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신기술이 더 낫다는 보장 없다
[건강한 세상]
김양중의 건강수첩 /
건강 관련 뉴스에 관심을 갖다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어느 병원에서 ‘국내 혹은 세계 최초 ○○수술 성공’ 이라는 제목의 소식이다. 최근에도 지방의 한 대형병원이 개원 뒤 첫 간 이식 수술을 성공했다며 언론에 이를 알렸고, 많은 보도가 뒤따랐다. 지난달 말에는 서울의 한 대학병원의 흉부외과 교수팀이 심장까지 전이된 간암 수술에 성공했다는 소식도 널리 알려졌다. 국내의 병원에서 한 첫 수술만 널리 알려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첫 수술에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초에는 프랑스의 한 병원에서 100% 안면 이식수술을 했으며 이는 세계에서 첫번째로 성공한 것이라는 소식을 여러 국내 언론이 다룬 바 있다.
첫번째 ○○수술 성공과 함께 흔히 보도되는 소식 가운데 하나가 신약에 대한 소개다. 신약이 시판된다는 소식은 물론, 예를 들면 기존의 백혈병 치료제를 대체할 만한 신약이 곧 출시된다는 소식도 곧잘 소개된다. 심지어는 신약이 개발돼 그 효과와 안전성 등을 확인하기 위한 임상시험에 돌입했다는 소식까지도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첫 수술 성공이나 신약 출시 등의 소식을 들은 독자들은 해당 병원의 수술 성적이 우수하거나 신약이 기존 약보다 훨씬 효능이 좋다고 생각하기 쉽다. 또 언론들이 그렇게 판단했기 때문에 이런 소식들을 싣는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뉴스를 다루는 언론의 입장에서는 첫 수술 성공이나 새로운 약이 그야말로 ‘뉴스’(news) 즉 새로운 소식이기 때문에 이를 전달하는 언론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환자들로서는 새로운 약이 기존에 나와 있는 약보다 더 효능이 우수한지에 대해 더 알고 싶을 텐데, 이런 연구 결과는 거의 없기 때문에 언론이 알리고 싶어도 알릴 수가 없다. 오히려 기존에 나와 있는 상당수의 약들이 효과와 부작용이 더 널리 알려져 있는데다가, 값도 신약보다 많이 저렴해 더 낫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첫 수술 성공도 그런 수술을 해야 더 치료 가능성이 높거나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조건에 맞는 환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해당 조건이 맞지 않는다면, 비록 그런 의료진이 갖춰져 있어도 수술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 조금 거칠게 말하자면, 사실 같은 수술이라도 환자마다 해부학적 구조부터 몸의 전반적인 상태나 질병의 진행 정도까지 모두 다르기에 의료진의 입장에서는 항상 ‘첫 수술’이 될 수 있다.
서양의학을 비롯해 모든 의학과 치료 기술은 지금도 검증의 과정에 있다고 보는 의견이 타당하다. 현실에서는 지금까지 가장 의학적으로 검증된 치료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새것이라고 무조건 쫓아다녀서는 곤란하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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