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양준혁이 9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07 프로야구 두산과 경기에서 개인통산 2000안타를 달성한 뒤 환호하는 관중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2000안타’ 양준혁이 갈아치운 기록들
“위풍당당! 양준혁!”
양준혁이 9회초, 3루쪽 삼성 응원단의 박수를 받으며 타석에 들어섰다. 이어 두산 투수 이승학의 2구째 바깥쪽 낮은 직구(142㎞)를 밀어쳐 좌중간에 뚝 떨어지는 안타를 쳤다. 1루 베이스를 밟은 양준혁은 허연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허공에는 꽃가루가 흩날렸다. 대망의 2000번째 안타. 양준혁은 “매 경기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야구장에서 다 쏟아붓는다는 생각으로 달려왔다. 그게 쌓이고 쌓여 오늘 2천 안타 기록이 달성된 것 같다”고 했다.
1993년 4월10일 대구구장. 삼성의 ‘괴물 신인’ 양준혁이 쌍방울을 상대로 프로 첫 타석에서 안타를 터뜨렸다. 그로부터 14년이 흐른, 2007년 6월9일. 양준혁은 국내 프로야구 사상 첫 2000 안타를 돌파하며 한국 프로야구의 ‘살아있는 전설’이 됐다. 그가 통산 기록 1위를 갈아치운 것만도 무려 7개 부문. 통산 최다타석(7539)을 비롯해 △안타(2000) △2루타(398) △타점(1237) △득점(1143) △루타(3413) △볼넷(1093) 부문 등.
통산홈런 경신도 시간 문제다. 323개로 1위(340개) 장종훈(39·한화 코치)과 17개 차, 2위(324개) 이승엽(31·요미우리)에게도 불과 1개 차로 다가섰다.
이 가운데 안타는 그가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부문. 데뷔 6년 만인 1999년 10월1일 대전 한화 전에서 역대 최소경기인 856경기 만에 1천 안타를 달성했다. 그로부터 다시 6년 후인 2005년 6월25일 문학 SK 전에서 1772번째 안타를 때려냈다. 장종훈을 밀어내고 마침내 국내 프로야구 통산 최다안타 주인공이 된 것이다.
양준혁은 데뷔 후 지난해까지 14년 연속 세자릿수 안타를 기록했다. 홈런도 올해까지 15년 연속 두자릿수. 9년 연속 3할 타자(1993~2001년), 4차례 수위타자(93, 96, 98, 2001년), 두차례 안타 1위(96, 98년)에도 올랐다. 3할을 밑돈 적은 딱 두 시즌(2002년, 2005년) 뿐. 그 결과 1993년 신인왕을 거머쥐었고, 7차례 골든글러브, 13차례 올스타에 뽑혔다.
안타와 관련된 진기록도 많다. 양준혁은 통산 12번에 불과한 사이클링 히트를 유일하게 두번 기록했다. 1경기 5안타가 2차례, 4안타가 24차례나 된다. 안타를 기록한 1261경기의 절반 가까운 560경기(44.4%)에서 멀티히트(2안타 이상)를 때려냈다.
양준혁은 대학 4년을 마치고, 그것도 모자라 1년을 ‘재수’한 뒤 프로에 입단했다. 그가 고교 졸업 후 곧바로 프로에 뛰어들었다면 재일동포 장훈(67)씨의 일본프로야구 통산 최다안타(3085) 경신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또다른 목표를 향해 차근차근 도전할 태세다. 그는 “우선 3~4년 더 열심히 뛰어서 2500안타를 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양준혁 통산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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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혁 2000안타 주요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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