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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봄봄봄봄이 왔네요” 솜사탕 같은 봄노래 모음집

등록 2018-04-11 19:54수정 2018-04-11 20:00

[ESC] 커버스토리

4월 넘쳐나는 봄노래
‘벚꽃엔딩' ‘봄봄봄' ‘봄 사랑 벚꽃 말고’ 등
10㎝ 노래는 솔로를 향한 격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옛 노래 ‘봄날은 간다' 리메이크도 많아
벚꽃.   <한겨레> 자료 사진
벚꽃. <한겨레> 자료 사진
소유의 ‘마이 블라썸’(My Blossom)과 멤버 대성의 입대를 앞두고 발표한 빅뱅의 ‘꽃길’이 봄의 시작을 알렸다. “흩날리는 꽃잎은 쌓여가고 나의 봄은 온통 그대”라고 노래하는 노리플라이의 ‘나의 봄’은 지금 듣기 딱 좋다. 대표적인 봄 시즌 송인 버스커버스커의 ‘벚꽃 엔딩’ 이후, 그리고 그 이전까지 포함해 봄만 되면 찾아 듣는 그 노래들을 모았다.

봄꽃 개화 시기를 알리는 뉴스에 조바심을 치다가 ‘벚꽃 엔딩’이 음원 차트에 재진입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비로소 웃음을 터뜨린다. “드디어 봄이구나.” 예년에 비하면 인기가 시들하긴 해도 2012년 3월 이래, 7년째 봄만 되면 차트를 역주행하는 벚꽃 엔딩은 그야말로 ‘봄의 캐럴’이다. 가사 중에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곱씹어 봐도 재미있다. ‘울리다’는 소리에 관한 동사고 꽃잎이 날리는 광경과 맞지 않는다. 하지만 저 대목을 부르는 장범준의 목소리가 진짜로 거리마다 울려 퍼지게 되었으니, 가사가 예언이 된 셈이다.

버스커 버스커.   <한겨레> 자료 사진
버스커 버스커. <한겨레> 자료 사진
버스커버스커와 마찬가지로 <슈퍼스타케이(K)> 출신인 로이킴이 2013년 4월에 내놓은 ‘봄봄봄’ 역시 간주의 휘파람 소리가 마음을 들뜨게 하는 봄 캐럴이다. 장범준의 성공을 의식하고 계절을 노렸나 싶은 제목엔 봄이 세 번이나 반복된다. 한 단어 ‘봄’은 검색에 잡히기 어렵고 ‘봄봄’은 김유정의 단편소설 제목이며, 네 번 반복하면 “봄봄봄봄 봄이 왔어요”라는 후렴구가 벚꽃 엔딩보다 강력한 이정선 작사·작곡의 ‘봄’ 가사가 뜬다. 역시, 세 번이 답이다. 봄 다섯 번도 있다. 케이리(K.lee)가 만들고 변혜빈이 부른 ‘봄봄봄봄봄’의 가사에는 목련, 진달래, 개나리 등의 봄꽃이 등장하지만 벚꽃은 없다.

로이 킴.   <한겨레> 자료 사진
로이 킴. <한겨레> 자료 사진
아이유와 그룹 하이포(HIGH4)가 2014년 4월에 발표한 ‘봄 사랑 벚꽃 말고’는 봄마다 찾아오는 벚꽃 엔딩이 지겨울 즈음 슬며시 불평을 털어놓는다. “난 다른 얘기가 듣고 싶어 (중략) 떨어지는 벚꽃 잎도 엔딩이 아닌 봄의 시작이듯”이란 가사는 좀 삐딱해도 이해가 된다. 저 때는 카페에서 친구를 만나거나, 택시를 타고 이동하거나, 마트에서 주꾸미볶음(원산지 베트남)이나 돼지갈비 타임 세일 줄에 서 있을 때도 벚꽃 엔딩이 들려오던 무렵이었다.

10㎝의 ‘봄이 좋냐?’는 진짜로 다른 얘기를 들려준다. “벚꽃이 그렇게도 예쁘디 바보들아 결국 꽃잎은 떨어지지 니네도 떨어져라 몽땅 망해라 망해라 망해라 망해라” 노랫말은 좀 험악해도 어쿠스틱 기타에 실리는 목소리가 산뜻해서 거부감은 없다. 2016년 4월1일, 봄에 발매된 봄을 저주하는 노래는 솔로들을 위한 봄노래이기도 하다. 소란의 보컬 고영배가 ‘봄이 좋냐가 좋냐?’로 개사해 부른 버전도 함께 들어야 한다. “봄을 깎아내리지는 마 (중략) 돈이 그렇게도 좋냐 십센치들아 지폐가 그렇게 예쁘디 바보들아 결국 인기는 떨어지지 너네도 떨어져라 몽땅 망해라” 상대방을 견제하고 시샘하는 것 같지만 10㎝ 보컬 권정열과 소란의 고영배는 오래전부터 친한 사이란다. 두 사람은 ‘홍대 인디밴드계의 송대관과 태진아’로 불리기도 한다.

조용필.  <한겨레> 자료사진
조용필. <한겨레> 자료사진
봄노래가 밝고 화사하고 달콤해진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꾸준하게 사랑받는 봄노래인 김윤아의 ‘봄날은 간다’나 재즈 보컬리스트 말로의 ‘벚꽃 지다’처럼 예전에는 가는 봄과 지는 꽃을 바라보느라 세상만사가 덧없고 살짝 우울한 정조가 주를 이뤘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로 시작하는 손로원 작사, 박시춘 작곡 ‘봄날은 간다’는 1954년 가수이자 배우였던 백설희가 부른 이후, 숱한 가수들이 저마다의 음색으로 리메이크했다. 이미자, 장사익, 조용필, 심수봉, 최백호, 이선희, 한영애 등. 쟁쟁한 가수들이 애초부터 자기 노래였다는 듯 개성을 뿜어내서 다 오리지널처럼 들리기도 한다. 피를 토하듯 절절한 목소리로 봄을 보내는 이가 있는가 하면, 인디밴드 스웨터 시절의 이아립이 부른 ‘봄날은 간다’는 산뜻한 목소리가 어쩐지 더 처연하다.

지난 7일, 서울에 벚꽃이 활짝 피기 시작한 날 새벽에 때아닌 눈이 내렸다. “벚꽃은 봄눈 되어 하얗게 덮인 거리 겨우내 움을 틔우듯 돋아난 사랑” 루시드폴이 가사를 썼을 2009년 무렵에 ‘봄눈’은 벚꽃 잎이 떨어져 쌓인 모습을 눈에 빗대어 시적으로 표현한 말이었을 것이다. 벚꽃 사이로 내리는 진짜 봄눈을 보며 그의 노래를 흥얼거렸다.

유선주 객원기자 oozwish@gmail.com


■ ‘꽃길만 걷개’는 뭐게?- 꽃길 가게 이름 열전

꽃길 노래가 연일 흘러나온다. 꽃길 노래가 뜨니, ‘꽃길’ 단어를 집어넣은 간판을 단 가게들도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다. 도로명을 ‘○○꽃길’ 식으로 지은 마을길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꽃길 간판이 느는 건 최근의 일이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꽃길’ 단어를 사용한 수백개의 가게 이름이 떴다. 꽃길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가게가 꽃집인 건 당연해 보이지만, 식당·카페·미용실·상조회사 상호에도 많이 썼고, 떡집·족발집·포장마차·애견숍 상호도 있었다.

‘꽃길만 걷자’ 상호가 많았는데 부산의 신발 가게이기도 하고, 경기도 시흥의 호프집이기도 하며, 청주의 네일숍 이름이기도 하다. 충남 천안의 반려동물 가게 이름은 ‘꽃길만 걷개’이고, 경기도 화성 봉담읍의 족발집 이름은 ‘꽃길족발’이다. 제주도엔 ‘꽃길만 걷차’ 상호를 내 건 렌터카 업체가 두 곳이 있었다.

꽃길 도로명은 전국에 수없이 많다. 강원도 정선의 억새꽃길이나 평창의 메밀꽃길, 경기도 양평의 산수유꽃길처럼 실제로 해당 꽃들이 군락을 이룬 곳들이 있는 반면, 소규모로 꽃을 심어놓고 부르기 쉽고 예쁜 마을길 이름으로 붙인 경우도 많다. 부산 영도구엔 나팔꽃길·방울꽃길·오동꽃길·함박꽃길·동백꽃길 등 꽃길 이름이 10여곳에 이른다. 경기도 파주의 거리 이름에도 꽃길이 많다.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봄이 온다 & 봄꽃 여행

‘봄이 온다’. 2018년 4월1일 평양 동평양대극장, 4월3일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쪽 예술단 공연의 부제목이다. 강산에·이선희·조용필·레드벨벳 등 남쪽 가수들의 공연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씨도 관람했다. 남과 북에 봄이 무르익어가는 4월, ‘봄이 온다’ 공연과 더불어 봄꽃 찾아 떠나는 여행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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