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게임 눈앞에 두고…9회서 투수교체
용단인가, 비정함의 발로인가?
1일 프로야구 일본시리즈 5차전에서 53년 만에 우승을 일궈낸 주니치 드래건스의 오치아이 히로미쓰 감독(53)이 8회까지 주자를 한명도 내보내지 않은 완벽 피칭을 보인 선발투수를 과감하게 교체한 것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이날 선발투수인 야마이 다이스케(29)는 낙차 큰 변화구와 완벽에 가까운 제구력, 동료 내야수의 멋진 수비로 8회까지 24명의 닛폰햄 타자를 꽁꽁 묶어두었다.
야마이는 9회 타자 3명만 잡으면 일본시리즈 사상 첫 퍼펙트 게임으로 팀의 우승을 이끌 수 있는 순간을 눈앞에 두었으나 오치아이 감독은 미련없이 팀의 마무리 투수인 이와세 히토기로 교체했다. 2005년, 2006년 최다 세이브 투수에다 올해도 43세이브를 기록한 발군의 마무리 투수인 이와세는 세 타자를 모두 잡아 감독의 기대에 확실하게 보답했다. 퍼펙트 직전에 마운드를 내려온 야마이는 벤치에서 아쉬움과 기쁨이 뒤섞인 표정으로 팀의 우승을 지켜봤다. 오치아이 감독은 경기 뒤 야마이의 기록을 의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기억에는 없다. 둘이서 완벽피칭이라니. 그만큼 야마이가 오늘 완벽했다. 설마 그렇게까지 빛을 발할 줄이야”라고 말했다. 주니치 감독을 맡은 지 4년 만에, 일본시리즈 도전 3번 만에 감격의 우승을 차지한 오치아이 감독은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식의 야구를 구사한다고 해서 ‘자기류’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야구평론가 다마키 마사유키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백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하는 엄청난 순간보다도 53년 만의 우승을 확실히 하고 싶은 것이라면 얼마나 소심하고 꿈이 없는 야구인가”라고 꼬집었다. 반면 프로야구 해설자로 전 한신 타이거스 감독인 안도 모토오는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이것이 올해의 주니치 스타일이다. 내가 감독이라면 교체할 수 있었을까? 멋진 결단이었다”라고 오치아이 손을 들어주었다. 승자에게 쏠림 현상이 강한 일본답게 오치아이를 비난하는 목소리는 많지 않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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