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희 기자
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
2009 세계야구클래식(WBC)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할 28명 선수들이 23일 발표됐다. 박찬호(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이승엽(요미우리 자이언츠), 그리고 김동주(두산)와 박진만(삼성)이 빠진 대표팀의 밑그림이 완성된 것이다. 박찬호는 차치하고라도 1루수 이승엽, 3루수 김동주, 유격수 박진만이 모두 빠진 상태로 국가대표 내야수가 꾸려진 것은 10여년 만인 듯 싶다.
국가대표 외야수는 이미 베이징올림픽 예선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세대교체를 이뤘다. 이종범(KIA) 박재홍(SK) 이병규(주니치 드래건스) 등 베테랑들이 물러나고, 이종욱 김현수(이상 두산) 이용규(KIA) 등 젊은 선수들로 빈자리가 메워졌다. 2006년 제1회 세계야구클래식에 참가했던 외야수들의 평균나이는 30.6살이었지만, 올해는 26.5살로 4살이나 젊어졌다. 그렇다고 실력까지 ‘어려진’ 것은 아니다.
투수부문도 류현진(한화) 김광현(SK) 윤석민(KIA) 등 젊은 어깨들이 주축이 됐다. 자유계약선수(FA)제도의 정착 등으로 아마추어 유망주들의 국내리그 잔류가 늘면서 해외파보다는 국내파들로 엔트리가 채워졌다. 1회 때는 5명이나 되던 해외파 투수가 이번엔 1명(야쿠르트 스왈로스 임창용)밖에 없다. 큰 파고없이 국내파 젊은 투수들로 무게중심이 옮겨진 느낌이다.
내야수는 그동안 다른 부문과 달리 물갈이가 더딘 편이었다. 출중한 수비실력을 자랑하는 박진만의 뒤를 이을 유격수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1루수(이승엽)와 3루수(김동주)도 비슷했다. 10여년 동안 다른 선수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그러나, 세월은 이길 수 없는 것이고, 세대교체의 시간은 찾아왔다. 투·포수간의 볼배합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게 유격수란 포지션이기에 박진만의 공백은 벌써부터 크게만 느껴지나, 그가 없는 대표팀은 언젠가는 반드시 닥칠 현실이었다.
박찬호나 이승엽, 김동주도 다양한 국제경기 참가를 통해 내공을 쌓았고 대선수로 컸다. 성장통도 한번쯤 겪었다. 이번 대회는 결과에 상관없이 어린 선수들의 가능성을 시험하고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큰 소득이 될 것이라 믿는다.
김양희 기자whizzer4@hani.co.kr
김양희 기자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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