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타자 후코도메가 세계야구클래식 준결승에서 7회초 한국 투수 김병현을 상대로 투런 홈런을 터뜨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엔 ‘비극의 7회초’였다.
한국은 5회까지 선발 서재응의 호투로 일본과 팽팽한 승부를 벌였다.
김인식 감독은 5회까지 55개의 공을 던진 서재응을 6회초 왼팔 전병두로 교체했다. 1번부터 시작되는 일본의 좌타선을 겨냥한 적절한 교체였다. 전병두는 김 감독에게 보답이라도 하듯 시속 144㎞를 넘나드는 빠른 공으로 아오키 노리치카-니시오카 쓰요시-스즈키 이치로를 가볍게 삼자범퇴시켰다.
운명의 7회초. 일본의 타선은 4번 마쓰나카 노부히코, 5번 다무라 히토시, 6번 이마에 토시아키 등 오른손 슬러거로 이어졌다. 그러나 김인식 감독은 왼손 전병두를 계속 마운드에 올렸다. 김병현이 나올 것으로 보여졌지만, 워낙 뛰어난 전병두의 구위를 믿은 것이다.
전병두는 빠른 공으로 2스트라이크를 잡으며 첫 타자 마쓰나카를 압도하는 듯했다. 하지만 볼카운트 2스트라이크 1볼에서 한가운데 직구를 던졌다가 우익수 키를 넘는 2루타를 맞고 말았다. 김 감독은 ‘잠수함’ 김병현으로 투수를 교체했고, 김병현은 희생번트에 실패한 5번 다무라를 가볍게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한숨 돌렸다.
이 때 오 사다하루 감독은 이마에 대신 왼손 후쿠도메 고스케를 타석에 내세웠다. 승부처였다. 정석대로라면 한국은 구대성이 나올 타이밍이었지만 김 감독은 왼손 타자에게 약한 ‘잠수함 투수’ 김병현으로 밀어부칠 수밖에 없었다. 구대성이 지난 16일 일본과의 2라운드 8강전부터 구위가 현격히 떨어졌기 때문. 결국 김병현은 볼카운트 1-1에서 후쿠도메에게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120m짜리 홈런을 얻어맞았다. 직구가 한가운데로 몰린 실투였다.
김 감독은 그래도 김병현을 마운드에 내버려뒀다. 더욱이 다음 타자는 왼손 오가사와라 미치히로. 김병현은 오가사와라에게 몸에 맞는 공을 허용한 뒤 사토자키 도모야 타석 때 패스트볼로 1사 2루의 위기를 자초한 뒤 사토자키에게 왼쪽 담장을 원바운드로 넘기는 2루타를 맞고 추가 실점했다. 한국 벤치는 그제서야 왼손 봉중근으로 투수를 바꿨다.
한국은 지난 6경기에서 한 박자 빠른 투수교체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며 평균자책 1.33의 경이적인 기록으로 4강까지 올랐다. 하지만 이날 7회초에 보여준 투수교체는 되레 한 박자씩 늦었다. 원인은 왼손 구대성의 공백. 구대성이 있었다면, 7회 시작할 때부터 오른손 타선을 겨냥해 김병현이 나왔을테고, 일본이 왼손 후쿠도메를 대타로 기용했을 때 구대성을 기용했을 것이다.
팽팽한 0의 균형이 깨지며 양팀의 운명이 갈린 7회초, 페코파크 구장에는 빗방울이 굵어지며 한국의 패색이 짙어졌다. <한겨레>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팽팽한 0의 균형이 깨지며 양팀의 운명이 갈린 7회초, 페코파크 구장에는 빗방울이 굵어지며 한국의 패색이 짙어졌다. <한겨레>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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