한 여성이 전동휠(일명 왕발통)을 즐기고 있다.
“탈 데가 없어요. 법 지키려면.”

“바퀴 달렸다고 찻길서 타라는데, 목숨 걸라는 거죠.”

“이게 세계적 추세인데, 우리나라 탁상·늑장행정 정말 답답하네요.”

지난 6월28일 오후 여의도의 한 오토 퍼스널 모빌리티(개인용 이동수단) 매장 앞에서 만난 판매·대여점 관계자, 그리고 빌려 타기 위해 찾아온 이용객 등이 쏟아낸 말이다.

전동휠, 전동킥보드 등 오토 퍼스널 모빌리티(퍼스널 모빌리티) 이용자가 전국적으로 급증하고 있지만, 정작 마음놓고 탈 수 있는 곳을 찾기는 매우 어렵다. 현행법상 인도나 자전거도로, 공원 등에서 타면 법규 위반이다. 퍼스널 모빌리티를 합법적으로 탈 수 있는 곳은 어딜까?

사유지, 빈터, 한적한 차도에서 타라?

탈것을 구입한 이들이 단속당하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곳은 널찍한 빈터 등 사유지, 시내 이면도로, 공원 주변의 한적한 차로, 학교 교정 등이다. 하지만 퍼스널 모빌리티 이용자들의 현실은 좀 다르다. 단속만 하지 않으면 인도나 자전거도로를 따라 공원이든 뒷골목이든 내키는 대로, 가고 싶은 곳으로 타고 돌아다닌다. 법을 어기지 않고 이용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여의도공원에서 개인 전동휠을 타고 있던 김아무개(25)씨는 “요즘 매일 전동휠 타는 재미에 푹 빠져 산다”고 했다. 주로 공원 주변이나 자전거도로에서 타는데, 제한된 구역에서 타는 게 지루해지면서 가끔은 몰래 한강시민공원으로 들어가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낮엔 단속 때문에 못 가고요. 가끔 (단속요원이 퇴근한 뒤인) 밤에 들어가서 돌아다니죠.”

대학생 이다희(21)씨는 여의나루역의 한 매장에서 90만원대와 120만원대 전동킥보드를 앞에 두고 비교해보고 있었다. “통학용으로 타기 위해 킥보드를 사러 왔다”고 했다. “전동 휠·킥보드를 타고 통학하거나, 교정에서 강의실 이동 때 타는 친구들이 부쩍 늘었어요.”

이씨의 경우도 학교까지 7~8㎞ 되는 거리를 인도와 자전거도로를 이용해 오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거의 모든 이용자들이 자전거도로·인도를 따라 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전주 한옥마을에서 만난 가족. 엄마는 양발휠을, 아이들은 킥보드를 타고 있다.
전주 한옥마을에서 만난 가족. 엄마는 양발휠을, 아이들은 킥보드를 타고 있다.

전국 관광지·공원에서 대여점 성업 중

구입하기 전에 체험을 해보고 싶다면 어디서 타야 할까. 초보자들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대여점들에서 전동휠, 전동킥보드, 전기스쿠터, 전기자전거 등을 빌려 탈 수 있다.

서울에만 여의도, 올림픽공원, 서울숲 같은 공원과 자전거도로 주변에서 성업중인 대여점이 수십 곳에 이른다. 부산·대구·광주·대전·인천·울산·세종시 등 전국 대도시에도 대여점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전주 한옥마을의 경우 무려 20곳에 이르는 1인용 탈것 대여점이 들어서 있다. 대여를 겸하는 일부 카페·민박집·한복대여소 등까지 포함하면 대여업소는 40곳에 이른다.

전북 전주 한옥마을에서 한복 차림의 대학생들이 전동휠에 올라 포즈를 취했다.
전북 전주 한옥마을에서 한복 차림의 대학생들이 전동휠에 올라 포즈를 취했다.
퍼스널 모빌리티 체험이 가장 먼저 정착한 곳은 제주도다. 7년 전 제주시에 모빌리티 매장이 선보인 이래 대여점이 늘어나기 시작해 현재 제주도엔 20곳 안팎의 판매장·대여점이 들어섰다. 내륙 대여점 대부분이 시간당 요금을 받는 것과 달리, 제주도에선 24시간·48시간 등 장시간 대여가 많다. 차에 싣고 다니다, 근거리 이동용으로 전동 휠·킥보드를 타는 여행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대여점들에서는 전동 휠·킥보드를 탈 수 있는 주변 구역을 안내해준다. 그러나 이런 구역 역시 인도·자전거도로를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단속만 되지 않을 뿐 불법 주행인 셈이다.

대여점에선 초보자에게 타는 법과 주의사항을 알려주고 안전모(헬멧)와 무릎·팔꿈치 보호대도 빌려준다. 대여료는 지역과 업소마다 다르지만, 보통 1시간에 1만~1만5000원 선이다. 조심할 것은 보험에 들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어서, 사고 발생이나 장비 파손 때 모든 책임을 이용객이 져야 한다는 점이다.

영덕군 전동휠 생태탐방로 개장

법적 뒷받침이 전무한 채 퍼스널 모빌리티는 인기 레저용품으로 떠오르고 친환경 이동수단이라는 인식은 확산하고 있다. 벌써 이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지자체도 나타났다.

영덕 풍력발전단지 안의 산림생태문화공원은 전국 첫 지자체 운영 전동휠 체험장이다.
영덕 풍력발전단지 안의 산림생태문화공원은 전국 첫 지자체 운영 전동휠 체험장이다.
지난 6월24일 경북 영덕군 창포리 풍력발전단지 안 산림생태문화공원. 전동휠을 탄 이동민(29·부산시 남구 용호동)씨 부부가 나란히 소나무숲길을 따라 움직이며 말했다. “이렇게 한적한 산속에서 전동휠을 탈 수 있다고는 생각 못했습니다.” “기분 짱 좋아요.” 이씨는 “평소 전동휠을 타보고 싶었는데, 전용 탐방로가 생겼다는 말을 듣고 친구 부부와 함께 타러 왔다”며 “전동휠 타며 데이트하기 딱 좋은 코스”라고 말했다.

지난 6월13일 개장한 영덕 산림생태문화공원 전동휠 체험장은 지자체 중에서 가장 먼저 선보인 공식 ‘퍼스널 모빌리티 이용시설’이다. 공원 곳곳으로 이어진 5㎞에 이르는 탐방로를 따라 전동휠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숲과 언덕길·굽잇길, 호수, 습지공원, 꽃밭, 야자매트길, 나무데크길 등이 이어지는 멋진 생태탐방로다. 화장실과 그늘막·그네의자 등 쉼터도 곳곳에 마련했다. 탐방로까지 이동하는 도로변에선 동해바다도 눈에 들어온다. 전동휠(왕발통) 대여료는 2시간에 9000원. 운전면허 지참 필수.

영덕군은 앞으로 킥보드 등 대여 품목을 확대할 계획이다.

영덕 산림생태문화공원 전동휠 코스 중 하나인 향기터널.
영덕 산림생태문화공원 전동휠 코스 중 하나인 향기터널.

지자체들 앞다퉈 관광자원 활용 추진

퍼스널 모빌리티를 본격 친환경 이동수단으로 활용하도록 전용도로나 겸용도로 설치를 추진 중인 지자체들도 있다.

경기 시흥시는 공사 중에 있는 배곧신도시의 수변공원 자전거도로 및 인도를 퍼스널 모빌리티 겸용 구간으로 정해, 전동 휠·킥보드 운행규정 마련과 안전표지판 설치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시흥시 도시정책과 관계자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월곶역~수변공원~캠핑장 자전거도로를 기존 자전거도로와 연계한 퍼스널 모빌리티 겸용도로로 만들어 도심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시도 행복도시청과 함께 중앙공원 일대에 별도 ‘피엠(퍼스널 모빌리티) 전용도로’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건설중인 세종시는 ‘피엠 전용도로’ 시범 도입의 최적지로 평가된다.

아직은 관련 법규도 이용시설도 백지 수준이지만, 퍼스널 모빌리티를 타고 전국 구석구석을 여행할 수 있는 날도 머잖아 닥쳐올 전망이다.

영덕 전주/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Auto personal mobility: 전기 동력으로 움직이는 1인승 탈것. ‘개인용 이동수단’으로 번역. 전동킥보드, 전동휠, 전기자전거, 1인승 전기자동차 등을 총칭. 스마트 모빌리티(Smart Mobility)라고도 부름.

전동휠·킥보드 탈 때 조심 또 조심!

젊은이들 사이에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전동킥보드, 전동휠 등 ‘오토 퍼스널 모빌리티’(개인용 이동수단) 혹은 ‘퍼스널 모빌리티’는 놀이기구가 아니다. 도로교통법상 차량으로 분류된다. 원동기 면허(만 16살 이상 응시자격) 이상의 운전면허 소지자만이 탈 수 있다. 16살 미만은 아예 자격이 없다. 무면허 운전 및 음주운전은 처벌 대상이다. 운전면허가 없다면 3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국내 현행법으로는 인도, 자전거도로, 공원에서 탈 수 없다. 일반 차도로만 통행해야 한다. 위반 땐 범칙금 5만원이 부과된다.

전동휠, 전동킥보드 등을 자전거도로에서 탈 수 있게 하거나, ‘원동기 장치 자전거’가 아닌 별도의 이동수단으로 정의하고 면허제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달 초 이런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돼, 많은 이들이 법안 통과를 기대하고 있다.

탈 때는 반드시 안전모(헬멧)와 무릎·팔꿈치보호대를 착용해야 한다. 도로교통법에 안전모 착용 의무가 명시돼 있다. 보행자와의 사고, 퍼스널 모빌리티끼리 사고의 경우 ‘차량 사고’로 분류돼 형사처벌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알아둬야 한다.

특히 대여점을 이용할 경우 주의해야 할 사항이 많다. 빌릴 때 써야 하는 계약서엔, 기기 고장 외에는 거의 모든 사고 책임을 이용자가 지도록 한 경우가 많다. ‘과실과 부주의로 인한 사고 발생시 모두 본인이 책임진다’는 서약서다. 조심스럽게 타고 즐기는 것만이 답이다. 안전이 우선이다. 대여 장비 파손 때엔 부품별로 수리 금액이 청구된다. 물에 빠뜨렸을 경우 기기 판매가격의 70% 배상을 요구하기도 한다.

초보자는 무엇보다 충분한 연습을 통해 주행 요령을 익힌 다음 타야 한다. 대여점들은 전동휠, 전동킥보드의 최고 속도를 시속 10~20㎞로 제한해 두지만, 타다 보면 이 속도도 장난이 아니란 걸 알게 된다. 주행 중 핸들 조작 실수나 급회전으로 넘어지는 경우가 잦다.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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