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마라톤’ 마지막 100m는 체력으로 달린다
[건강2.0]
비만·빈혈 등 ‘고3병’이 발목잡아
“질환치료하면서 수능준비해야”
견과류·두부 등 든든한 응원군
비만·빈혈 등 ‘고3병’이 발목잡아
“질환치료하면서 수능준비해야”
견과류·두부 등 든든한 응원군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맘때면 수험생들은 과도한 학업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시험에 대한 부담감으로 육체적·정신적으로 피곤한 상태인데다 날씨마저 더워 몸의 여러 곳에서 탈이 나기 쉽다. 실제 이상을 느껴 서울의 한 병원을 찾은 ‘고3’ 수험생들 10명 가운데 3명 정도가 비만, 척추측만증 등 여러 이상이 있어 치료나 생활습관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관련 전문의들의 도움말로 수능시험을 100일 앞둔 수험생들의 건강관리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 남학생은 비만, 여학생은 빈혈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가 이 병원을 찾아 건강검진을 받은 수험생 24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가운데 3명 정도가 이른바 ‘고3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비만이 많아 18.4%가 이에 해당됐고, 지방간 7.8%, 저체중 7.4%, 빈혈 6.6%, 위·십이지장궤양 4.1%, 척추측만증 1.6% 등이 뒤를 이었다. 성별로 구분해 보면 남학생은 비만, 지방간, 위·십이지장궤양 등이, 여학생은 빈혈, 척추측만증 등이 많았다.
물론 이 결과는 육체나 정신에 이상을 느낀 학생들이 건강검진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보통 수험생들이 이 정도로 많이 질병을 앓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런 질병들로 고통을 겪는 수험생들이 많음은 확인해 볼 수 있다. 최윤호 건강의학센터장은 “수험생들의 불규칙한 식생활, 부족한 수면 등 생활습관 문제와 입시 준비에서 오는 과도한 스트레스 등이 원인으로 생각된다”며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질환들은 치료를 받으면서 수능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과일·견과류·두부 섭취를 육체적 건강과 뇌의 왕성한 활동을 위해서는 규칙적이고 균형 잡힌 식사가 중요하다. 뇌의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포도당과 이 포도당이 에너지로 바뀌는 데 필요한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음식이 좋다. 또 기억력 향상을 돕는 것으로 알려진 호두, 땅콩과 같은 견과류나 집중력을 높여주는 단백질이 풍부한 두부 등도 권장된다. 윤도경 고려대 의대 안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수험생들이 쫓기는 시간 때문에 인스턴트 또는 가공식품 위주로 먹으면 위장에 부담을 주거나 소화를 어렵게 할 수 있으므로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기억력과 집중력은 배가 약간 고플 때가 제일 좋으므로 한 번에 너무 많이 먹지 않도록 하며, 간식을 먹는다면 토스트 1개, 약간의 과일이나 우유 등이 알맞다.
■ 잠잘 때는 반듯한 자세로 공부에 필요한 체력과 몸 상태를 좌우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잠이다. 평소보다 잠 자는 시간을 크게 줄이거나 늘리면 뇌의 활동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일정 시간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기억력 향상을 위해 낮잠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으므로 오후에 졸리면 20분 이내로 자는 것도 좋다.
잠을 잘 때 잘못된 자세를 취하면 오히려 피로가 더 심해질 수 있다. 옆으로 누워 자면 팔이 저리고 허리에 무리가 간다. 엎드린 자세도 목이 한쪽으로 틀어져 목 근육에 문제를 일으킨다. 게다가 허리가 뒤로 젖혀져 좋지 않다. 가장 좋은 자세는 뒷목을 충분히 받쳐주는 베개를 베고 팔다리를 쭉 편 자세로 반듯하게 눕는 것이다. 김재중 자생한방병원 척추디스크센터 원장은 “똑바로 누워 잠을 자는 자세가 힘들 때는 무릎 아래에 베개를 받치면 자세 교정에 도움이 된다”며 “더운 여름에는 메밀로 속을 채운 높지 않은 베개를 쓰는 것이 쾌적한 잠을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 가벼운 운동이 뇌 활성화 뇌의 활동을 돕고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서라도 가벼운 운동은 필요하다. 이문수 고려대 의대 구로병원 정신과 교수는 “운동은 시험에 대한 걱정과 불안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며 “자전거 타기나 빨리 걷기, 산책 등과 같은 운동을 추천할 만하다”고 말했다. 실내에서는 가볍게 스트레칭을 통해 몸을 풀어주는 것도 좋다. 마음의 안정을 위해 조용한 음악을 듣거나 가벼운 목욕 등을 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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