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이정후가 1일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두산 베어스와 경기에서 9회초 2사 1, 2루 때 2루타를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1 가을야구가 응원 꽃으로 물들었다. 2021 KBO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이 열린 1일 잠실야구장은 1루석(두산 베어스) 하얀색, 3루석(키움 히어로즈) 핑크색 응원이 이어졌다. 백신 접종자 등에 한해 100% 관중 입장이 허용된 가운데 팬더믹 사상 가장 많은 1만2422명의 팬들이 모여 2년 만에 경기장에서 ‘치맥’(치킨+맥주)을 즐기면서 야구를 즐겼다.
원칙적으로 육성 응원이 금지됐으나 박빙의 경기가 진행되면서 관중들은 순간순간 환호하며 일어나 다함께 팀 응원가를 부르기도 했다. 팬과 함께하는 ‘진짜’ 가을야구가 2년 만에 시작됐고, 경기는 시즌 타격왕의 면모를 뽐낸 이정후의 9회 결승타에 힘입은 키움의 7-4, 승리로 끝났다.
2차전은 2일 같은 장소(오후 6시30분)에서 열린다. 2015년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도입된 뒤 2차전까지 간 적(2016년)은 한 차례 있었지만 5위 팀이 4위 팀을 꺾고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키움은 0%의 확률깨기에 도전한다.
키움 히어로즈 선발 안우진이 1일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두산 베어스와 경기에서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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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우진의 강속구가 지배한 6이닝
키움 선발 안우진(22)의 투구는 빠르고 예리했다. 최고 시속 157㎞ 속구를 뿌려대면서 4⅔이닝동안 퍼펙트 투구를 이어갔다. 5회말 2사 뒤 허경민에게 볼넷을 내준 뒤 박세혁에게 우전안타를 내주며 이날 경기 첫 위기(2사 1, 3루)를 맞았으나 박계범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6회까지 안우진은 난공불락으로 보였다.
키움은 5회초 1사 1, 2루에서 이지영의 중전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았고 7회초 1사 3루 이지영 땅볼 때 두산 3루수 허경민이 공을 글러브에서 빨리 빼지 못하는 사이 3루 주자 박정음이 홈을 밟아 2-0으로 앞서갔다. 두산 선발 곽빈(22)도 포크볼을 앞세워 4⅔이닝 2피안타 3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나름 선방했다.
두산 베어스 김인태가 1일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키움 히어로즈와 경기에서 7회말 1사 2, 3루 때 대타로 나와 좌중간 2루타를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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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탈여’ 감독의 용병술
무기력하던 두산 타선은 7회말 비로소 기지개를 켰다. 김재환이 볼넷으로 출루한 뒤 양석환의 잘 맞은 타구가 키움 좌익수 박정음의 호수비에 걸렸지만 다음 타자 허경민이 우전 안타를 때려냈다. 1사 1, 3루. 이때 김태형 두산 감독은 대주자 카드를 꺼내 들었다. 허경민 대신 발 빠른 조수행을 기용했다. 조수행은 곧바로 도루에 성공하면서 1사 2, 3루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두산 벤치는 다시 움직였다. 전 타석에서 안타를 쳤던 박세혁을 빼고 대타 김인태를 투입했다. 김인태는 높게 제구된 안우진의 시속 132㎞ 체인지업을 두드려 싹쓸이 동점 2루타를 만들어냈다. 2-2, 승부는 다시 시작됐다.
두산 베어스 김재환(오른쪽)이 1일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키움 히어로즈와 경기에서 8회말 2사 2루 때 우월 동점 투런포를 터뜨린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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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지른 양쪽 불펜
두산 불펜의 핵심은 이영하와 홍건희, 그리고 김강률이다. 경기 전 김태형 감독은 김강률이 근육통 등이 있어 이영하와 홍건희를 중용할 것임을 내비쳤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좋지 못했다. 홍건희는 1⅓이닝 2피안타 1실점, 이영하는 ⅓이닝 2피안타 1볼넷 2실점 했다. 2-2 동점을 만든 8회초 곧바로 내준 2점이라 뼈아팠다. 이영하는 24개 공을 던졌는데 12개가 볼이었다. 포크볼 제구가 전혀 안됐다.
키움도 믿었던 불펜이 무너졌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4-2로 앞선 8회말 2사 2루에서 가장 믿는 조상우를 마운드에 올렸으나 볼카운트 3(볼)-1(스트라이크)에서 김재환에게 5구째 시속 150㎞ 속구를 통타당했다. 우측 담장을 넘기는 타구 속도 시속 163.3㎞의 총알 같은 투런포였다. 4-4, 경기는 다시 리셋됐다.
1일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관중들이 응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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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의 영웅’ 이정후
정규리그 ‘타격왕’ 이정후(23)는 경기 전 “투수 싸움일텐데 내가 잘할 수 있는 부분에서 놓치지 않고 잘하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하지만 막상 경기에 들어 8회까지 4타석 3타수 무안타 1볼넷으로 다소 실망스런 성적을 보였다.
이정후는 팀이 정말로 필요할 때 리그 최고타자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9회초 2사 1, 2루에서 두산 불펜 김강률을 공략해 우중간을 가르는 2타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올 시즌 상대 전적에서 3타수 무안타 1삼진으로 부진했는데 큰 무대에서는 기어이 안타를 뽑아냈다. 이정후에 이어 박병호가 중전 안타를 때려내 키움은 7-4로 달아났다. 두산은 9회말 1사 만루 기회가 있었지만 후속 타자가 범타로 물러났다.
이정후는 경기 뒤 데일리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김양희 기자,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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