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시노 센이치 일본 야구대표팀 감독이 이승엽의 8회말 홈런이 터지자 물을 마시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한국 4번타자 누구?” 호시노, 비아냥거리다 완패
호시노 센이치 일본 야구 대표팀 감독은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기 전부터 고도의 심리전을 폈다. 김경문 대표팀 감독이 지난해 12월 대만 타이중에서 열린 예선전에서 예비오더를 제출했다가, 다시 타순을 바꾼 것을 상기시키면서 그는 “위장오더를 짜면 몇 경기 출장정지를 시켜야 한다”고 말해, 김 감독을 자극했다. 올림픽이 시작된 뒤 호시노 감독은 한국 선수들 중 신경쓰이는 선수가 없느냐는 질문에 “오더나 바꾸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비꼬았다.
22일 준결승전이 열리기 전에도, 호시노 감독은 부진한 이승엽과 김경문 감독을 겨냥한 발언을 했다. “한국 4번타자? 그게 누구냐. 제대로 치지도 못하는 타자를 4번타자에 그대로 두다니 대단하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한국이 준결승에서 일본을 꺾을 수 있던 힘은 “제대로 치지도 못한 타자를 4번에 둔” 김경문 감독과 바로 그 4번타자 이승엽이었다. 호시노 감독의 심리전이 보기 좋게 깨진 것이다.
예선 3·4위 결정전이었던 미국전에 앞서 호시노 감독은 져주기 우려에 대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로 일축했다. 하지만, 막상 경기에 들어서자 선발 다르빗슈 유를 2이닝만 던지게 했다. 이어 나온 일본 투수들도 미국 타자들이 치기 좋게 직구 위주의 투구를 이어갔다. 공격에서도 헛방망이질을 이어갔다. 연장 11회 승부치기 끝에 패했지만, 호시노 감독은 웃으면서 인터뷰에 응해 한국전을 맞는 그의 심리를 잘 보여줬다. 준결승 상대로 쿠바에 비해 상대적으로 손쉽다고 여겨지는 한국을 택한 일종의 ‘꼼수’ 였다. 하지만, 이게 결국 일본의 발목을 잡은 꼴이 됐다.
준결승에서 패한 뒤, 호시노 감독은 “다음부터는 한국을 강한 팀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이제부터는 한국이 우리보다 약하다는 말을 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계속적으로 한국을 도발했던 자신만만함은 더이상 그에게 없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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