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롯데와 에스케이의 부산 사직경기에서 7회초 에스케이 박재홍 타석 때 한 롯데팬이 장난감칼을 들고 그라운드에 난입했다.(위 사진) 1990년 8월 엘지와 해태의 잠실경기 도중에는 관중들이 그라운드로 난입해 패싸움을 벌였다.(아래 사진) 1986년 10월 대구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삼성이 해태에 역전패당하자 성난 삼성팬들이 해태 선수단 버스에 불을 질렀다.(작은 사진) 연합뉴스, 한국야구위원회 제공
프로야구 관중난동 역사
‘버스방화·빈병투척·칼리건’…빗나간 야구사랑
다시 분 야구열풍에 찬물 끼얹어
‘버스방화·빈병투척·칼리건’…빗나간 야구사랑
다시 분 야구열풍에 찬물 끼얹어
‘칼리건.’ 칼을 든 훌리건이란 뜻으로, 누리꾼들이 만든 말이다. 포털과 각종 야구 관련 누리집 게시판은 ‘칼리건’,‘스타워즈 광선검’ 등의 이야기로 시끌벅적하다. 지난 6일 에스케이와 롯데의 5차전 사직경기에서 장난감칼을 들고 그라운드에서 난동을 부린 관중에 대한 풍자였다.
1982년 개막 이후 28년의 한국 프로야구사에 ‘빗나간 야구사랑’이 만든 부끄러운 기억들이 종종 있다. 86년 10월22일 해태와 삼성의 한국시리즈 3차전. 삼성이 역전패해 1승2패로 몰리자 대구 관중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급기야 흥분한 관중은 주차장에 있던 해태 구단 버스를 불태워버렸다. 소란은 버스를 잿더미로 만들고 나서야 진정됐다. 3년 뒤 89년 인천에서 열린 태평양과 해태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는 해태가 3-0으로 앞서던 중 선동열이 등판하자 빈병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해태 선수들은 헬멧을 쓰고 수비하는 기이한 풍경을 연출했고, 양팀 응원관중 사이에 ‘투병전’이 벌어져 관중이 부상당하기도 했다.
선수와 관중이 충돌한 대표적인 예는 99년 대구에서 열린 롯데와 삼성의 플레이오프 7차전 ‘호세의 방망이 투척사건’이다. 롯데가 0-2로 지던 6회. 호세가 1점 홈런을 날리고 3루베이스를 돌 무렵 맥주캔 한 개가 날아왔고, 이후 물병과 컵라면 등이 쏟아졌다. 흥분한 호세는 관중석에 방망이를 던졌다. 결국 선수와 코치들이 그물망을 사이에 두고 관중과 발길질을 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해 롯데와 삼성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사직구장에서는 레이저 포인터 광선까지 등장했다. 마운드에 있던 투수에게 광선을 비추는 ‘방해작전’까지 나온 것이다.
고의성이 보이는 빈볼 시비, 경기장이나 구단 버스를 향한 오물 투척 등 ‘부끄러운 역사’가 올해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세계야구클래식 준우승으로 다시 쌓아올린 프로야구 인기에 자칫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많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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