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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보다 따뜻한 접촉을

등록 2010-12-07 08:49수정 2010-12-07 11:05

김양중의 건강수첩
김양중의 건강수첩
김양중의 건강수첩/

요즘 들어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이른바 아이티(IT) 기술이 발달하면서, ‘원격의료’라는 말이 나오고 또 유행처럼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원격의료를 허용하려는 법 개정안을 정부가 들고 나왔다. 원격의료는 원래 국토가 매우 넓지만 인구 밀도는 낮은 나라에서 의사를 동네마다 배치하기가 힘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화상으로 진료를 하거나 각종 통신기계를 통해 검사 수치 등을 의사에게 보내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토는 좁고 인구밀도는 세계적으로 최상위권이다. 따라서 관련 전문가들 중에는 우리나라에서는 원격진료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와중에 최근 미국 예일대병원에서 나온 원격의료의 효과에 대한 논문이 관심을 끌고 있다. 예일대 의대와 보건대학원 소속 연구자들이 이 병원에 입원한 경험이 있으면서 기존 치료를 받는 827명의 심장질환자와 원격의료를 받는 826명을 대상으로 연구했다. 이 조사에서 원격의료는 매일 환자가 전화로 주치의에게 관련 증상과 몸무게 등을 알리는 방식이었고, 기존 치료는 일정 기간마다 병원을 찾아 의사의 진료를 받는 방식이었다. 이후 180일 안에 어떤 이유로든 재입원하거나 사망한 경우, 심부전으로 입원한 일수와 횟수 등을 비교한 결과 모든 비교 항목에서 원격의료가 기존의 치료보다 더 낫다는 근거가 없었다. 연구자들은 심장질환에서 원격의료가 환자들의 질병관리에서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다.

물론 이번 연구 결과가 모든 질병에 대해서, 그리고 모든 나라에서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정부의 원격의료 방안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 사이에 시기상조라는 비판이 있는 상황에서 이번 연구 결과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특히 환자의 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의학적인 치료에서 아직 원격의료에 대한 기술적인 안전성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고, 더욱이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지도 검증이 되지 않았다면 더욱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의학은 원래 기존 치료보다 더 낫다는 근거가 있어야 새 치료를 인정하는 것이 원칙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환자들에게 명성이 자자한 의사들에게는 여러 공통점이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진료실에 들어왔거나 입원한 환자의 손을 꼭 잡아주면서 그동안의 통증이나 증상이 얼마나 힘들었는지에 대해 듣는다는 것이다.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여러 설문조사에서 이렇게 의사가 손이라도 한 번 잡아주면서 자신의 통증에 대해 들어주면 그 자체로 통증이 사라지기 시작한다는 응답이 높다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손을 잡는 등 환자에 대한 따뜻한 접촉이 치료의 시작이라는 것은 고대 의학으로부터 지금까지 내려오는 오래된 원칙이다. 물론 이런 접촉이 가능하도록 현재의 의료체계를 개편하는 일은 꼭 필요하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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