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선수들 말말말
프로야구 개막을 나흘 앞두고 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감독과 선수들의 ‘입담’이 화제를 모았다.
최고참 사령탑인 김인식 한화 감독은 여전히 특유의 유머감각으로 인기를 끌었다. 김 감독은 “지난해 4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나간 것은 상대적으로 다른 팀이 못한 면도 있다”면서 “올해도 재수좋게 (4강에) 올라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범경기를 해봤지만 우리팀 전력을 종잡을 수 없다. 괜찮은 것 같기도 한데 하지만 꼴찌를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개막전 선발투수로 송진우를 내세운 데 대해선 “간단하다. 나이가 제일 많기 때문이다.…그래도 나이 순서대로 가야 하지 않는가 생각한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구장 개선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선동열 삼성 감독은 “대구는 붕괴위험이 있을 정도여서 목숨을 걸고 경기를 해야할 형편”이라고 답변했다. 서정환 기아 감독은 “잠실은 원정팀 라커룸이 열악해 선수들이 복도에서 옷을 갈아입어 여기자들이 아예 접근할 수조차 없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초반 돌풍에도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한 롯데는 주장과 신인 선수 모두 ‘가을잔치’ 타령을 했다. 주장 손인호는 “작년 가을 이후 야구를 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올 가을엔 반드시 야구를 하도록 하겠다”고 했고, 나승현 역시 “신인으로서 롯데가 가을에 야구를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김경문 두산 감독은 머리 삭발 이유에 대해 “재계약하면서 3년 전 감독 부임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려는 생각 때문”이라고 했고, 김동주의 부상에 대해선 “우리 야구의 위기상황에서 한번도 해보지 않은 몸을 던지는 플레이를 한 것이 오히려 자랑스러울 정도”라고 위안을 삼았다. 두산 주장 홍성흔은 “세계야구클래식에서 입으로 다하고 왔다는 얘길 들어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올 시즌엔 정말 그라운드에서 몸으로 뭔가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엘지 신인 김기표는 한기주(기아)를 의식한 듯 “몸값이 10억은 아니지만, 시즌이 끝날 땐 10억 이상의 선수가 되도록 하겠다”며 다부진 각오를 피력했다.
권오상 기자 k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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