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이 평소에 ‘말은 해야 맛이고, 고기는 뜯어야 맛이다’라는 속담을 염두에 두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텔레비전 토론 프로그램 등에서 전문가 패널 못지않은 언변을 구사하는 그를 볼 때, 최소한 ‘달변가’ 수준이었음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의 촌철살인 어록을 모아봤다.
<신해철의 촌철살인 어록>
“나는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한국 사회의 문제점에 많은 분노를 느꼈다. 국가의 틀이 개인에게 끼치는 영향력은 음악을 하는 사람이든 아니든, 어느 누구에게도 예외가 아니다.”(2003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
“댄스 위주의 음악가와 라이브 음악가는 엄연히 구분돼야 한다. 퍼포먼스 가수의 립싱크는 있는 그대로 즐기고, 라이브가 듣고 싶으면 콘서트장으로 가라.”(2006년 ‘고스트 스테이션’)
“불법으로 다운받는 사람들은 다운받고 욕이나 안 했으면 좋겠어요. 그게 뭐 좋으네 나쁘네 하지 말고 그냥 닥치라는 거죠.”(2007년 ‘무릎팍 도사’)
“동방신기와 비의 노래를 유해 매체로 지정할 게 아니라, 국회 자체를 유해 장소로 지정하고 뉴스를 차단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국회 역시 19금이다.”(2008년 ‘100분 토론’)
“이 나라는 술에 잠겨 가라앉고 있는 나라다. 우리나라는 술 문화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하다. 사람이 술을 지배해야지 술이 사람을 지배하면 쪽팔린 것이다.”(2009년 고려대학교 특별 강연)
“물에 빠진 사람을 우리가 구하지 않았다는 죄의식을 잊지 말아야 한다. 노무현의 죽음은 민주주의를 되돌리는 전기를 마련해줄 수 있지만 그러기엔 너무 아까운 사람이 죽었다.”(2009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공연)
“세상을 바꿀 힘은 없어도 세상의 일부인 자신을 바꿀 힘은 있지 않겠냐. 닥치고 힘내라.”(2013년 자신의 트위터)
“네가 무슨 꿈을 이루는지에 대해 신은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행복한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엄청난 신경을 쓰고 있다.”(2014년 ‘비정상회담’)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Shin hae chul(신해철)
1968년 서울 출생. 뮤지션, 음악 프로듀서, 라디오 디제이, 방송인 그리고 독설가. 별명은 ‘마왕’. 1988년 대학가요제에서 밴드 무한궤도 리더로 대상을 받으며 데뷔. 솔로, 밴드(넥스트 등), 영화음악 등 총 35장의 앨범 발표. 대표곡으로는 ‘그대에게’,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민물장어의 꿈’ 등이 있음. 2014년 불의의 의료사고로 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