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이정후(오른쪽)가 19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KBO리그 엘지(LG) 트윈스와 경기에서 4회말 1점 홈런을 친 뒤 더그아웃에서 홍원기 감독의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2022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엘지(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린 1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 0-0 팽팽하던 4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이정후(24·키움)의 방망이가 힘차게 돌아갔다. 볼카운트 3(볼)-1(스트라이크)에서 엘지 선발 아담 플럿코의 시속 139㎞ 커터를 때려냈다. 타구는 쭉쭉 뻗어 우측 담장을 넘어갔다. 3⅓이닝 동안 단 1안타만 내주며 호투하던 플럿코에 일격을 가하는 솔로홈런이었다.
이정후는 이날까지 올 시즌 65경기 출전 만에 11개 홈런을 때려냈다. 평균 6경기당 1개꼴로 홈런을 터뜨리고 있다. 개인 최다 홈런(15개)을 기록한 2020년(9.3경기당 1개)보다 훨씬 페이스가 좋다. 현재 페이스가 이어지면 데뷔 최초로 시즌 20홈런 이상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정후는 홈런에 대한 욕심은 없다. 그는 최근 경기 전 더그아웃 인터뷰에서 “나는 홈런 타자가 아니다. 안타와 타율에 집착하는 편”이라면서 “지금은 OPS(출루율+장타율)를 더 중요하게 보는 시대여서 장타가 많으면 더 좋은 타자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했다. 홈런은 안타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온다는 뜻이다.
이정후의 타격 능력은 이미 리그 정상급으로 평가받는다.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이정후가 타석에 서면 투수가 던질 곳이 없다. 모든 공을 쳐 낸다“면서 “상대 투수의 어떤 공에도 흐트러지지 않고 제 타격폼이 나온다. 올해 한 단계 더 올라선 느낌”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이정후 또한 “2021시즌을 치르면서 ‘나만의 타격 방법'이 만들어진 느낌이 들었고 그 느낌을 잊지 않기 위해 올해 기술 훈련을 빨리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정후의 방망이 재능은 통산 기록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현재 현역, 은퇴 선수를 다 포함해 통산 타율(3000타석 이상 기준) 1위(0.340)에 올라 있다. 현역 선수 중 이정후 다음으로 통산 타율이 높은 선수는 박건우(0.326), 손아섭(0.324), 박민우(0.323·이상 NC 다이노스) 순이다. 그만큼 이정후가 발군의 타격 능력을 선보인다고 하겠다. 참고로 이정후의 아버지, 이종범 현 엘지 퓨처스(2군) 감독의 통산 타율은 0.297이었다.
현재 타격 20위 내 있는 키움 선수는 이정후(0.337)뿐이다. 규정 타석을 채운 선수들 중 3할을 넘는 키움 선수도 이정후가 유일하다. 팀 타율이 전체 9위(0.244)다. ‘이정후 히어로즈’로 불리는 이유다. 키움은 이날 경기에서 10회 연장 접전 끝에 3위 엘지에 2-4로 패했지만 여전히 2위를 유지했다. 1위 에스에스지(SSG) 랜더스 추격에 이정후가 있음은 부정할 수가 없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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