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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인도’는 아침연속극 닮았다?

등록 2008-12-11 18:41수정 2008-12-14 00:25

영화 ‘미인도’는 아침연속극 닮았다?
영화 ‘미인도’는 아침연속극 닮았다?
[뉴스 쏙] 호기심 플러스
혹평에도 200만명 돌파 ‘대박’
“불황엔 에로”로는 설명 부족
상투적이지만 통하는 뭔가…

영화 <미인도>가 이달 초 200만 관중을 돌파했습니다.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100여편 가운데에선 5번째,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로는 <추격자>에 이어 두번째로 200만을 넘었습니다. 예상을 넘는 호조입니다.

하지만 영화계 사람들이 느끼는 온도는 조금 다릅니다. <미인도>는 200만명을 넘길 만큼 잘 만든 영화는 아니라는 평론가들이 대다수입니다. 영화평론가 변성찬씨는 “흥행이 될 만한 온갖 상업적 코드를 가져다 붙였지만 만듦새는 평균 이하”라며 “흥행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고백합니다. 영화계에선 “불황에는 역시 벗는 영화가 최고”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옵니다.

<미인도>에 대한 반응은 ‘극단적인 혐오’와 ‘막연한 지지’로 엇갈립니다. 영화 홍보를 맡은 홍보대행사 임정혜 대리는 “에로티시즘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관객 반응이 다른 것 같다”고 말합니다. 영화는 ‘에로티시즘’을 홍보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노출 수위는 매우 높습니다. 기생 두 명이 색주가에서 벌이는 체위 시범 장면의 경우 극 전개와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그런 에로티시즘을 좋아하거나, 부담 없이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영화를 즐길 수 있지만, 싫어하는 이들은 극단적으로 싫어하게 됩니다.

이런 영화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계층은 누굴까요? 극장 쪽은 ‘중년 여성’들을 지목합니다. 씨지브이 홍보팀 윤여진씨는 “평일 낮에도 좌석 점유율이 일정 수준 이상을 기록하는데, 이는 30~40대 주부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합니다. 11월13일 개봉한 <미인도>는 막 개봉한 영화들을 제치고 지난 주말까지도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뒷심은 ‘아줌마 파워’로 설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유행에 민감한 20대와 달리 중년 여성들은 입소문에 따라 움직여 영화에 대한 반응이 반 박자 정도 느린 편입니다.

그렇지만 영화의 성공이 단순히 ‘에로티시즘’ 때문일까요? 꼭 그렇게만 보기도 어렵습니다. 토속 에로티시즘을 내세운 영화로는 올 4월에도 <가루지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루지기>도 최근 몇 년 새 등장한 다른 야한 영화들처럼 흥행에는 참패했습니다.

<미인도>가 그리는 사랑의 모습은 세련되지 않습니다. 극중 남장 여자인 신윤복은 저잣거리에서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사내 강무(김남길)를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윤복에 대한 연정을 숨기고 있던 스승 김홍도(김영호)는 둘 사이를 훼방 놓고, 윤복을 겁탈까지 합니다. 영화 속 인물들이 내뿜는 정제되지 않은 감정의 찌꺼기들은 서로에게 씻기 힘든 상처를 남깁니다. 제자의 사랑을 이해 못 하고 찌질한 야수로 변하는 홍도의 몸짓은 우리가 잘 아는 아침 통속극 주인공들과 많이 닮았습니다.

전두환 정권의 ‘3S 정책’(스포츠, 스크린, 섹스를 내세우는 우민화 정책) 이후 에로 영화는 한때 한국 영화의 대세였습니다. 그 시절 <변강쇠>나 <뽕> 등은 단순히 남녀의 벗은 몸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변강쇠>에는 안온한 정착 생활을 꿈꿨던 천민들의 이루지 못한 꿈이, <뽕>에는 일제 강점기 고단했던 백성들의 삶이 녹아 있습니다. 그것은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습니다.

<미인도>는 분명 ‘수작’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200만명 넘게 영화를 본 것은 영화가 말하려 했던 그 어떤 것에 대중이 공명했기 때문은 아닐까요? 상투적인 얘기를 반복해 들려주는 아침 연속극들이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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