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중의 건강수첩
김양중의 건강수첩
암이 이미 치료할 수 없는 수준으로 진행됐다고 진단되면 아무런 치료 없이 퇴원해야 할 때가 있었다. 가정에서 각종 민간요법을 받다가 극심한 고통 속에서 숨지는 것이다. 이는 암이 매우 고통스러운 질병으로 알려진 이유이기도 하고, 또 ‘사망선고’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 배경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말기 암이라도 아직 임상시험 중인 항암제 등을 쓰기도 하고, 다른 방법의 수술을 해 보기도 하는 등 적극적인 치료를 할 때가 있다. 다만 이런 치료들은 짧으면 평균 며칠에서 길어야 한두달가량의 수명 연장을 가져온다는 점이 한계이다. 물론 드물게 수개월에서 1~2년 정도 더 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치료에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며, 치료에 집중하다 보니 암 환자의 극심한 통증 등의 관리에는 다소 소홀하다. 암을 정복하려는 의사들이나 환자들의 마음을 외면할 수야 없지만, 이런 치료에 대해 암 환자의 고통이나 비용 등을 감안하면 무턱대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말기 암 환자의 경우 암 세포가 몸의 곳곳에 퍼지면서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는데, 이 통증으로 삶을 스스로 마감하는 사람들도 있다. 실제 국립암센터가 1993~2002년 10년 동안의 암 환자 81만여명을 2005년까지 추적 조사한 결과 암 환자들의 자살률은 일반 인구에 견줘 2배가량 높았다. 이런 이유들로 암 환자의 통증을 덜어주는 치료는 이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치료가 된다.
최근에는 더 이상 치료할 수 없는 말기 암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의료진이 통증 치료를 하는 호스피스완화의료가 등장했다. 그리고 이제는 더욱더 확대하기 위해 건강보험 적용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전히 말기 암 환자의 대부분은 고통 속에서 임종을 맞고 있다. 국립암센터가 지난해 전국 53개 호스피스·완화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2008년 한해 동안 이 기관에서 치료를 받으며 사망한 암 환자는 4285명으로 이 기간에 암으로 사망한 전체 환자 6만7561명의 6.3%에 그쳤다. 미국의 경우 그 비율이 39%인 것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여전히 대부분의 암 환자는 사망할 때까지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지만, 이에 대한 적절한 치료나 돌봄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사회적 인식 수준이 아직 낮고, 또 호스피스 병동을 운영하는 의료기관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아직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등 환자의 부담이 만만치 않은 점도 큰 몫을 하고 있다.
현대의학으로 치료할 수 없는 질환에 걸린 환자의 통증을 비롯해 삶의 질을 훼손하는 갖가지 불편을 덜어주는 것은 의료진의 중요한 업무다. 치료할 수 없다고 그 환자의 고통이나 불편마저 방치했던 시대는 이제는 끝나야 한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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