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인상률과 비교해보면 자동차 가격은 의외로 별로 오르지 않는 편이다. 지난 30년 동안 짜장면과 아파트 값이 열 배로 뛰는 사이, 자동차는 겨우 두 배밖에(?) 오르지 않았다. 기술이 발전하고 수요가 증가한 덕분이기도 하고, 부동산이나 음식과 달리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하락하는 물건이라는 특징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떤 자동차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오른다. 그것도 부동산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폭으로 올라서 투자 가치가 미술품보다도 낫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면 ‘중고차’가 아니라 ‘클래식’이 되는 차들은 디자인이 아름답고 역사가 깃들어 있는 유럽산 스포츠카가 대부분이다.
캐나다 온타리오에 본사를 둔 아르엠(RM) 옥션은 클래식카 경매로 유명한 회사다. 1991년에 문을 연 이래 2007년까지 팔린 차들의 평균 가격은 약 3억원이다. 클래식카의 특성상 한 대의 차가 여러 번 팔리는 경우도 있어서 총 판매 대수를 계산하기는 어렵지만, 이 회사의 경매에서 팔린 차가 가격이 떨어지는 경우는 거의 드물어서 지난 2015년에는 연매출 5조8000억원의 세계 최대 미술품 경매 회사인 소더비가 25%의 지분을 사들였다. 오래된 자동차가 ‘예술품’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지금까지 생산된 모든 자동차를 통틀어 가장 비싼 가격이 매겨진 것은 1962년에 생산된 ‘페라리 250 GTO’로 2014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몬터레이 카 위크’(Monterey Car Week) 경매에서 3811만5000달러(약 407억원)에 낙찰됐다. 출시 당시 가격이 1만8000달러였으니 50년 동안 2117배가 오른 셈이다. 이 차는 1963년까지 2년 동안 39대가 생산됐는데, 3000㏄ V형 12기통 엔진을 싣고 최고시속 280㎞를 기록했다. 각종 경주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성능도 중요한 가치지만, 손으로 두드려 만든 아름다운 차체가 예술적이라는 평을 받는다. 미국의 과학기술 전문지인 <파퓰러 메카닉스>는 이 차를 두고 ‘모든 차를 통틀어 가장 섹시한 차’라고 평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 차의 경매 최고가 기록이 깨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세계적인 클래식카 수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사이먼 키드스턴은 “이 세상에는 단 한 대밖에 없는 차도 존재하지만, 그런 차들은 시세가 정해질 수 없고 판매되는 경우도 거의 없다. 그러나 ‘250 GTO’는 너무 많지도 않고 적지도 않아서 가치는 유지하면서도 간혹 매물이 나오기 때문에 수집가들이 눈에 불을 켜고 찾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희소성과 대중성의 적절한 조화는 인기를 얻기 위한 만고불변의 진리인 셈이다.
신동헌 자동차 칼럼니스트·<그 남자의 자동차> 저자, 사진 페라리 FM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