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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괴물투수 한기주’ 조련사 떴다

등록 2005-05-17 18:46수정 2005-05-17 18:46

김태원 코치
김태원 코치
투수왕국 광주동성고 김태원 코치

‘괴물 투수’ 뒤에는 ‘치킨 배달’ 코치 있었네!

지난 4일 대통령배 고교야구대회 우승 주역인 광주동성고의 ‘괴물 투수’ 한기주(18)의 입에서 ‘김태원’이라는 이름이 튀어나왔다. “프로야구에서 노히트노런을 기록했던 김태원 코치 알죠. 제가 가장 존경합니다.”

김태원(43) 코치. 1990년 18승, 94년 16승으로 프로야구 엘지 트윈스를 각각 우승으로 이끌었던 그는 ‘생뚱맞게도’ 연고도 없는 광주에서 ‘투수 괴물’들을 키우고 있었다.

현역 시절 인기 스타였지만, 16일 광주무등야구장에서 만난 김 코치는 고교 이름을 새긴 유니폼을 입은 현장 지도자로 변신해 있었다. 경기를 마친 투수 양현종에게 얼음찜질을 해주며 “공 하나하나가 얼마나 중요한 지 이제 알겠지? 그러니까 완급 조절이 필요한거야”라는 말에서 삼촌같은 자상함이 묻어난다.

그는 99년 4월 은퇴와 함께 일본 주니치 드레곤즈로 코치 연수를 떠나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연수 도중 엘지 투수코치로 복귀한 그는 2002년 팀이 준우승한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엘지 구단은 김성근 감독과 함께 그를 잘랐다. 야구밖에 모르던 그는 실직 날벼락에 치킨집을 운영하며 직접 배달도 했다. 주유소 경영에도 나섰지만 경험 부족으로 곧 거덜이 났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 학교 저 학교를 다니며 야구부 학생들을 지도하는 등 바닥 생활은 이 때부터 시작됐다. 그 때 이끌어 준 이가 성균관 대학 2년 선배인 동성고 윤여국 감독. 평소 의형제처럼 지내던 윤 감독을 따라 지난해 7월27일 동성고에 둥지를 틀었다.


부임하자마자 그에게 닥친 것은 봉황대기. 그는 원숙한 투수 조련사답게 “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투수들을 무장시켰고, 봉황대기를 품에 안았다. 대회가 끝나자 김 코치는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혹독한 겨울훈련을 시켰다. 하지만 훈련이 끝나면 선수들의 어깨를 직접 마사지해주며 마음으로 선수들을 움직였다. 몸은 녹초가 됐지만 투수들의 얼굴엔 미소가 넘쳤고, 공에는 갈수록 속도가 붙었다. 어느새 동성고는 ‘투수왕국’을 이뤘다.

한기주 외에도 왼손잡이로서는 비교적 빠른 143㎞의 공을 뿌리는 양현종, 대통령배 결승에서 4타자 연속 삼진을 잡은 1학년 윤명준, 현역시절 자신의 등번호인 35번을 달고 투구 폼까지 비슷한 문양식 등 수준급 투수가 차고 넘친다. 9개월만에 전국대회를 두번이나 제패한 배경이다.

그는 “한기주는 실력도 있지만 좋은 품성과 빠른 두뇌회전이 더 큰 장점”이라면서 “어린 선수들이 나날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낀다”며 밝게 웃었다. 글·사진 광주/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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