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중의 건강수첩
[김양중의 건강수첩]
1999~2007년 사이에 가장 빠르게 늘어난 암은 갑상샘(갑상선)암이다. 보건복지부 및 중앙암등록본부의 통계 자료를 보면 한해 평균 무려 25%가 늘었다. 암 전체의 평균 증가율이 한해 평균 2.9%인 것과 비교해 보면 그 증가 폭의 크기를 알 수 있다. 특히 여성에게 많은데, 2000년대 중반부터는 이미 자궁경부암이나 유방암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예를 들면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의 폭발과 같이 갑상샘암을 갑자기 증가시킬 만한 이유도 국내에는 없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늘었을까? 의료계에서는 갑상샘암의 발생 자체가 늘어났다고 여겨지기보다는 건강검진 등이 활성화되면서 의료기관에서 이를 많이 찾아내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또 갑상샘암 자체가 암이라고 하기에 무색할 정도로 진단 뒤 5년 이상 사는 비율이 2003~2007년 기준 97~99%일 정도로 높아 그만큼 진단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무튼 갑상샘암 진단의 급격한 증가는 갑상샘암을 진료하는 병원에 엄청난 대기자 수를 기록하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갑상샘암이 상당히 진행돼 신속한 치료가 필요한 사람도 갑상샘암이기는 하지만 크기가 너무 작아 더 이상 진행하는지 관찰만 해도 되는 사람들에게 그 순서가 밀리는 문제가 생겼다. 또 갑상샘 검사에서 이상이 나온 이들은 암에 걸렸다는 불안에 떨게 됐고, 또 추가 검사를 위해 불필요한 의료비까지 낭비했다. 때로는 수술 과정에서 원치 않는 부작용을 겪어야 했으며, 갑상샘 전체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이들은 평생 호르몬제를 먹어야 했다.
이 때문에 대한갑상선학회가 초음파 검사 등으로 갑상샘에 생긴 5㎜ 이하의 혹이 발견됐다고 하더라도 더 이상의 추가 검사를 하지 않도록 권고한 것은 바람직해 보인다. 이 권고는 갑상샘에 생긴 혹 등이 5㎜보다 작으면 설사 암이라고 의심되더라도 조직 검사 등 추가 검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학회는 그 이유에 대해서 5㎜보다 작은 혹은 그것이 암이라고 해도 생명에는 전혀 지장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나중에 더 커져서 수술을 하더라도 생명을 단축시키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혹에 대해서는 1년에 한번씩 추적 검사해 볼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다만 초음파 촬영에서 갑상샘 주변에 악성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림프절이 있다면 이때는 추가 조직 검사 등이 필요하다.
‘결자해지’라는 말이 있다. 그동안 일부 의료진들은 의학적으로 검진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근거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값비싼 건강검진 프로그램에 경부 초음파 검사 등을 넣어 관찰은 하되 당장 치료는 불필요한 혹까지 찾아냈다. 조금 늦긴 했지만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번에 관련 학회가 나선 것은 국민의 건강 및 의료진의 올바른 진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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