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에 선수 대신 눈이 가득 채워졌다. 미국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의 유니스키 베탄코트가 10일(한국시각) 폭설로 4일째 경기가 취소된 클리블랜드 제이콥스필드에서 몸을 풀고 있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로스앤젤레스와 다음 3연전을 안방이 아닌 밀워키에서 치르게 됐다.
클리블랜드/AP 연합
때아닌 폭설에 클리블랜드 안방경기 못해
이상한파에 홈런포 ‘꽁꽁’ 부상자 ‘줄줄이’
이상한파에 홈런포 ‘꽁꽁’ 부상자 ‘줄줄이’
지구를 습격한 기상이변을 메이저리그도 피해가지 못했다. 미국 중부지방을 강타한 때늦은 폭설 때문에 안방 개막전을 남의 집 안방에서 치러야만 하는 사태까지 벌어진 것이다. 아메리칸리그 소속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2007 시즌이 개막한 지 열흘 가까이 됐지만, 여태 홈구장인 제이콥스 필드에서 단 한 경기도 치르지 못했다. 당초 7일(이하 한국시각)부터 10일까지 시애틀 매리너스와 안방 개막전이 예정돼 있었지만, 7일 경기는 4이닝만에 경기가 중단됐고 8일과 9일 더블헤더는 눈보라 때문에 연기됐다. 눈발은 10일 그쳤지만 30㎝ 이상 수북이 쌓인 눈 때문에 경기는 또다시 취소됐다. 양쪽 선수들은 4일 내내 그라운드 위에서 ‘공싸움’이 아닌 ‘눈싸움’만 해야 했다. 날씨 때문에 2연전 이상의 시리즈가 통째로 취소된 것은 지난 2004년 9월 이후 처음. 당시 마이애미를 휩쓴 허리케인 때문에 플로리다 말린스와 시카고 커브스 경기(9월3~5일)가 취소된 바 있다. 하늘 눈치만 살피던 클리블랜드는 결국 근처에 있는 밀워키 브루어스(내셔널리그 소속) 안방구장인 밀러파크에서 11일부터 엘에이(LA) 에인절스와 안방 개막 3연전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밀러파크는 개폐식 돔구장이라 날씨와는 상관없이 정상적인 경기가 가능하다. 클리블랜드의 ‘4월 폭설’을 포함한 미국의 이상 한파는 메이저리그 홈런포까지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스포츠 통계 전문회사인 ‘엘리어스 스포츠 뷰로’에 따르면, 개막 첫주의 경기당 평균홈런은 1.8개로, 1993년(경기당 평균 1.6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 개막 첫주의 경기당 평균홈런은 2.4개였다. 홈런이 터지지 않으니 같은 기간 경기당 평균득점도 지난해 10.51점에서 8.55점으로 뚝 떨어졌다. 1992년(8.21점) 이후 최저치. 부상자도 속출하고 있다. 9일 일본인 타자 마쓰이 히데키(뉴욕 양키스)가 허벅지 근육통으로 팀 전력에서 이탈하는 등 개막 1주일 만에 7명이 15일 부상자 명단에 등재했다. 개막에 즈음해 부상자 명단에 오른 선수는 지난해보다 30여명이 많은 98명이었다. 선수들은 현재 스키 마스크를 뒤집어쓰는 등 단단히 무장을 하고 그라운드에 나서고 있다. 버드 셀리그 메이저리그 커미셔너(총재)는 10일 “130년 역사 동안 눈 때문에 경기를 치르지 못했던 적은 꽤 있었다”면서도 “정말 보기 드문 날씨다. 마치 2월 말로 돌아가는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셀리그 커미셔너는 현재 각 구단으로부터 개막 이후 몇주 동안은 날씨가 따뜻한 서부 쪽에서만 경기를 치르거나, 개막을 아예 1~2주 늦추자는 압력을 받고 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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