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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가사청소 서비스 이용해보니…반짝반짝 우리 집 광이 나요

등록 2018-08-09 09:43수정 2018-08-09 16:17

커버스토리

유선주 객원기자 가사도우미 체험기
전문가 양문숙씨 따라 청소
최근 앱 통해 청소 맡기는 이 많아
집 안 청소 순서와 기술이 중요
(※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한 오피스텔 청소 전(사진 왼쪽)과 후. 사진 유선주 객원기자
기상관측 이래 최고의 폭염이 한창이던 8월3일. 남의 집 청소를 하러 서울 송파구로 향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집 청소를 원하는 쪽과 청소를 해주는 가사도우미를 연결해주는 ‘가사청소 오투오(O2O·Online to Offline·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를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미소’ ‘당신의집사’ ‘대리주부’ ‘와홈’ 등을 이용하면 음식배달 앱으로 음식을 주문하듯 일정 비용을 치르고 간단하게 집 청소를 주문할 수 있다. 하지만 내 집 청소를 맡기는 것으로는 서비스의 한 쪽만 체험할 수 있다. 기왕이면 양쪽을 다 알아보자는 생각으로 전문 가사도우미와 동행해 청소 서비스 제공자가 되어보기로 했다.

햇살이 바늘처럼 따갑게 꽂히던 오후 2시 무렵, 서울 삼전동 오피스텔 입구에서 양문숙(66)씨를 만났다. 가사청소업체 ‘당신의집사’에 등록된 ‘클리너’ 양씨는 오전에 이미 한 건을 마치고 오는 길이었다. 아마추어인 내가 일을 해보겠다고 프로를 방해해서도 안 되고, 프로의 서비스를 기대하는 고객의 기준에 미치지 못해도 큰일이다. 적잖이 긴장되는 마음으로 짧게 인사를 나누고 청소할 집으로 향했다. 문이 열리자 시원한 에어컨 냉기가 먼저 달려 나온다. 출산을 2주 앞둔 집주인 최지영(35·가명)씨가 우선 땀부터 식히기를 권했다. “우리 같은 젊은 사람들은 소개소 쪽에 직접 전화 통화를 하는 방식보다 앱으로 원하는 시간을 신청하는 게 편해요. 두 시간이나 두 시간 반, 이렇게 짧은 시간 필요할 때만 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죠.”

집을 비운 평일에는 앱 내의 채팅창으로 현관 비밀번호나 특별히 원하는 사항 등을 클리너에게 전달한다. 클리너는 청소의 시작과 끝을 보고하고 시간 내에 완료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그 이유를 알리고 채팅창은 청소 완료와 함께 닫힌다. 양측이 얼굴 대면이나 전화통화 없이도 청소서비스를 주고받을 수 있다. 1~2주에 한 번, 정기적으로 가사청소 서비스를 이용하는 최씨에게 청소를 남에게 맡겨본 경험을 물었다. “보시는 것처럼 제가 정리를 잘 못해요(웃음). 경력이 좀 있는 클리너 분들이 오시면 엄마처럼 정리를 해주시기도 하고, 업체에서 기본 교육을 받아서 그런지 어떤 분이 오셔도 침구 정리를 비슷하게 해주세요. 그리고 두세 번 이용하다가 한 분으로 정착하면 굳이 어떤 곳을 더 청소해달라고 따로 말씀을 안 드려도 알아서 다 해주시니 편하죠.”

최씨가 외출하고 본격적으로 청소가 시작되었다. 주방 설거지와 욕실의 물때, 안방의 침구 정리와 지인에게 얻어온 아기 침대를 닦아달라는 것이 최씨의 요청이었다.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3시간 코스다. 양문숙 클리너는 작은 배낭에서 민소매 상의와 반바지를 꺼내 갈아입었다. “기자님 작업복 챙겨오라고 말하는 걸 깜빡 잊었지 뭐야.” 작업복이 무척 화려하시다고 농담을 건네니 양씨의 웃음이 터진다. 오늘처럼 에어컨을 틀어두고 맞이하는 집은 많지 않고, 빈집일 때는 더 덥단다. 양씨는 우선 화장실 변기나 물때가 잘 끼는 곳에 세제를 약간씩 뿌려 미리 오염물을 불려 두었다. 설거지와 주방 정리를 하고 환기를 시키면서 바닥과 침구 청소, 화장실 청소를 마무리하는 것이 양씨가 일하는 순서다. 세탁은 따로 요청하는 경우에 진행하고 서비스 시간이 남을 때는 창틀을 닦아주기도 한다.

일손이 둘이라 일을 나누기로 했다. 양씨가 설거지를 하는 동안 내가 화장실 청소를 하고 점검을 받기로 했다. “욕실 배수구 스테인리스 덮개를 열면 안에 플라스틱 뚜껑이 있어요. 그걸 들어내고 안에 낀 물때까지 싹 닦아야 해요. 그리고 스테인리스 덮개를 뒤집어 보면 물때가 보이지요? 여길 놓치기가 쉬워요. 이런 부분까지 완벽하게 하는 게 클리너인 내 자부심이에요.” 청소 방법을 일러주는 동안에도 수건을 쥔 양씨의 손은 욕실 선반 세면용품에 내려앉은 젖은 먼지를 빠르게 닦아내고 있었다. 나도 고무장갑을 끼고 주저앉았다. 집에서 슬렁슬렁 하다 마는 부분까지 타협 없이 청소하기로 했다. 한참을 바닥 타일 솔질에 빠져 있으려니 등 뒤에서 양씨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어메야, 세상에 번쩍번쩍하네!” 칭찬인 줄 알았다. 칭찬은 칭찬인데, 나처럼 이성을 놓고 한 군데만 파다가는 나머지 구역에 소홀할 수 있으니 시간 배분을 잘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가사청소업체 ‘당신의집사’ 클리너로 일하는 양문숙(66)씨가 서울 송파구 삼전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어지럽던 주방(사진 왼쪽)의 청소를 마무리하며 웃고 있다. 사진 유선주 객원기자
주방 청소를 끝낸 양씨는 찬장을 열어 서너 종류의 라면을 책꽂이처럼 가지런히 수납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섯 개 한 팩의 귀퉁이를 뜯어서 하나씩 꺼내먹으면 남은 라면 개수를 알기도 어려우니까 포장을 벗기고 꺼내기 쉽게 정리한 것이다. “이 댁처럼 깨끗하게 관리된 곳은 시간이 남을 때 이런 부분에 더 신경을 써주지요. 그럼 다들 좋아해요.” 고객들의 후기를 자랑스러워하는 양씨는 스케줄이 꽉 차 있을 정도로 인기 있는 클리너다. 간혹 연령층이 높은 고객들이 앱 사용이 번거롭다고 개인적으로 와서 일해달라는 경우가 있지만 양씨는 모두 거절한다고 했다. 중개수수료를 제하지 않으니 받는 돈은 그 편이 더 많지 않을까? “자존심상 별로예요. 나는 정해진 시간 동안 청소를 하러 가는 사람이지, 그 집 사람이 부리는 사람이 아니니까요. 언제는 추가로 일을 했다고 직접 지폐를 집어 주는데 기분이 썩 좋지 않더라고요.”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을 때와 개인으로 부딪힐 때, 안정감과 스트레스가 달랐던 것이 그제야 기억이 났다. 앱 이용 청소 서비스가 소비자 쪽에 편리한 서비스라고 생각했는데, 노동력을 제공하는 쪽에도 완충 역할을 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다음은 아기 침대를 닦겠다고 나섰다. 곧 태어날 아기가 쓸 물건이니까 세제 없이 멜라민 스펀지로 찌든 얼룩을 살살 지우고, 물수건으로 두 번 닦았다. 일생 이렇게 좋은 마음으로 청소해본 일이 없었다. 안방 침구 청소를 하는 양씨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고양이 3마리를 키우는 양씨는 동네 고양이도 돌보는 ‘캣맘’이었다. 힘들게 번 돈을 사료를 사고 아픈 고양이 돌보는 데 다 써 어쩌나 물었더니 그러려고 하는 일이라고 환하게 웃는다. 이래저래 사는 이야기를 섞어가며 손을 놀렸더니 얼추 청소가 끝났다. 뒷정리하고, 현관을 나서기 전 괜히 감상적으로 되어 머뭇거리고 있으려니 양씨가 말을 건넸다. “공기가 차분하게 가라앉은 게 느껴져요? 문단속하면서 이렇게 나가기 전에 한 번씩 돌아보면 참 뿌듯하고 보람이 커요.”

이튿날인 4일도 양씨를 거들어 서울 문정동의 약 29.7㎡(9평) 원룸 오피스텔을 청소했다. 주인이 출근한 빈집이었다. 욕실 청소를 하다가 처음 보는 샤워기 꼭지를 잘못 건드려 살짝 물세례를 맞기도 했다. 작업복을 챙기길 잘했다. 이 집도 조금 어질러진 것 외에 오래 묵은 더러움이 없어서 청소가 수월했다. 하루 배운 게 있으니까, 도전하는 마음으로 먼지며 얼룩을 찾아다녔다. 얼굴도 모르는 이여. 퇴근하고 돌아와 부디 쾌적함을 즐기시기를!

유선주 객원기자 oozwish@gmail.com

가사청소 서비스 이것이 궁금해요.

Q 가사 청소 서비스 중에 물품 파손 등의 사고가 발생하면요?

-고객 불만이 접수되면 서비스 제공자의 사실 확인을 거쳐 협의 중재, 보상의 단계를 밟아나간다. 이용자와 제공자 사이를 연결해주는 오투오(O2O·Online to Offline·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특성상 양측의 이견을 조율하는 것에 중점을 두며, 그 이후 보상은 한국소비자원의 권고사항 및 보험사의 보험처리로 마무리된다.

Q 집에 낯선 이가 들어오는 일이라서 신원이 보증되는가 하는 점이 염려됩니다.

-업체마다 정책이 조금씩 다른 것으로 안다. ‘당신의집사’는 1차로 서비스 제공자의 신원 및 기타 인적사항을 서류상으로 확인하고 인성 면접도 진행한다. 통과한 분들은 본사에서 진행하는 이론 및 실습 교육을 통해 서비스 품질 교육을 받고 최종 교육을 모두 이수하신 분들이 신규 클리너로 분류되어 서비스를 진행한다. 이후에도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한 단계별 모니터링이 이루어진다.

Q 청소를 목적으로 만나는 관계다. 직접 대면을 하지 않더라도 공간을 통해 서로 인사를 하는 관계에서도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예의가 있을 것 같다. 서비스 이용자가 미리 알아두어야 할 예절이 궁금하다.

-전화로 일일이 조율하던 가사청소 서비스 시장이 오투오 앱으로 변화하면서 인간적인 부분이 많이 간소화됐다. 하지만 서비스를 진행하는 제공자는 여전한 우리의 이웃이다. 이 점을 잊지 않는다면 서비스 제공자도 더욱 즐겁게 업무에 임할 수 있다.

유선주 객원기자 oozwish@gmail.com, 도움말 ‘당신의집사’ 조현래 홍보팀장

청소 주거의 내외를 청결하게 보존하고 위생적, 능률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정돈하는 일. 최근엔 이사청소, 특수청소, 가사청소 등으로 영역이 세분되고 전문화되고 있다. 한편, 출판물로 접하는 청소는 장기 청소, 마음 청소, 생각 청소 등, 자기계발과 실용, 건강과 심리 분야까지 뻗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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