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술담배? 대장은 어쩌시려고
흡연·음주·운동부족 대장암 원인
알코올분해 못하면 더욱 위험해
축구·테니스 등 격렬한 운동 해야
알코올분해 못하면 더욱 위험해
축구·테니스 등 격렬한 운동 해야
최근 20년 동안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암 가운데 하나가 바로 대장암이다. 암 발생 통계 자료를 보면 2006년 기준 대장암으로 사망한 사람이 1983년에 비해 남성은 4.8배, 여성은 3.6배 늘었다. 이처럼 대장암이 늘어난 원인을 두고 그동안은 육식이 많이 포함된 ‘서구화된 식사 습관’이 주요한 요인으로 꼽혀 왔다. 하지만 대장암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식사 습관만으로 대장암이 급격히 늘어난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들이 내놓은 연구 결과를 보면 신체활동의 감소, 음주, 흡연 등도 대장암의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지난 5일 서울대 의대에서는 ‘제15회 국제암심포지엄’이 열렸으며, ‘서구화 생활 습관이 주요 원인인가?’라는 제목으로 대장암의 발생 원인에 대한 집중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안윤옥(서울대의대 교수) 대한암연구재단 이사장은 “미국에서의 최근 대장암 발생 경향을 보면 1980년대 이전과는 달리 1990년대부터 감소하고 있고, 유럽 역시 1980년대 이후 대장암 발생 수준에 큰 변동이 없다”며 “유독 일본과 한국 등 아시아권에서 그 발생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 주로 미국의 연구 결과로부터 서구화된 식사 습관 등이 대장암의 주된 요인으로 지목됐다”며 “하지만 최근 아시아 지역의 급격한 변동을 설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날 심포지엄에서 안윤옥 서울대의대·김동현 한림대의대 교수팀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대장암의 발병 위험과 관련된 주요 요인은 흡연, 음주, 신체활동량 부족, 엽산 및 유제품 섭취 부족 등이 꼽혔다. 반면 비만이나 육류 섭취 등은 대장암과의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김 교수는 “대장암 환자 1000여명과 이와 비슷한 나이, 성별 구성을 가진 1200여명을 비교해 추적 조사한 결과 흡연은 대장암의 가능성을 40%, 신체활동량의 부족은 20% 정도로 대장암의 가능성을 높인 것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또 엽산이나 유제품을 많이 먹는 집단은 덜 섭취하는 집단에 비해 대장암 발생 가능성이 30% 정도 낮게 나왔다.
음주의 경우 하루 평균 음주량이 알코올 60그램(소주 약 2병) 이상이면 술을 아예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대장암 발생 위험은 1.8배 높아졌다. 특히 알코올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알코올의 첫 분해산물이면서 숙취를 일으키는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하는 효소가 적은 유전인자를 가지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음주에 따른 대장암 발병 위험은 6배 이상으로 높아졌다. 김 교수는 “술을 마시면 잘 취하고 잘 깨어나지 못하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장암 가능성이 크다고 보면 된다”며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인에서는 이런 유전자형이 16% 이상인 데 비해 서양인은 1% 이하로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음주는 대장암 예방 효과를 나타내는 엽산의 작용도 해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녹황색 채소와 오렌지 주스 등에 많이 들어 있는 엽산은 많이 먹을수록 대장암 발생 위험을 낮추는데, 술을 많이 마시는 집단에서는 이런 보호 효과가 33% 정도 낮아졌다. 대장암의 예방을 위해서는 규칙적인 운동이 필요한데, 다른 질환의 예방과는 달리 일정 수준 이상의 격렬한 운동이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축구, 테니스, 배드민턴 등 격렬한 운동이 대장암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암 가운데 5번째로 흔한 사망원인을 차지하는 대장암의 조기 검진법은 대변잠혈검사와 내시경 검사다. 이봉화 한림대의대 외과 교수는 “변비와 설사가 반복되는 등의 배변 습관의 변화, 변에 피가 묻어나거나 점액이 나오는 경우, 이유 없는 잦은 복통, 배에서 덩어리가 만져지는 경우, 몸무게 감소와 빈혈 등이 대장암의 흔한 증상”이라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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