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따른 진단·치료, 새 장 열렸다
[건강한 세상]
김양중의 건강수첩 /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성인지의학협진클리닉이 이화의료원에 생겼다. 같은 질병이라도 남녀 사이에 다른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같은 치료제라도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남녀 차이에 맞게 진단과 치료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특히 가슴앓이, 화병, 만성두통, 하복부 불편감 등 여성들에게서 많이 발생하는 질환을 중심으로 5개 이상의 진료과가 협진을 통해 통합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 이미 1990년대 후반부터 이런 차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해당 클리닉도 생겨난 만큼 국내에서도 이런 클리닉의 등장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미 이전 연구에서도 혈관 속에 혈전이 생기는 것을 막아 심장 및 혈관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는 아스피린의 경우 남성들에게는 그 효과가 있지만 여성들은 효과가 없거나 적다고 나온 적도 있다. 약의 효과뿐만 아니라 일부 기호식품의 효과도 남녀에 따라 차이가 있다. 일본에서 나온 연구 결과를 보면 매일 하루 한 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견줘 대장암 발생 가능성이 낮게 나왔다. 하지만 이 효과는 남성에게서는 관찰되지 않았다. 반면 커피를 즐겨 마시면 간암의 가능성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데, 이때는 남녀 모두에서 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오기도 했다.
질병 발생 상황도 남녀에 따라 차이가 크다. 한 예로 뇌에 생기는 종양도 남성은 상대적으로 치료가 힘든 종양이 더 잘 생기며, 여성은 쉽게 악화되지 않으며 치료가 잘되는 종양이 더 자주 생긴다. 이 때문에 남녀에 따라 진단부터 치료까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데에 이의를 달기에는 쉽지 않다.
남녀 차이보다 더 나아가면 소아청소년과나 노인의학이 존재하는 것처럼 나이에 따라서도 다르며, 심지어는 사람 개개인의 차이 때문에 치료 효과가 다를 수 있다. 같은 약이라도 사람에 따라 그 효과가 다를 수 있는데, 한 예로 위산이 과다하게 나오는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제산제 가운데 한 종류는 이를 분해할 수 있는 효소의 존재 여부에 따라 효과가 다르게 나타난다. 효소가 없으면 이 약이 우리 몸에서 효과를 낼 수 없는데, 우리나라 사람들 가운데 20%가량은 이 효소가 없다고 한다.
앞으로 이런 분야에 대한 연구가 좀더 진행되면, 같은 약이라도 사람에 따라 효과가 왜 다른지에 대해 좀더 규명이 될 것이다. 혹시라도 고혈압 등을 현재 쓰는 약으로 잘 조절하고 있는 이들이, 다른 이들에게 좋은 효과가 있다는 말만 듣고 그 약을 찾아 떠돌아다니는 모험을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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