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채소 소믈리에’ 김은경씨
[건강2.0]
건강한 먹거리 찾아내는 ‘밥상 파수꾼’
김은경·안은금주씨, 첫 국내강좌 열어
건강한 먹거리 찾아내는 ‘밥상 파수꾼’
김은경·안은금주씨, 첫 국내강좌 열어
“토마토 품종에는 크게 빨강 계열과 핑크 계열이 있어요. 우리나라 토마토는 어느 계열일까요?” 이름도 생소한 ‘채소 소믈리에’ 안은금주씨가 기자에게 대뜸 이런 질문을 던졌다. ‘빨강 계열 아니냐’는 기자의 답변에 안씨는 “정답은 핑크 계열”이라고 교정해줬다. 핑크계 토마토는 껍질이 연하고 생으로 먹기 좋은 품종이다. 빨강계 토마토는 껍질이 질겨 생으로 먹지 않고 조리해서 먹는다. 주로 케첩이나 스파게티 소스 등을 만들어 먹는데 색깔이 선명하고 빨갛다. 덜 익은 토마토를 따서 빨갛게 익혀 먹으면 몸에 좋다는 속설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상식이다. 토마토는 줄기에 달린 상태에서 햇볕을 받아 익어야 항암 효과가 있는 리코펜 성분이 많아진다. 따라서 굳이 파란 토마토를 집에서 익혀 먹을 필요는 없다. 토마토의 붉은 색소 리코펜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물질 중에서 강력한 항산화 역할을 하는 물질이다. 리코펜 성분은 핑크계보다 빨강계에 훨씬 많다. 리코펜은 생식하는 것보다는 가열하면 그 함량이 늘어나고, 지용성 색소라 기름과 함께 먹으면 흡수율이 높아진다. 따라서, 토마토를 먹을 때 비타민 C를 섭취하고 싶다면 생으로 먹는 것이 좋고, 리코펜 성분을 섭취하려면 익혀서 먹으면 ‘잘 먹는 것’이란다. 덜 익은 토마토가 시다면, 된장국에 넣어 익혀 먹으면 의외로 색다른 맛을 느낄 수도 있다고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가 아니라 ‘아는 만큼 먹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채소와 과일에 숨어 있는 비밀들을 캐내 바르게 먹도록 재밌게 설명해주는 사람이 바로 ‘채소 소믈리에’다. ‘와인 소믈리에’에서 따온 ‘채소 소믈리에’는 정식 명칭은 아니다. 일본 언론에서 붙여준 애칭이다. 정식 명칭은 ‘채소&과일 마이스터’다. 이들은 채소와 과일의 품종, 산지, 재배 과정, 영양 정보, 유통 과정,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레시피 등을 종합적으로 소비자에게 전달해준다. 이 이색 직업은 2001년 일본에서 처음 등장했다. 일본인의 채소·과일 소비가 줄어들자 전문가들이 모여 채소·과일에 관한 지식을 제대로 알리기 위한 ‘채소&과일 마이스터 협회’를 만든 것이 계기였다.
협회에서는 초급(주니어 마이스터), 중급(마이스터), 고급(시니어 마이스터) 과정을 개설하고, 일정 시험을 거쳐 자격증을 줬다. 현재 약 3만1000여명의 일본인이 주니어 마이스터 자격증을 땄고, 채소 소믈리에가 운영하는 레스토랑도 생겨났다. 기업에서는 채소 소믈리에에게 자문을 얻어 건강식품을 개발하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채소&과일 마이스터 협회 한국지부(www.vege-fru.co.kr)가 생겨 관련 강좌가 시작됐다. 이 강좌에는 ‘국내 1호 채소 소믈리에’ 김은경(사진)씨와 2호 소믈리에 안은금주씨, 일본 현지 협회에서 파견한 강사가 관련 강의를 맡고 있다. 홍보나 광고를 전혀 안 했지만 입소문을 들은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유통·식음료업계 관계자, 영농 후계자, 영양사, 학교 급식 담당자 등 먹거리에 관심이 많은 19명이 현재 강좌를 듣고 있다. 수강생들은 오는 2월6일 주니어 마이스터 첫 시험을 치른다. 이 시험에 합격하면 앞으로 ‘채소 소믈리에’로 활동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국내 1호 채소 소믈리에 김은경씨는 15년차 베테랑 요리연구가다. 인기 가정요리 수업 ‘김은경의 쿠킹 노아’를 운영하는 그는 ‘건강한 요리’에 대한 목마름에 다양한 정보를 찾다 채소&과일 마이스터 과정을 알게 됐고, 2008년 여름 일본으로 건너가 주니어 마이스터 과정을 이수했다. 이렇게 해서 그는 국내 1호 채소 소믈리에가 됐고, 협회는 그의 요리 경력을 인정해 한국 지부 대표를 맡겼다.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채소와 과일을 둘째로 많이 소비하는 나라예요. 소비자가 저희들을 통해 채소와 과일을 재발견하고 감동하면서 바르게 먹으면 생산자도 소비자도 모두 건강해지고 행복해질 겁니다.” ‘맛있는 요리 연구가’가 아닌 ‘건강 밥상 파수꾼’을 꿈꾸는 김씨의 옹골찬 새해 계획이다.
겨울에 빛나는 제철채소 4가지 요즘 먹으면 좋은 채소는 무엇이 있을까? ‘채소 소믈리에’ 김은경씨의 도움으로 ‘겨울철에 먹으면 좋은 채소 4가지’를 소개한다. ■ 브로콜리 전체적으로 보아 봉긋하고 봉오리가 작으며 단단한 것이 좋고, 녹색이 진한 것은 연하고 단맛도 있다. 냉장 보관 시 1~2일 가능하고, 그 이상 보관한다면 살짝 데쳐서 냉장하면 4일 정도 보관 가능하다. 비타민 C는 레몬의 2배, 양배추의 4배, 양상추의 27배가 들었다. 생으로 먹을 때는 베이킹소다를 탄 물에 20분 정도 담가서 흐르는 물에 헹군다. 삶을 땐 소금을 넣고 2분 이상 데치면 식감이 떨어지므로 살짝 데친다. ■ 무 봄무, 여름무, 겨울무 중 겨울부터 이른 봄에 출하되는 것이 달고 싱싱하며 가장 맛있다. 털구멍이 두드러지게 깊은 것이나 끝뿌리가 긴 것은 피한다. 머리에 검은 점이 심한 것도 피한다. 갈아 먹을 땐 비타민 C 파괴와 갈변을 막기 위해 식초를 첨가하면 좋다. 전분의 소화효소인 아밀라아제가 함유돼 있어 탄수화물 섭취 시 같이 먹으면 소화를 돕는다. 무를 크게 3등분 해서 보면 푸른빛을 도는 부분이 가장 달다. 따라서 이 부분으로 무생채나 무주스를 만들어 먹으면 좋다. 둘째 마디는 달고 매운맛이 살짝 돌아 조림으로 좋고, 뿌리의 끝부분에 해당하는 부분은 매운맛이 강하므로 볶거나 국으로 끓여 먹으면 좋다. ■ 양배추 그중 겨울 품종인 (한옥)양배추는 엽육이 두껍고 단단하며 단맛도 강하다. 따라서 삶아도 부스러지지 않고, 삶을 때 단맛이 충분히 나오므로 끓이거나 삶는 요리에 좋다. 단단하고 쥐었을 때 딱딱하고 무거운 것을 고른다. 반으로 잘라 파는 경우, 가운데 심이 위까지 자라지 않은 것으로 선택해야 쓴맛이 덜하다. 위장장애에 효과가 있는 비타민 U를 많이 함유하고 있고, 바깥 부분인 녹색에는 비타민 A도 들어 있다. 비타민 C, 아미노산, 칼슘, 칼륨도 풍부하다. ■ 시금치 잎이 크고 싱싱하며 뾰족한 침이 있는 것, 녹색이 선명하고 누런 잎이 없는 것을 고른다. 줄기가 굵은 것은 많이 자란 것이라 맛이 덜하다. 젖은 신문지로 싸서 비닐봉지에 넣어 냉장고에 세워 보관하면 오래간다. 뚜껑을 덮지 않고 센 불에서 데쳐 찬물에 빨리 식혀 물을 잘 빼내야 영양 파괴가 덜하다. 포항초나 비금초 등 뿌리가 붉은 품종은 단맛이 많다. 카로틴은 기름과 섭취하면 흡수가 좋으므로 볶음 요리나 샐러드 요리 시 올리브 오일 드레싱을 하면 좋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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