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포수 조인성이 이진영의 송구를 받아 홈을 파고 들던 일본의 2루 주자 이와무라를 아웃시키고 있다(AP=연합뉴스)
[관전평] 이광권 SBS스포츠 해설위원
정말 잘 싸웠다. 그리고 큰 일을 해냈다. 경기 전 비로 인해 여러가지 변수가 생길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과는 한국이 지고 말았다. 다시 한번 일본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 수 있는 기회는 다음으로 미뤄졌다. 우리 대표팀 선수들은 1·2라운드를 거치면서 많이 지쳐 있었다. 일본과의 2차전에 ‘다 걸기’를 한 결과 투수운영의 폭이 좁아졌고, 부상선수(구대성 담 결림)가 나왔고 또 미국이 만든 대회 규정이 불리하게 만들었다. 어느 경기에서 두번 진 팀과 준결승전을 치른단 말인가. 초반은 서재응과 우에하라의 투수전으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팽팽하게 경기가 진행됐다. 6회 위기 때 덕아웃의 구대성은 가슴을 아프게 했다. 위기에서의 싸움은 노련한 선수가 잘 풀어가는데 그런 점에서 구대성의 결장은 아쉬웠다. 김병현이 2점홈런을 맞으며 경기는 일본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그것으로 끝난 셈이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은 너무 잘 했다. 그리고 큰 금자탑을 쌓았다. 세계최강 미국을 이겼고 큰소리 친 일본을 물리쳤다. 스포츠의 승부는 조그마한 것에서 갈린다. 우리 선수들은 모든 걸 다했다. 승리하면 배울 게 있지만 실패하면 모든 걸 얻는다라는 말처럼. 이제 3년 뒤 분명한 숙제가 생겼다. 투수의 폭도 조금 더 넓혀야 하고 체인지업 계통(포크볼)의 공을 공략하는 방법도 더 자세히 터득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이번 대회에서 전 경기를 통해 실책이 가장 적은 경기를 펼친 팀은 대한민국뿐이다. 이번에 보여준 코칭스태프의 완벽한 조화, 또 선수들의 화합, 똘똘 뭉친 팀워크, 정보력의 승리, 어느 하나 버릴 것 없이 완벽했다. 3년 뒤를 준비하려면 유소년 야구의 확대, 운동장 건축, 선수 발굴, 우수한 선수의 해외진출 등 모든 것이 차분히 준비돼야 할 것이다. 실력 차이는 분명히 있다. 그러나 그것을 좁히기 위해서 야구인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인프라 구축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장하고 훌륭하다. 세계 4강이라는 큰 위업을 달성한 드림팀에게 모든 영광을 돌리고 싶다.
이광권 SBS스포츠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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