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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병에 눌린 생활 ‘건강 가계부’로 새 출발

등록 2009-11-02 20:50수정 2009-11-02 23:13

이진희씨 식단과 식사일지
이진희씨 식단과 식사일지
[건강2.0]
디스크·결막염 등 연일 병치레
식사·운동일지 쓰며 생활 바꿔
병이 준 선물 / ‘몸테크’로 아토피 이긴 이진희씨

“토피야!” “빨강아!” “벅벅아!”

회사 선배도 남편도 그를 이렇게 불렀다. 아픈 것도 서러운데, 놀림을 당하니 더 서러웠다. 살갗이 빨갛게 부풀어오르고, 너무 간지러워 긁다 보면 어느새 진물이 났다. 피딱지와 고름이 나면, 그의 맘에도 고름이 찼다. 그런 그에게 심지어 “처녀, 나병이유?”라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

이진희(28·사진)씨는 한국방송공사(KBS) 라디오 프로듀서(PD)다. 2005년 입사해 꿈을 막 펼쳐 보려는 순간, 아토피라는 질병이 그를 ‘쓰나미’처럼 덮쳤다. ‘꽃다운 나이’라는 20대 중반, 그는 “죽고 싶다”는 말을 일기장에 썼다.

아토피와 함께 그에겐 고질적인 병들이 많았다. 고3 때부터 허리가 고장나기 시작하더니, 대학 이후부터는 위염, 비염, 장염, 결막염, 목디스크 등이 이어지면서 ‘종합병원’이 되어갔다. 병이 도질 때마다 그는 내과, 이비인후과, 안과, 정형외과, 한의원, 산부인과 등을 순례해야 했다.

이진희씨가 찍은 아토피가 심할 때의 모습.
이진희씨가 찍은 아토피가 심할 때의 모습.
“정말 안 해본 게 없어요. 아토피를 낫게 해준다면, 주사도 맞고 양약은 물론 한약도 먹었어요. 안산, 천안, 서울 곳곳 안 가본 곳이 없죠.”

그렇게 1년 반의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몸은 달라지지 않았다. 주사를 맞고 약을 먹을 땐 마술처럼 괜찮아졌다. 그러나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몸이 가려워지고 상처가 났다.

“병원 잘 만나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어느 순간 들더라고요. 의사와 약에만 의지하지 말고, 스스로 할 게 뭔지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벼랑에 몰린 순간, 그가 승부를 걸고자 한 것은 ‘몸테크’였다. 재테크의 원칙은 빚을 줄이고 자신의 재무상태에 맞게 자산을 굴리는 것이다. 이씨는 빚을 줄이듯 건강에 해로운 요인들을 줄여나갔다. 또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에서 사소한 것까지 건강에 이로운 일들이 뭘까를 고민했다.

제일 먼저 신경 쓴 것은 음식이었다. 가계부를 쓰듯, 식사일지를 쓰기 시작했다. 하루 세 끼 무엇을 어디서 먹고 있는지 노트에 적고 평가를 내려 ○, △, ×로 표시했다. 대충 빵으로 때우던 아침도 따뜻한 음식으로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 일주일에 적어도 세번 이상은 고기를 먹었지만, 횟수와 양을 줄였다. 그렇다고 채식주의자가 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삼겹살 회식이 있으면 고기를 많이 먹기보다는 버섯이나 김치, 된장찌개 등 다른 먹을 것을 찾았다. 된장, 고추장 등 식재료를 대형 마트에서 사는 대신 생협에서 유기농으로 샀다. 되도록 외식을 줄였고, 외식을 한다면 조미료를 덜 쓰는 밥집을 찾아다녔다. 술을 마실 땐 그만큼 물을 많이 마셨다. 물을 많이 마시면 금방 취하지 않고, 화장실을 자주 가 그만큼 술 먹는 양을 줄일 수 있었다.

“맥주는 그 양만큼, 소주나 폭탄주는 한 잔당 큰 물컵으로 두 잔 먹으면 딱이에요.”

몸테크를 하다 보니 사소한 지침들이 하나둘씩 불어났다. 활동량도 점차 늘려나갔다. 처음부터 멋진 운동복을 차려 입고 폼나는 운동을 하려는 생각은 접었다. 자기 전 맨손체조를 20분씩 했다. 친구들을 만날 땐 약속 장소로 바로 가지 않고 양화대교에서 성산대교까지 걷다 가는 식으로 ‘코스’를 개발했다. 카페를 잡기보다는 등산 약속을 했다.

몸을 챙기다 보니 병원과 약국을 찾는 방식도 바뀌었다. 병원에 가 멍하니 앉아 있다 5분 만에 진료를 마치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진료를 받기 전 적극적으로 준비했다. 식사일지와 함께 몸의 경과를 사진으로 찍어 의사에게 보여줬다. 궁금한 점을 미리 메모해 물었다. 짧은 의사와의 만남에서 과거보다 훨씬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었다.

몸테크를 시작한 지 6개월이 지나자, 서서히 몸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토피로 인한 상처가 빠른 속도로 회복됐다. 위염, 비염, 장염, 허리디스크 증상도 사라졌다. 아토피 증상도 몰라보게 좋아졌다. 근본적으로 생활습관을 뜯어고치니 증상이 반복되지 않았다. 그는 이런 몸테크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건강한 몸, 착한 몸, 부러운 몸>(국일 미디어 펴냄)이라는 책을 펴냈다. 아토피를 언제 앓았냐는 듯 뽀송뽀송한 피부를 지닌 그는 이렇게 말한다.

“몸은 부동산과 주식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중요한 자산이에요. 이만큼 투자가치가 높은 자산은 없지요.”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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