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메츠 선발투수 맥스 슈어저. 유에스에이투데이스포츠 연합뉴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는 꿈의 무대다. 하지만 꿈의 무대에도 어두운 이면은 존재한다. 바로 극심한 빈부 격차다.
메이저리거가 된다는 건 명예일 뿐 아니라 엄청난 부를 가져다주는 일이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는 뉴욕 메츠 선발투수인 맥스 슈어저(38)로, 그는 매년 4330만달러(약 600억원)나 되는 돈을 받는다.
부자 구단들이 지출하는 연봉은 상상을 초월한다. 미국 <에이피>(AP) 통신은 20일(한국시각)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연봉 현황을 보도했는데, 가장 많은 돈을 쓰는 뉴욕 메츠는 올 시즌 총연봉 2억7390만달러(약 3805억원)를 지출할 전망이다. 메츠는 33년 만에 빅리그 최고 연봉 구단이 됐다. 2위는 2억6720만달러(약 3712억원)를 기록한 엘에이(LA) 다저스, 3위는 2억5440만달러(약 3534억원)의 뉴욕 양키스다.
메이저리그 구단 간에도 차이는 있다. 예를 들어 가장 적은 돈을 쓰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총연봉이 4900만달러(약 680억원) 정도다. 이는 슈어저 개인이 받는 연봉보다 560만달러(약 77억원) 가량 많은 수준에 불과하다. 리그 내 빈부 격차가 공정을 해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메이저리그 내부 격차가 공정을 위협한다면,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의 격차는 생계 자체를 위협한다. 마이너리거는 1년 중 약 5개월만 돈을 받는 데다 기본적으로 임금이 낮아 그간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돈을 받아왔다. 〈유에스에이투데이>를 보면 마이너리그 최저 연봉은 주급으로 루키리그는 400달러(55만원), 싱글A는 500달러(69만원), 더블A는 600달러(83만원), 트리플A는 700달러(97만원)를 받는다. 연봉으로 4800달러(667만원)에서 1만4700달러(2044만원)에 해당한다. 올해 마이너리그 개막전에 출전한 37%가 최저 연봉을 받았다.
2001년부터 7년간 마이너리그 생활을 했던 추신수(SSG 랜더스)는 2020년 4월 코로나19 확산으로 생계에 직격탄을 맞은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돕기 위해 텍사스 레인저스 산하 마이너리그
선수 191명 전원에게 1000달러(약 123만원)씩을 지원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에이피 통신과 인터뷰에서 “나도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동안 생계가 굉장히 어려웠다”라고 돌아봤다. 추신수는 그간 언론을 통해 당시 매달 약 150만원을 가지고 생계를 꾸렸고, 기저귀 등 아이 용품을 살 돈이 없어 구단에서 나온 밥값을 모아야 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이처럼 메이저와 마이너 사이 차이가 극심한 건 단순히 실력 차이 때문만이 아니다. 그간 메이저리그는 선수노조가 있어 자유계약(FA) 제도, 최저연봉(2022년 70만달러) 도입 등 선수 권익을 꾸준히 신장해왔다. 하지만 마이너리그는 노조가 없었기 때문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일종의 노동시장 이중구조다.
최근 선수노조가
마이너리거까지 대표하게 돼 이들도 단체협약을 체결할 전망이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사무국은 지난해 처우 개선을 이유로 160개 마이너리그 구단 가운데 40개를 강제로 내보냈다. 미국 <이에스피엔>(ESPN)이 지적하듯, “일부 마이너리그 선수와 그 대표자가 구단들이 마이너리그 선수 규모 자체를 줄일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산하 마이너리그 구단 소속이던 헤수스 나바로(왼쪽 가운데)가 2020년 3월15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 국제공항에서 마스크를 쓴 채 도미니카공화국행 비행기를 타러 이동하고 있다. 당시 코로나19 확산으로 관중 입장 등이 중단되자 티브이 중계로 수익을 낼 수 없는 마이너리그는 존폐 위기까지 거론됐다. 탬파/탬파베이타임스 AP 연합뉴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