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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 양념 뿌려 잡지기사로… 한 요리기자의 ‘낯뜨거운 표절’

등록 2009-02-26 19:21수정 2009-02-27 15:47

소설을 기사로 둔갑시킨 요리ㆍ레저 전문 월간지 <프라이데이 콤마> 지난해 9월호.
소설을 기사로 둔갑시킨 요리ㆍ레저 전문 월간지 <프라이데이 콤마> 지난해 9월호.
[뉴스 쏙]
무라카미 류 단편집 베껴…당사자는 “해석하기 나름”

음식·요리 관련 각종 매체와 방송에서 활발하게 활동중인 요리전문 프리랜서 전아무개 기자가 일본의 유명 소설가 무라카미 류의 음식소설을 표절해 글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전 기자는 요리·레저 전문 월간지 <프라이데이 콤마> 지난해 9월호에 쓴 ‘어메이징 타이페이’ ‘호이안의 밤’ 기사 두 꼭지에서 무라카미 류의 단편집 <달콤한 악마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의 내용을 베끼거나 여러 부분 짜깁기했다. <달콤한 악마가…>는 무라카미 류 특유의 감각적인 문체로 다양한 음식에 대해 쓴 단편소설 모음집으로, 국내에서도 음식에 관심이 많은 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 지금까지 1만5천부 넘게 팔렸다.

전 기자는 ‘어메이징 타이페이’ 기사에서 “수프는 색깔도 맛도 향기도 짙었다. 수프라기보다는 차라리 소스 같았다. 바다 냄새가 나는 뜨거운 상어 지느러미와 함께 입에 넣으면 진득한 게 입천장에 달라붙으면서 이내 스스로 녹아 천천히 목구멍 안으로 미끄러져 내렸다”라고 썼다.

이 문장은 무라카미 류의 단편집에 있는 소설 ‘그 여자가 처녀였던 이유’에 나오는 “수프는 색깔도 맛도 향기도 짙어서 수프라기보다는 차라리 소스 같았다. 바다 냄새 나는 뜨거운 상어 지느러미와 함께 입에 넣으면 진득하게 입천장에 달라붙으면서 스르르 녹아 천천히 목구멍 안으로 미끄러져 내린다”라는 문장과 거의 똑같다.

전 기자의 기사 내용 중 다른 여러 부분들도 이 단편소설집 소설들과 흡사하게 짜깁기했거나 장소만 살짝 바꾼 듯한 수준이다. 전 기자가 다녀온 타이베이 클럽 기사는 단편소설 ‘차가운 게살은 침묵을 강요한다’의 마이애미의 클럽 이야기를 타이베이로 바꾼 정도이고, 기사 내용 중 바텐더와의 대화 역시 거의 소설 속 묘사 그대로다.

또다른 기사 ‘호이안의 밤’도 표절로 의심되는 부분이 여러 군데다. 이 기사에 나오는 음식 묘사는 소설 ‘바다 먹는 여자’를 베끼면서 소설의 파스타를 쌀국수로 바꿨고, 대화나 독백도 소설과 흡사하다.

기사의 줄거리도 비슷하다. 소설 ‘달콤한 악마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는 한 남자가 프랑스에서 우연히 옛 애인과 만나 식사를 하는 내용인데, 전 기자의 기사는 자신이 우연히 옛 애인을 만나는 내용이다.


표절 의혹에 대해 전 기자는 “기사를 쓰기 전에 무라카미 류의 단편집을 읽어 비슷한 패턴이나 문장 배열이 있을 수 있다”며, “표절한 것은 아니며 (표절 여부는) 해석하기 나름”이라고 밝혔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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