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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꽃길로 들어서니 봄 바다가 열리네

등록 2018-04-12 11:10수정 2018-04-12 11:33

[ESC] 커버스토리

함께 걸으면 좋은 꽃길 전국 만개
강릉 해안도로 ‘헌화로’ 달려볼만
삼척 바닷가마을엔 유채꽃 한창
해안 레일바이크·케이블카도 인기
삼척 맹방리의 유채꽃밭. 유채꽃길을 따라 시민들이 자전거 타고 있다. 삼척에선 4월28~29일 동호인 자전거대회 ‘어라운드 삼척 2018’이 열린다. 도전 코스(138km)와 동행 코스(42km)로 나눠 진행된다.   이병학 선임기자
삼척 맹방리의 유채꽃밭. 유채꽃길을 따라 시민들이 자전거 타고 있다. 삼척에선 4월28~29일 동호인 자전거대회 ‘어라운드 삼척 2018’이 열린다. 도전 코스(138km)와 동행 코스(42km)로 나눠 진행된다. 이병학 선임기자
인사말로 ‘꽃길만 걷자’는 말이 유행이다. 고난의 길 말고, 화려하고 순탄한 길만 가자는 뜻이다. 앞날에 좋은 일만 가득하라는, 그렇게 살자는 덕담이다. ‘문자’로 보내는 새해 인사말로도 쓰고, 축하 인사 할 때도 쓰고, 건배사로도 쓰며 자신에게 하는 다짐으로도 쓴다. 과거에는 이별의 길, 죽음의 길 또는 약삭빠른 이들이 선택하는 쉽고 편한 길을 상징하는 말로 많이 쓰였지만, 이제 ‘꽃길만 걷게 해줄게’처럼 노래 가사에도 흔하게 쓰이면서 ‘사랑 고백’의 용어로도 자리잡았다. 얼마 전 열린 ‘남북 평화 협력 기원 평양공연’의 이름 ‘봄이 온다’에도, 남과 북의 앞날에 순탄하고 평화로운 ‘꽃길’이 펼쳐지길 바라는 기원을 담았다고 볼 수 있다.

어쨌든 이제 봄이 시작됐고, 온 나라의 들과 산마다 꽃길이 굽이친다. 산골마을도 도심 아파트단지도 온통 꽃으로 덮였으니, 누가 ‘꽃길만 걷게’ 해주지 않더라도 누구나 꽃길만 걷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꽃길을 걷고 걸어도 다시 꽃길이 떠오르는 것은 누군가 함께 걸을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꽃노래 함께 부르며, 연인·가족이 함께 걸으면 좋을 꽃길들을 찾아보자. 수도권이든 지역이든 만개 시기를 확인하고 가면 된다.

강릉 헌화로의 금진항~심곡항 해안길.   이병학 선임기자
강릉 헌화로의 금진항~심곡항 해안길. 이병학 선임기자
봄 바닷가 꽃길은 어떨까. 지난주 강원도 동해안의 ‘꽃길’을 찾아갔다. 강릉에서 삼척까지 경관 좋은 해안도로와 트레킹 코스가 이어진다. 해안길·마을길을 따라 즐비한 벚꽃은 이미 막바지 꽃비를 흩날리고 있었지만, 산벚꽃·산복숭아꽃들은 한창 제 빛을 내뿜었다. 한 굽이 돌 때마다 짙푸른 봄 바다가 펼쳐지고, 산자락으로는 연둣빛으로 새 단장을 시작한 숲들이 화사한 연분홍 꽃무리를 품고 다가왔다.

강릉 남부 해안에 ‘헌화로’가 있다. 말 그대로 ‘꽃을 바친다’는 뜻의 길이다. 금진해변에서 북쪽 정동진항까지 6㎞ 길이의 드라이브 코스다. 금진항~심곡항 2㎞의 해안도로 경치가 특히 아름답다. 파도가 심한 날엔 물보라가 넘어올 정도로 바다에 접한 도로다. 왜 헌화로일까. <삼국유사> ‘수로부인 조’에 나오는 신라 향가 <헌화가>에서 따온 것이다. 경주에서 강릉 태수로 부임해 가던 순정공의 아내 수로부인에게 한 노인이 절벽에 핀 꽃을 꺾어 바치며 불렀다는 노래다. 노인이든 젊은이든 누군가에게 꽃을 건네준다는 건 얼마나 설레는 일인가. 그 꽃인지 알 수 없지만 헌화로 바위절벽에는 여기저기 진달래가 피어나 있다. 해안길 중간에 합궁골이란 골짜기가 있다. 남근을 닮은 바위와 여근을 닮은 폭포가 마주보고 있는 골짜기다.

강릉 심곡항~정동진 바다부채길 해안.  이병학 선임기자
강릉 심곡항~정동진 바다부채길 해안. 이병학 선임기자
심곡항에 차를 대고 해안 절벽을 따라 이어진 도보길 ‘바다부채길’을 걸어볼 만하다. 바위 경관이 매우 좋다. 정동진 해변까지 2.86㎞, 편도 1시간 코스다. 주말엔 심곡항~정동진 해변 왕복버스가 운행된다.

삼척에도 <헌화가>에서 이름을 따온 공원이 있다. 임원항 옆 ‘수로부인 헌화공원’이다. 50m 높이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절벽 위로 올라 20분쯤 걸으면 바다 전망이 탁 트인 공원에 이른다. 용 위에 올라탄 모습의 대형 수로부인 상, 순정공 상 등이 세워져 있다. 맑은 날이면 여기서 울릉도가 눈에 잡힌다고 한다.

삼척 맹방리 유채꽃밭.   이병학 선임기자
삼척 맹방리 유채꽃밭. 이병학 선임기자
삼척 근덕면 맹방리에는 널찍한 유채꽃밭이 조성돼 있다. 이제 막 만개를 시작했으니, 이달 20일께까지는 샛노란 꽃 들판을 거닐며 꽃 사진을 찍을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 6일 시작된 유채꽃축제가 15일까지 이어진다. 14일에는 유채꽃밭과 해안도로 등을 따라 도는 ‘유채꽃 따라 자전거 하이킹 대회’가 열린다. 근덕면 부남리 마읍천변 길에는 화사한 개복숭아(산복숭아)꽃이 만발해 있다. 이번 주말까지 일부 꽃이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척 근덕면 마읍천변의 복숭아꽃.  이병학 선임기자
삼척 근덕면 마읍천변의 복숭아꽃. 이병학 선임기자

해양레일바이크를 타면 울창한 곰솔 숲과 바다 경치를 함께 즐길 수 있다.  이병학 선임기자
해양레일바이크를 타면 울창한 곰솔 숲과 바다 경치를 함께 즐길 수 있다. 이병학 선임기자
삼척 원덕읍 신남항 해신당.  이병학 선임기자
삼척 원덕읍 신남항 해신당. 이병학 선임기자
요즘 삼척에서 꽃보다 인기 있는 즐길 거리는 해양레일바이크와 해상케이블카, 해신당공원이다. 궁촌마을~용화마을 5.4㎞ 길이의 해양레일바이크(2인승·4인승)를 타면 봄 바닷바람 맞으며, 울창한 소나무숲과 해안 경관을 두루 즐길 수 있다. 편도 1시간 소요. 해상케이블카는 용화마을~장호항 874m 구간을 운행한다. 원덕읍 신남항의 해신당공원은 이 지역에 전해오는 남근 숭배 민속에 따라 다채로운 남근들을 만들어 전시한 성 민속공원이다.

강릉 삼척/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봄이 온다 & 봄꽃 여행

‘봄이 온다’. 2018년 4월1일 평양 동평양대극장, 4월3일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쪽 예술단 공연의 부제목이다. 강산에·이선희·조용필·레드벨벳 등 남쪽 가수들의 공연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씨도 관람했다. 남과 북에 봄이 무르익어가는 4월, ‘봄이 온다’ 공연과 더불어 봄꽃 찾아 떠나는 여행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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