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시간 “엄마, 배 아파”…‘꾀병’ 단정 마시라. Jaewoogy.com
[생활2.0]
처음으로 학교나 유치원 등을 가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부모와 떨어지지 않으려 하고 학교 등에 가지 않겠다고 떼를 쓰지만 대개는 차차 좋아진다. 하지만 새 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 정도가 지났는데도 새로운 단체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학교 등에 가지 않으려 하는 아이들도 종종 볼 수 있다. 이 때 많은 아이들이 ‘배가 아프다’는 이유를 대곤 하는데, 관련 전문가들은 “단순한 꾀병으로 보다가는 제대로 된 대처가 힘들다”고 말했다. 또 드물지만 ‘분리불안장애’가 있는 아이들도 있으므로 주의 깊게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열에 하나는 원인불명 기능성 복통
반복땐 전염성 질환 등 의심해봐야
엄마만 찾는 ‘분리불안장애’ 보이면
심부름 시키기 등 행동치료 효과적 ■ 어린이 배앓이는 꾀병? 학교나 유치원 등을 가기 싫을 때 아이들이 말하는 이유가 주로 ‘배앓이’다. 종종 이런 아이들 가운데에는 학교 등에 가지 말라고 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좋아지는 경우도 있다. 또 증상이 나타날 때는 학교 공부나 일상생활을 못 할 정도로 심한 통증이 나타나지만, 통증이 좋아지면 아무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부모들은 이런 배앓이를 ‘꾀병’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 이 분야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한 소아청소년과 개원의사회는 “물론 꾀병을 부려 학교 가기를 싫어하는 아이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만성반복성복통을 겪는 아이들이 학령기 아이들의 10~15%라는 조사 결과도 있으므로 무조건 꾀병으로만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어린이들이 겪는 만성반복성복통은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한 복통이 3달에 3번 이상 반복되는 것으로, 4~16살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며 10살 전후로 가장 많다. 이를 분류해 보자면 많게는 10명 가운데 9명 정도에서는 명확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기능성 복통’이며, 10% 이하에서 장결핵 등 전염성 질환, 식도염 등 염증성 질환, 신장이나 요로의 문제 등이 원인이 된다. 우선 기능성 복통은 새로운 환경이나 교과 과정 등에서 받는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아이가 받는 스트레스를 찾아 그 원인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양혜란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기능성 복통은 새 학기가 시작되고 1~2달 이내에나 학원 등 학습 시간을 늘리는 등 생활 환경이 갑자기 바뀌었을 때 많이 나타날 수 있다”며 “소화기 계통 등의 장기에서 다른 질환이 있는지 확인해 봐야 하고, 없다면 스트레스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소화기 계통이나 신장 등에 질병이 있다면 많은 경우 새 학기에 새로 나타나거나 더 심해지지는 않으나, 일부 질환은 식사 뒤에 증상이 나타나 학교 가기를 싫어하는 ‘꾀병’으로 오인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소화성 궤양이나 담도 질환의 경우에는 식사 뒤 복통이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분리불안장애 3살 이하의 어린아이들이 부모와 떨어지지 않으려는 행동을 보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초등학교에 다닐 나이가 된 뒤에도 엄마와 떨어져 있는 것을 심하게 불안해하고, 학교에 가서도 엄마가 집에 있는가를 계속 확인하려 하거나, 언제 어디서나 엄마 옆에 붙어 있으려는 행동을 보인다면 ‘분리불안장애’를 의심해 볼 수 있다. 이런 아이들 역시 학교에 갈 시간이 되면 배나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한다. 대개는 특별한 촉발 사건이 없으나, 가까운 가족이나 애완동물의 죽음, 부부간 불화, 전학, 이사 등이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증세가 가볍고 오래되지 않았다면 행동 치료가 매우 효과적이다. 신민섭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행동치료는 아이가 엄마와 잘 떨어지는 것에 대해 칭찬을 해 주거나 아이가 좋아하는 과자 등으로 보상해 주는 방식”이라며 “혼자 심부름하거나 학교 가기, 혼자 자기 등 아이가 불안해하는 상황에서 목표를 세워 처음에는 잠깐 떨어지다가 점차 혼자 있는 시간을 늘려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런 치료에도 효과가 없이 증상이 심해진다면 부모와 아이 모두 참가하는 가족 치료가 권장된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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