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메달 시상대에 오른 이승엽 = 23일 오후 베이징 우커송야구장에서 열린 2008베이징올림픽 야구 결승 한국 대 쿠바 경기에서 세계 아마최강 쿠바를 꺽고 세계 정상에 등극한 한국 대표팀의 이승엽이 관중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지막 순간에 숨이 멈춰서 아무 생각도 안난다.”
23일 극적인 한점차 명승부를 펼치면서 한국 야구 역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대표팀 선수들은 감격에 젖었다. 선수단은 금메달을 목에 걸기 전 노란색으로 꾸며진 시상대를 손으로 만져보며,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을 마음껏 풀어놨다.
선발로 8⅓회 동안 2실점 역투를 한 류현진은 이날 경기 뒤 “8회까지 (스트라이크) 잡아주던 걸, 9회 갑자기 안 잡아줘서 힘들게 경기를 했다”면서도 “금메달까지 생각 못했는데 선배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류현진과 배터리를 이룬 강민호는 9회 심판이 애매한 볼넷 판정에 1사 만루 상황에 몰리자 항의하다 퇴장당했다. 강민호는 “소중한 첫 금메달 기회인데 심판 장난으로 패전 위기에 몰려서 너무 화가났다. 한마디 밖에 안했는데 퇴장당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면서도 “이걸로 선수들이 더 잘 뭉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틀 연속 홈런포로 한국에 금메달 결승타를 터뜨린 이승엽은 “원래 목표가 9전 전승 우승이었다”며 웃었다. 그는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금메달 따는 장면을 직접 경험했는데, 믿어지지 않는다”면서 “훈련하러 새벽같이 나갈 때도 늘 소리없이 뒷바라지 해주는 가족들이 가장 고맙다. 이젠 (내가) 보답을 해야한다”고 했다.
대회 내내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한 이용규는 “쉽게 이긴 경기가 거의 없어 준결승 때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어제 너무 울어서 오늘은 안 울었다”며 기뻐했다.
극적인 명승부를 연출해왔던 김경문 감독은 “오늘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을 수 밖에 없다. 마지막 순간에 병살타 아니면 질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정대현이 잘 막아줬다”고 말했다. 그는 “금메달까진 생각 안했는데 아직까지 얼떨떨하다. 고참 선수들이 형 노릇을 잘 해줬고, 팀이 하나로 똘똘 뭉친 덕분”이라며 “어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인터뷰 하는 꿈을 꿨는데 그게 좋은 징조였던 거 같다”라고 말했다.
베이징/홍석재기자 forchi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