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이 9일(한국시각) 메이저리그(MLB) 보스턴 레드삭스와 경기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토론토/AP 연합뉴스
메이저리그에서 후반기는 양극화가 더 두드러지는 시기다. 트레이드 마감 시한을 기점으로 전력 보강을 하는 팀과 전력 누수가 생기는 팀으로 나누어진다. 그러다 보니 이기는 팀은 더 이기고, 지는 팀은 더 지는 빈부격차가 심화된다.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도전한다. 지난해 기세를 넘어 올해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토론토는 전반기 45승42패로 동부지구 3위, 아메리칸리그 8위에 머물렀다. 포스트시즌에 올라가려면 더 나은 성적이 필요했다. 이에 유망주 출혈을 감수하고 투수 세 명을 데리고 왔다. 호세 베리오스(27)와 브래드 핸드(31) 호아킴 소리아(37)가 그들이다.
눈길을 끄는 선수는 단연 베리오스다. 베리오스는 2018~19년 올스타 투수다. 경기마다 기복은 있지만, 탈삼진 능력이 위력적이다. 2018년 이후 아메리칸리그에서 베리오스(604개)보다 많은 탈삼진을 기록한 투수는 게릿 콜(872개)과 셰인 비버(629개), 랜스 린(626개) 뿐이다. 무엇보다 베리오스의 합류로 토론토 선발진은 좌우 균형이 한결 좋아졌다.
실제로 토론토 선발진은 후반기에 선전하고 있다. 투수 7명이 합작한 평균자책점은 2.95다. 도합 12승은 후반기 메이저리그 선발진 중 가장 많다. ‘이적생’ 베리오스도 첫 두 경기에서 12이닝 1실점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선발진이 후반기 최다승 1위를 달리게 한 원동력으로 타선의 뒷받침도 빼놓을 수 없다. 토론토는 올해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22)가 중심으로 거듭났고, 조지 스프링어(31)가 새롭게 가세하면서 더 파괴력을 갖췄다. 이미 전반기에도 팀 타율(0.264), 팀 오피에스(OPS·0.776), 팀 홈런(130) 전체 2위, 팀 득점 전체 5위(444)였다. 타선이 리그 평균보다 얼마나 뛰어났는지 가늠할 수 있는 조정득점생산력(wRC+)도 휴스턴(120)과 시카고 화이트삭스(112)에 이은 전체 3위(110)였다.
토론토는 이러한 타선을 앞세워 선발 투수들에게 화끈한 득점 지원을 해주고 있다. 현재 토론토 선발진이 받는 9이닝당 평균 6.39득점은 전체 최다 1위에 해당한다. 저조한 득점 때문에 불운한 일은 다른 팀들보다 적었다.
이번 시즌 가장 전폭적인 득점 지원을 받은 선발 투수도 토론토에 있다. 바로 류현진(34)이다. 류현진은 9이닝당 7.67득점을 받으면서 이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덕분에 11승을 올림으로써 리그 다승 공동 선두로 나선 상황이다. 한 시즌 개인 최다승(14승) 경신은 물론, 리그 다승왕 타이틀도 노려볼 수 있다.
8월4일 클리블랜드를 상대로 시즌 11승을 따낸 류현진은 지난 9일 보스턴전에서 3⅔이닝 7실점으로 크게 무너졌다. 7실점이 모두 자책으로, 한 경기 개인 최다 자책이었다. 피안타도 10개를 기록하면서 난타를 당했다. 시즌 평균자책점도 3.62까지 급등했다.
올해 류현진은 ‘달라진’ 체인지업이 고민이다. 지난해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체인지업이 흔들리고 있다. 피안타율 0.260과 피장타율 0.429는 류현진의 체인지업이라면 심각한 수준의 성적이다. 〈스탯캐스트〉는 볼카운트와 상황별로 해당 구종의 득점 가치(Run Values)를 매긴다. 그런데, 올해 류현진의 체인지업 득점 가치는 +2에 그치고 있다. 간단히 설명하면 투수 입장에서 해당 구종을 던졌을 때 두 점을 더 내준다는 의미다.
후반기 토론토는 15승8패로 승률(0.652)이 리그 3위다. 하지만 토론토보다 후반기 승률이 더 높은 두 팀이 공교롭게도 같은 지구의 뉴욕 양키스(0.696)와 탬파베이(0.682)다. 토론토가 속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는 볼티모어를 제외한 나머지 네 팀이 모두 포스트시즌을 넘보고 있다. 전력이 강한 팀들과의 순위 경쟁, 여기에 이 팀들과의 맞대결이 적지 않게 남은 건 토론토 입장에서 부담스럽다. 또한 토론토는 아직 5할 승률 이상 팀들을 상대했을 때 성적(36승39패)이 5할이 채 되지 않는다.
지난해 토론토는 포스트시즌에 오른 예상외의 팀이었다. 그러나 투자가 이루어진 올해는 포스트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부담 없이 치르는 시즌과 성과를 내야 하는 시즌의 압박감은 분명히 다르다.
토론토는 성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팀이 됐다. 모두의 기대에 부응하는 결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그 기대에 부응하려면 류현진이 류현진다운 모습을 보여줘야만 한다.
이창섭 메이저리그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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