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다르빗슈 유가 2일(한국시각) 애리조나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 선발 등판해 공을 던지고 있다. 애리조나/AFP 연합뉴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시리즈 첫 두 경기에 승리하면서 분위기를 정비하는 듯했지만, 시리즈 마지막 경기를 내주면서 연승에 실패했다. 7월 11승14패, 8월 11승15패로 모두 5할 승률을 넘지 못했던 샌디에이고는 현지 시각 기준 9월의 첫 경기도 패배를 먼저 당했다.
지난해 14년 만의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샌디에이고는 더 큰 기대에 부푼 시즌이었다. A J 프렐러 사장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대대적인 선수 보강에 나섰다. 포스트시즌에서 선발진이 무너졌던 상황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다르빗슈 유(34)와 블레이크 스넬(28), 조 머스그로브(28)를 데리고 왔다. 또한 야수 전력을 두껍게 해줄 김하성(25)을 영입했고, 베테랑 마크 멜란슨(36)을 추가하며 뒷문 단속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폭풍처럼 움직인 샌디에이고는 시즌 전망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엘에이(LA) 다저스를 넘어 지구 우승을 차지하는 건 시기상조이지만, 와일드카드는 무난하게 따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스피엔〉(ESPN)은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에 대해 “샌디에이고를 제외한 나머지 한 장을 둔 경쟁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즌 초반은 예상대로 흘러갔다. 4월 중순 다저스와의 첫 맞대결은 1승2패로 밀렸지만, 4월 말 다시 붙은 4연전은 3승1패로 우위를 점했다. 4연전 중 3경기가 한 점 차 승부로 치러진 접전이었으며, 특히 5시간이 걸린 마지막 4차전은 샌디에이고의 대역전승이었다. 다저스에게 밀리지 않은 건 샌디에이고에게 큰 자신감을 안겨준 부분이었다. 실제로 샌디에이고는 5월에 9연승을 달리는 등 메이저리그 최고 승률 1위에 올랐다. 샌디에이고의 시대가 도래한 듯했다.
만약 정규시즌이 작년처럼 60경기 체제였다면 샌디에이고는 내셔널리그 2위에 해당했다. 첫 60경기에서 샌디에이고(36승24패)보다 많은 승수를 거둔 내셔널리그팀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38승22패)밖에 없었다. 다저스는 샌디에이고에 미치지 못한 35승25패였다.
문제는 이번 시즌은 작년보다 102경기나 더 치러야 한다는 점이었다. 전력질주를 했던 시즌에서 숨 고르기를 해야 하는 시즌이 됐다. 시즌이 길어진 만큼 다양하게 발생하는 부상 변수에 대해서도 준비가 필요했다. 하지만 샌디에이고는 이 바뀐 시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시즌 초반 내일이 없는 것처럼 달렸던 팀 운영이 결국 과부하가 걸리면서 크게 흔들렸다.
많은 공을 들였던 선발진은 또 아쉬움을 남겼다. 머스그로브가 팀 역대 첫 번째 노히터를 달성하는 등 빼어난 활약(9승8패 평균자책점 2.85)을 펼쳤지만, 당초 에이스 역할을 바랐던 다르빗슈(7승9패 평균자책점 4.05)와 스넬(7승5패 평균자책점 4.31)이 오락가락했다.
시즌 첫 10경기에서 5승1패 평균자책점 1.75의 성적을 올렸던 다르빗슈는, 이후 15경기 2승8패 평균자책점 5.86으로 완전히 무너졌다. 같은 기간 9이닝당 피홈런 수가 2.1개로 증가하면서 잘 던지고 있어도 불안한 투수로 전락했다. 설상가상 부상자들도 나오면서 샌디에이고 선발진은 현재 627⅓이닝밖에 소화하지 못한 상태다. 선발진의 책임 이닝이 샌디에이고보다 적은 팀은 볼티모어 오리올스(604이닝)뿐이다. 볼티모어는 샌디에이고와 달리 현재보다 미래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팀이다.
포스트시즌을 노리는 팀들은 강점이 돋보이는 것보다 약점이 부각되는 걸 피해야만 한다. 시즌 중반 샌디에이고의 약점은 분명 마운드였다. 그러나 트레이드 마감시한 때까지 이 약점을 보완하지 못하고 그대로 지나갔다. 리그 타율 1위였던 애덤 프레이저(29)를 데려오면서 타선만 강화했고, 휘청거리는 선발진은 정작 그 어떠한 선수도 충원하지 못했다. 심지어 샌디에이고의 목표였던 맥스 슈어저(36)는 같은 지구 다저스가 데리고 갔다. 다저스의 과감한 결단에 슈어저를 빼앗긴 샌디에이고는 슈어저가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펼치는 맹활약(4승 평균자책점 1.55)을 지켜보고만 있다.
샌프란시스코와 다저스가 여전히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반면, 샌디에이고는 이제 와일드카드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9월에도 성적을 반등하지 못하면 역사에 남을 추락으로 남게 될 것이다. 시즌 후 팀 분위기가 최악으로 치닫는 건 불 보듯 뻔하다. 벼랑 끝에 몰린 샌디에이고로선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9월이 다가왔다.
이창섭 메이저리그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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