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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딴주머니를 위한 변명

등록 2008-12-23 20:55

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

ㄱ선수는 지난해 된통 혼쭐이 났다. 예비신부에게 월급통장을 맡기고 자신은 보너스통장을 몰래 갖고 있었는데, 5월 근로소득 원천징수영수증에 보너스 내역이 그대로 찍혀버린 것이다. 액수가 적었다면 그냥 넘어갈 수 있었는데, 포스트시즌 진출 등으로 제법 큰 목돈이 들어왔던 터라 예비신부에게 들키고 말았던 것. “원천징수영수증이 잘못 찍힌 것”이라고 얼버무려 겨우겨우 무마했지만, 보너스통장을 뺏길까 조마조마했던 순간이었다.

야구선수들은 어떻게 비자금을 만들까. 여느 직장인과 다르지 않다. 월급통장, 보너스통장을 따로 개설하는 것이다. 물론, 월급 보너스 가리지 않고 고스란히 아내에게 가져다주고 따로 용돈을 받는 애처가도 있지만 극히 일부다. 결혼한 코치들이나 선수들의 3분의 2 정도는 딴주머니를 찬다고 해도 무방하다. 아내들끼리 가깝게 지낼 경우에는 비자금 만들기가 수월치가 않은데, 이런 이유로 일부 선수들은 아내에게 입단속을 시키기도 한다. 자칫하면 남의 집 분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보너스통장을 따로 만드는 것도 기술이 필요하다. 선수들은 구단에서 주는 보너스 외에 경기수훈선수로 뽑혔을 때나 사인회에 나갔을 때, 혹은 그룹 행사에 불려나갔을 때 몇십만원의 가욋돈을 받는다. 이런 것들을 적절히 통장에 배분해야만 들키지 않는다. 한 구단 경리직원은 “돈이 나올 때마다 다른 통장을 들고 와서 거기로 송금해 달라는 선수들이 더러 있다”고 말했다.

비자금이 든 통장은 보통 선수들이 늘 이용하는 구단 라커룸이나 차에 감춰두는 경우가 많다. 특히, 차는 트렁크 등 통장이나 돈을 숨길 곳이 꽤 많기 때문에 애용한다. 한 선수는 비상금을 차 안에 감춰둔 것을 까먹고 있다가 1년 만에 발견한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었다. 이렇게 모인 비자금으로 가족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 등을 사는 것이니 프로야구 선수 아내들은 노여워하지 않기를 바란다.

한가지 더. 프로야구 감독·코치·선수를 비롯해 한국야구위원회 심판위원들은 월급을 2월부터 11월까지 10개월만 받는다. 프로야구 초창기에는 연봉을 더러 12개월로 나눠주는 곳도 있었으나 퇴직금 문제가 불거지면서 10개월로 통일됐다. 월급이 안 나오는 12월, 1월에는 10개월 동안 따로 모아뒀던 돈으로 생활을 꾸리는데 그냥 저금을 따로 해두던가, 아니면 현명하게 12월, 1월에 맞춰 돈이 나오게 1년짜리 적금을 따로 붓기도 한다.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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