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모바일 메신저 회사들은 성별, 나이대별, 사는 지역별 등 인기 이모티콘 상세 순위를 밝히는 것에 소극적이다. 막역한 ‘인기 이모티콘’ 정도를 공개할 뿐이다. 네이버 홍보팀의 김현지 과장은 “이모티콘을 만드는 작가들의 항의가 있어 상세한 순위를 공개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카카오톡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데, 모바일에서 1020세대와 3040세대에서 인기 많은 이모티콘을 그때그때 공개한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인기 순위(16일 기준)를 보면, 1020세대와 3040세대가 좋아하는 이모티콘의 차이가 극명하다. 1020세대에서 좋아하는 이모티콘 1위는 ‘케장콘’이다. 김케장이란 웹툰 작가의 캐릭터를 이용한 것인데, “아, 싫어요, 가요 좀”, “없었습니다” 등처럼 직설적인 표현을 하는 이모티콘이다. 그림은 매우 단순하다.
2위는 ‘업티콘’이다. 케장콘보다 그림은 조금 귀엽지만 역시 의사 표현에 집중하는 이모티콘이다. “좋아좋아”, “치킨치킨”, “빨리빨리” 등 일상에서 사용 빈도가 높은 표현이 많다. 3위는 ‘오버액션 꼬마 토끼와 꼬마 곰’이다. 최근 인기를 끈 오버액션 토끼의 꼬마 버전인데, 그림은 귀엽지만, “워 임마?”, “이 쫘식이(자식이)” 같은 또래들 사이에서 쓰는 표현이 많이 들어 있다.
3040세대 인기 순위로 가면 확연하게 다르다. 1020세대가 직설적이고 개그 코드가 강한 이모티콘을 선호한다면, 3040세대는 귀여운 이모티콘을 선호한다. 이 세대의 1위는 ‘프라이데이나이트 라이언 에디션’이다. 카카오프렌즈 공식 캐릭터이기도 한 라이언의 3D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엉덩이를 흔들거나, 피곤해하는 모습 등이 율동감 있게 표현됐다. 2위는 ‘나이스진과 캣시키’들이다. 통통한 소녀와 고양이가 나오는 이모티콘이다. 고양이를 안아주며 “아유 예뻐” 하는 모습이 귀엽다. 3위는 ‘봄이 좋아? 좋아!’ 이모티콘이다. 곰 인형과 꼬마 아이가 나오는 이모티콘이니 귀여움이 철철 넘친다. 작정하고 귀엽기 위해 만들었다는 느낌마저 준다.
‘봄이 좋아? 좋아!’ 이모티콘. 카카오 제공
왜 이런 세대별 차이를 보이는 걸까. 카카오 디지털아이템팀 강길주 차장은 “1020세대는 직설적인 아이템을 선호하는 반면, 3040세대는 공손한 말투의 이모티콘을 많이 구매한다. 또래끼리 대화하는 세대와, 직장 상사 등과 대화해야 하는 세대의 차이라고 분석된다”고 말했다. 한 가지 더, 3040세대로 갈수록 화려한 색감의 이모티콘을 더 좋아한다고 한다.
이유는? 이미 배우 최불암이 광고에서 말한 바 있다. “요즘은 자꾸만 빨간색이 좋아져요. 파아하하.”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이모티콘
감정을 뜻하는 이모션(Emotion)과 아이콘(Icon)의 합성어. 그림문자나 그림말로 번역됨. 일부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에선 모바일 스티커 등으로도 불림.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 때 인면조가 화제가 된 뒤 한 웹툰 작가가 만든 인면조 이모티콘이 연관 검색어가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