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프로야구단 사무실. 운영팀에 삼성 라이온즈 투수들이 새로 바뀐 공으로 연습한다는 첩보가 입수됐다. 운영팀 관계자는 재빨리 진위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설마’하는 마음에 삼성 쪽에 문의를 해보니, 삼성 투수들도 크기가 조금 클 뿐 정확한 규격의 공을 갖고 훈련하는 게 아니었다. ‘역시나’ 했다.
겨울훈련에 돌입한 8개 프로구단이 ‘공 구하기 미션’을 수행하느라 분주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올 시즌부터 공인구의 크기와 무게를 바꾸기로 하면서 생긴 일이다. 국제규격은 공 둘레의 길이가 22.9~23.5㎝, 공의 무게가 141.77g~148.8g. 지난해까지 프로야구는 국제규격 최저치의 공인구를 사용했으나, 올해부터 규격내에서 최고치에 가깝게 바꾸기로 했다. 도하아시아경기대회의 실패를 거울삼은 변화였다.
이 때문에 프로야구 구단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투수들이 당장 적응훈련을 해야 하는데, ‘크고 무거운 공’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몇몇 국내 생산업체에서 본격적으로 제품을 생산하기 전에 한 두개 샘플을 만들어 보내줬지만, 훈련용으로 쓰기에는 양이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공마다 실밥의 모양도 달라,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할지 난감해 하고 있다. 급기야 한 구단은 일본 미즈노사에까지 문의해봤지만 일본 프로야구단이 사용하는 공과 달라 재고가 없다는 말만 들었다.
현재 프로야구 구단들은 국내에서 새 공 구하는 일을 거의 포기한 상태. 다만, 해외전지훈련을 떠나기 전에 스카이라인, 빅라인, 맥스 등 국내생산업체로부터 새 공을 받기로 한 것에 위로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서 임승규 엘지 운영팀 차장의 말이 재미있다. “기존 공에 보톡스를 주사할 수도 없고 참 난감하네요.”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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