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야구장에서 벌써부터 2007 시즌을 준비 중인 안상준 정성훈 강동우(이상 두산·왼쪽부터)에게 겨울은 휴식시간이 아닌, 또다른 훈련기간이다. 두산 베어스 제공
잠실벌 달구는 두산 자율훈련 /
2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는 칼바람이 불었다. 가만히 서 있어도 살이 에이는 듯한 강추위에 하얀 입김을 토해내며 운동장을 뛰는 선수가 있었다. 2년 전 병역비리에 연루돼 현역으로 입대했다가 지난 6일 만기제대한 두산 언더핸드투수 정성훈(29)이었다.
경기도 용인 3군 사령부 의장대 소속으로 2년을 보내는 동안 정성훈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것은 “정말 운동이 하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였다. 야구공이 너무 던지고 싶어 애꿎게 패대기친 돌멩이만 수천개다. 제대하자마자 곧바로 잠실야구장으로 달려온 것도 야구에 대한 목마름 때문이었다. 정성훈은 “군 입대 뒤 6개월 동안 어깨가 너무 아팠다. 마치 왜 자신을 안 써주냐 시위하는 것 같았다”면서 “2년 동안 어깨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공을 던질 수 있는 근육을 만드는 게 제일 급하다”고 했다. 2007 시즌 주위로부터 “저 놈은 끝났어”라는 말을 듣지 않는 게 최우선 목표다.
정성훈이 런닝 뒤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는 동안, 강동우(32)와 안상준(33)은 실내구장에서 타격연습을 하고 있었다. 보통 겨울 자율훈련은 신인선수 위주로 꾸려지기 때문에 고참급인 이들의 참여는 다소 의외다. 강동우는 대뜸 “억울해서 나왔다”고 했다. 지난 19일까지 일본 미야자키현과 잠실구장에서 실시된 팀 마무리훈련이 너무 힘들고 고됐기 때문에 “계속 이어서 하지 않으면 안했던 것만 못하게 될까 봐서” 잠실구장에 매일 출근부를 찍는다. 3일 훈련하고 1일 쉬는 훈련일정은 마무리 훈련 때와 똑같다. 다만 옆에서 지켜봐 주는 코칭스태프가 없을 뿐이다.
만기제대 정성훈, 몸 만들기 한창, 강동우·안상준 “쉬는 시간 아깝다”
강동우는 “삼성 시절에는 혼자서 근처 헬스클럽에서 한 두시간 운동을 하고는 했다. 하지만 타격연습이나 캐치볼을 할 수가 없어 능률이 안 올랐다”면서 “올해 처음 겨울내내 훈련을 해보는데 내년 시즌에 대한 느낌이 지금부터 좋다”고 말했다. 올해는 기필코 스노보드를 배워보겠노라고 1주일 전에 준비한, 비닐포장도 뜯지 않은 보드복은 환불할까 생각 중이란다.
시즌 후 엘지(LG)에서 방출되고 두산에 새 둥지를 튼 내야수 안상준은 만삭인 아내와 첫째 아이를 집에 두고 잠실구장으로 나온다. 추운 겨울 가족들과 쉬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내년 1월이면 식구가 늘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야한단다. 안상준은 “지금은 쉬는 시간도 아깝다. 야구를 하고 싶을 때 마음껏 해야지, 나중에 하고 싶어도 못 할 것 아니냐”고 했다.
이들 외에도 십여명의 두산 선수들이 비활동기간이지만 잠실구장에서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다. 반대편 엘지 실내구장도 북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잠실야구장은 찬겨울에도 살아 움직이고 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이들 외에도 십여명의 두산 선수들이 비활동기간이지만 잠실구장에서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다. 반대편 엘지 실내구장도 북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잠실야구장은 찬겨울에도 살아 움직이고 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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