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의학저널 “타미플루, 합병증 예방 못한다”
[건강2.0]
“폐렴 등 예방 효과, 증거 불충분” 주장
‘타미플루 광범위한 처방’ 제동에 관심
“폐렴 등 예방 효과, 증거 불충분” 주장
‘타미플루 광범위한 처방’ 제동에 관심
국내에서 ‘신종 인플루엔자A’(신종플루)가 한창 유행할 때 타미플루, 리렌자 등 항바이러스제는 한주 동안 10만건 이상이 처방됐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쓰였다. 질병관리본부 집계 자료를 보면 요즘 신종플루 유행이 계속 진정세를 보이고 있는데도 여전히 한주에 1만5000명가량이 처방을 받고 있다. 이들 항바이러스제는 신종플루 유행 초창기에는 만성질환을 가진 사람들이나 노인, 영유아, 임신부 등 신종플루 고위험군에 주로 처방됐지만, 요즘에는 신종플루가 의심되면서 폐렴 등이 나타날 것 같으면 건강한 성인 역시 처방의 대상이 되고 있다. 타미플루 등이 인플루엔자 감염 때 폐렴 등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는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신종플루에서도 같은 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 만성질환자, 영유아, 임신부 등 고위험군이 아닌 건강한 성인이 인플루엔자에 감염됐을 때, 타미플루를 써도 폐렴 등 합병증을 줄인다는 의학적인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의학저널>이 이런 내용을 담은 논문을 싣고, 영국의 진보일간지 <가디언>이 이를 보도함으로써 국제적인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영국의 경우 신종플루도 인플루엔자의 한 종류이므로 신종플루 유행 당시 기존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타미플루를 광범위하게 써왔다. 국내의 감염내과 교수들은 우리나라도 영국처럼 신종플루 유행을 줄이고 폐렴 등 합병증을 막기 위해 타미플루 등 항바이러스제를 광범위하게 써 왔고 지금도 쓰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이번 연구 결과는 우리나라에서도 관심 있게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논란이 되고 있는 연구 결과는 ‘건강한 성인에게서 뉴라미니데이즈(타미플루, 리렌자의 작용 성분) 억제제가 인플루엔자를 치료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종합분석’이라는 제목으로 실렸는데,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20개 정도의 임상 시험을 종합 분석한 내용이다.
이를 보면 타미플루 등 항바이러스제는 건강한 성인이 인플루엔자에 감염돼 증상이 나타난 뒤 48시간 안에 투약하면 약을 쓰지 않았을 때보다 감염 증상을 하루 정도 단축시키는 데에는 중간 정도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인플루엔자와 비슷한 질환이거나 인플루엔자에 감염됐다 해도 증상이 없는 사람과 같이 있을 때 이를 투약하면 인플루엔자 감염 예방에는 효과가 없었으나, 인플루엔자가 확진된 경우에는 어느 정도 예방 효과가 있는 것(타미플루 61~73%, 리렌자 62%)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건강한 성인에게서 폐렴 등 합병증 예방 효과에 대해서는 증거가 불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건강한 성인의 경우 보통 감기에 걸렸을 때처럼 증상을 줄여주는 진통소염제 등을 먹는 것과 타미플루를 먹는 것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폐렴 등 합병증 예방 효과는 불충분하면서 증상만 하루 정도 줄여주는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또 연구를 진행하면서 타미플루의 제약사인 로슈와 미국, 캐나다, 일본 등의 의약품 관련 정부 기구에서 나온 자료를 비교해 보면, 폐렴 등 합병증 예방에 대한 언급도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연구 결과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데에는 로슈가 몇몇 임상시험 결과를 공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오명돈 서울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연구팀의 의견을 보면 타미플루의 효과를 제대로 검증하려면 로슈가 임상시험 원자료를 모두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면서도 “세계적인 권위를 갖는 <영국의학저널>이 관심 있게 다룬 이번 연구 결과는 국내에서도 관심 있게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이번에 나온 논문과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볼 때 고위험군이 아닌 건강한 성인에서 가벼운 증상만 있는 신종플루의 경우 항바이러스제 투약이 필요한 것 같지는 않다”며 “하지만 임신부, 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 및 폐렴 등 중증 환자에서는 타미플루 등 항바이러스제의 효과를 의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타미플루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