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약 먹는 어르신, 단골 병원·약국 정해두세요
[생활2.0]
노인 절반이 무슨 약인지 몰라…심각한 부작용 우려
약먹는 시간 잊지않도록 목록 만들어 꼭 표시해둬야
노인 절반이 무슨 약인지 몰라…심각한 부작용 우려
약먹는 시간 잊지않도록 목록 만들어 꼭 표시해둬야
약을 많이 먹는 노인일수록 먹고 있는 약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고 이에 따라 약 부작용에 더욱 많이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윤종률 한강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이 2007년 4월부터 넉 달 동안 서울 시내 한 노인복지관의 진료실을 찾은 노인 환자 8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 나왔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해 말 <가정의학회지>에 실렸다. 윤 교수는 “노인은 젊은 사람들에 비해 같은 약이라도 약 부작용에 더 많이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노인들은 자신의 질병 및 건강 문제를 상담할 수 있는 ‘노인 주치의’를 정해 여러 질병을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약 잘 모르는 노인이 2배 더 먹어 윤 교수팀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노인 환자 80명이 하루 먹는 약의 평균 개수는 7.2개였으며, 최고로 많이 먹는 노인은 27개를 먹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먹는 약이 어떤 약인지, 전체 또는 일부에 대해서 80명 가운데 40명이 잘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신이 먹는 약에 대해서 아는지 여부에 따라 먹는 약의 개수에 큰 차이를 보였다. 약에 대해 잘 모르는 환자가 먹고 있는 평균 약 개수는 13.8개로 약을 알고 먹는 환자들의 6.8개에 비해 2배 이상 많았다. 아울러 먹고 있는 약 개수가 더 많을수록 약 부작용을 더 많이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작용을 겪지 않는다고 응답한 노인의 평균 약 개수는 6.3개인 데 견줘 부작용을 겪은 노인들은 평균 11.8개를 먹고 있었다. ■ 약 부작용 가능성 70대가 20대의 7배 약을 분해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간과 콩팥의 기능이 떨어져 있는 노인은 보통 건강한 젊은 사람에 비해 약 부작용이 더 잘 나타난다. 일부 연구 결과에서는 70대 노인은 20대에 비해 약 부작용이 7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문제는 우리나라 노인 인구의 90% 이상이 고혈압, 관절염 등 여러 만성질환에 시달리고 있으며, 3개 이상의 만성 질환을 앓는 노인의 수도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여러 약을 먹어야만 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는 뜻이다. 주치의 제도 등이 보편화돼 약을 적절하게 먹도록 의사의 충분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는 현재 상황에서는 일부 노인 환자들은 여러 병·의원을 찾으면서 같은 효과를 나타내는 약을 중복해 먹을 가능성도 많다. 이 때문에 예를 들면 고혈압이나 당뇨가 있어 혈압이나 혈당을 낮추는 약을 여러 가지 먹다 보면 혈압이나 혈당이 너무 떨어져 의식을 잃는 등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릴 수 있다. ■ 주치의·단골약국 정하는 게 바람직 여러 질환을 앓고 있다면 관련 증상이나 수치를 조절하는 여러 약을 끊을 수는 없다. 하지만 약에 따라서 약 상호작용으로 심각한 부작용을 부르기도 한다. 그러므로 여러 질환이 있어 여러 병·의원에 다니는 노인 환자들은 한 병원에서 받은 처방전을 잘 보관하고 있다가 다른 병원에 갈 때 보여줘 이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고혈압, 당뇨, 관절염처럼 흔한 질환의 경우에는 될 수 있으면 가까운 한 병·의원에 다니면서 ‘주치의’를 정해 약 복용을 상담하는 것이 좋다. 약국도 단골약국을 정해서 다니면, 여러 병원에서 받은 처방전을 한꺼번에 보게 돼 같은 약을 여러 개 먹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많은 노인들이 육체적인 기능이 떨어지는 것과 함께 심리적인 불안감이 겹쳐서 보통 성인들보다 약을 더 찾게 되는데, 정확한 진단을 받은 뒤 필요한 약만 먹겠다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대신 마음대로 약을 끊어서는 곤란하다. 정해놓은 시간에 약을 먹지 않으면 약을 먹었는지를 잘 기억하지 못해 두 번 이상 먹는 일이 생길 수 있으므로 약 먹는 시간을 정해 놓는 것도 필요하다. 약 개수가 많을 때는 냉장고 등 잘 보이는 곳에 약 목록을 붙여놓고 표시를 해 가면서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약 먹기를 잊어버렸을 때는 생각난 즉시 먹되, 다음 먹는 시간까지 너무 가까우면 그냥 한 번만 먹도록 한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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